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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남의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06 09:11  | 조회 : 914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이옥남의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소개합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이옥남 할머니. “여자가 글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질해 부모 속상하게 한다”는 이유였는데요, 오빠 어깨너머로 보고 글자를 익혔지만, 아는 체도 하지 못하고 살다가 남편 죽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에야 글을 써 볼 수 있게 되었지요.
‘글을 써 본다’-말 그대로 할머니는 글을 썼습니다. 글씨를, 글자를 써본 것이지요. 부지깽이로 아궁이 재에 기역쓰고 니은쓰면서 “글씨가 삐뚤빼뚤 왜 이렇게 미운지, 아무리 써 봐도 안 느네. 내가 글씨 좀 늘어 볼까 하고 적어보잖어”하시며 날마다 글자 연습을 하시는데요, 그렇게 하루하루 적어내려 간 이옥남 할머니의 글자들은 일기가 되었고,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은 책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콩밭을 매면서 콩잎이 참 귀엽다고 쓰고, 뽑아놓은 잡초가 햇볕에 마르는 걸 보자니 그것도 안쓰럽다고 쓰고, 깨밭을 매다가 언제나 밭과 같이 세월을 보내온 삶을 돌아보고, 치매 걸린 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심정도 쓰고, 동네 무뢰한과 벌인 신경전에 그만 ‘생각할수록 분한 마음 간절하구나. 자식들이 먼 데 사니깐 다 날 만만하게 보고 꼴값을 하네’라며 글자에 분한 마음을 터뜨립니다.
수필집을 읽으면서 ‘잘 사는 사람도 많건만 고생으로 사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책 읽는 내가 살던 생활과 비슷해서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리고 너무 비극이라서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라는 독후감도 있는데요.
10대부터 70대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북펀딩으로 세상에 나온 아흔 일곱 이옥남 할머니의 글자 책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다보니 문득, 이게 바로 책이요, 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늘의 책, 
이옥남의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양철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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