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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새벽까지 희미하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2-06 10:11  | 조회 : 1226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정미경 작가의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를 소개합니다.

유석이 어느 날 예전 데리고 있던 직원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됩니다. 신문을 펼쳤다가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팬티>라는 좀, 엽기적인 제목의 작품으로 유럽의 어느 아동도서전에서 큰 상을 받은 송이가 그 주인공인데요.
유석은 자연스레 오래 전 송이와의 인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원화 하청업을 하고 있던 유석에게 정수기를 팔러 온 송이.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해서 결국 정수기를 구입하게 만든 의지의 여성입니다. 이후 사무실의 잡무를 맡아 하게 되더니 애니메이션 원화의 색칠작업까지 하게 되었지요.
철 들면서 빚잔치를 세 번이나 했다는 송이는 일찌감치 세파에 시달리며 가족들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지요. 하지만 그녀는 누구를 탓하지도, 흉보지도 않으면서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꾸려갔는데요. 이따금 어두컴컴한 시각에 놀이터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굵은 모과나무 둥치를 껴안고서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사무실 대표인 유석의 신세도 송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치킨집 차려드리고, 강남 술집에서 고급술 마시고 외제차 한번쯤 몰아보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지독하리만치 잔인하게 갑질을 당한 유석은 ‘양손에 총이 있었으면 거기 있는 놈들 다 쏴죽이고 나도 죽었을 거야’라고 울분을 토해냅니다. 그런데 송이는 모과나무를 끌어안은 채 이렇게 말합니다.
“사장님이나 저나, (그래서) 양손에 총이 아니라 당근을 들고 있어야 되는 거예요, 네?”
정미경 작가의 표제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칠흑 같은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송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총을 쏘지 않고 당근을 내민다? 한번쯤은 시도해봄직한 처세술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의 책,
정미경의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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