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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의 <여름 아침>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03 10:29  | 조회 : 1076 


YTN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여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시를 소개하는 이번 한주,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김수영 시인의 <여름 아침>을 소개합니다.

“여름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차차 시골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구별을 용사하지 않는/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고뇌여//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사람들이여/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여름아침에는/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1956년, 김수영 시인 36살이던 해에 지은 시 <여름 아침>입니다. 시인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끌려가서 강제노동을 하다 탈출합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고, 그곳에서 풀려나 3년 뒤 서울 마포에서 번역하고 시를 쓰며 살아가는데요.
뜨거운 여름에도 농사를 짓는 서민들의 삶이 그려진 목가적인 시이지만, 음미해보면, 마냥 낭만적이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까맣게 태우는 여름 날 아침, 하늘을 모자처럼 이고 사는 사람들은 흙빛 생명으로 오히려 단단하게 영글어갑니다.

여름을 소재로 한 시를 소개한 이번 한 주,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김수영 시인의 <여름 아침>(<김수영전집1>민음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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