제목만으로는 달달한 연애편지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 여성이 10년 연애한 연인인 현남오빠의 사무실이 올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쓰는,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글입니다.
대학에 갓 입학하여 강의실 위치를 묻는 신입 여대생의 든든한 길 안내자로 등장한 현남오빠. 이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다섯 살 연상인 현남오빠는 든든하기 이를 데 없는 언덕이었습니다. 그녀는 현남오빠 덕분에 학점을 잘 받았고, 여자 혼자 계약하기 어려운 셋방도 거뜬하게 얻었고, 공무원 시험도 무난히 합격했고, 취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여성은 자신을 10년 동안이나 그토록 살뜰하게 애정을 베풀어준 애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현남오빠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가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주인공은 그렇게 어렵다는 서울생활을 무사히 해내고 있지 않았던가요?
그러다 차츰 주인공이 왜 그리 애인 앞에서 주눅이 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고깃국은 안 좋아한다, 사소한 수리는 내 손으로 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것은 당신의 착각이다… 이런 의사표시는 용기를 낼 필요조차도 없는 것인데 왜 그녀는 현남오빠의 눈치를 보며 오빠 마음 상할까 걱정하며 자신 탓만 하면서 지냈을까요?
제 목소리를 내는 동성 친구와도 애인의 눈치를 보느라 몰래 만나온 주인공이 10년째가 되어서야 당신을 떠나 내 삶을 살겠다고 편지를 씁니다.
대체 무엇이 이 여성으로 하여금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게 하고 한 남성의 악세사리로 지내게 했을까요? 주인공의 편지글을 읽으면서 그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그밖에도 여성의 시점에서 쓴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