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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책읽는 사회’ 만드는 북칼럼니스트 이미령씨<세계일보>2013년 1월9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3-01-11 17:09  | 조회 : 3102 
[주목, 이사람] ‘책읽는 사회’ 만드는 북칼럼니스트 이미령씨<세계일보>

“천천히 책 읽다보면 문장속에 세상이 보이지요”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를 하게 마련이다. 운동, 금연, 금주, 독서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읽기다. 특히 학생을 둔 학부모는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도 새해부터 집에서는 TV 보기는 삼가고 책을 가까이하겠다는 결심도 한다. 그러나 평소 안 하던 습관을 들이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책을 잡아도 집중이 안 되고 시력도 예전같지 않아 결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새해 책과 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이 같이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가 작가이자 북칼럼니스트인 이미령(49)씨다.

북칼럼니스트 이미령씨는 “책을 읽다 보니 꽉 막힌 사고가 트이고 사색할 수 있게 됐으며 나와 다른 이들을 여유있게 관조하는 틈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이씨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독서에 재미를 붙여 5년간 책 1000권을 읽었다. 1000권이면 1년에 200권이며 1년에 200권이면 이틀에 한 권꼴로 책을 읽은 셈이다. 단순히 독서량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방대한 독서량은 그의 책 사랑을 짐작게 한다. 그는 요즘 책읽기에 그치지 않고 ‘독서 전도사’ 역할도 맡고 있다. YTN라디오 ‘지식카페 북클럽’에 출연해 청취자에게 하루에 한 권 책을 요약해 읽어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간의 읽은 1000권의 책을 바탕으로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내 인생을 뒤흔든 명작 55편 깊이 읽기’(상상출판)를 펴내 독서인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4일 세계일보 편집국에서 이씨를 만났다. 기자를 보자마자 그는 스스로의 삶을 ‘독서인생’이라고 표현했다. 책을 읽는 것이 어느새 직업이 돼 버렸고 누구를 만나든 책과 관련해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다를 떨게 됐다는 것이다.

책과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했다.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전공하고 대학 내 역경원에서 팔만대장경과 일본 서적 번역작업을 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책에서 답을 찾고 싶었지만 20∼30대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마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슴에 열망도 많은 젊은 시절에는 책을 손에 잡기가 힘든가 봐요.”

이미령씨는 YTN라디오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에서 청취자들에게 매일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본격적인 책 읽기는 40대에 들어서면서였다. 종교와 인문서적 읽기 모임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의 일원으로 매주 한 차례 회원들을 만나 책 읽기를 하면서 책에 매료됐다. 독서 마니아인 그의 경험상 책 읽기는 욕심을 갖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책 읽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강요해서는 안 돼요. 대체로 부모가 권하는 책은 아이들이 싫어하게 마련이죠. 부모가 자녀를 공부시키려는 욕심 때문이지요. 독후감도 강제해서도 안 됩니다. 그냥 책을 읽고 아이들이 그 책의 내용으로 재밌게 수다를 떨게 해야 합니다. 수다를 떨다 보면 아이의 생각이 나오는데 이것을 글로 옮기면 독후감이지요.”

‘치타의 바랑 속 이야기’라는 독서 블로그를 수년째 운영하는 그는 아이들을 위한 독후감 쓰기에도 관심이 많다. “아이들이 독후감을 힘들어하는 것은 선생님께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고 생각해 주눅이 들어서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은 다음에 책 내용을 생각하고 그것을 친구나 동생에게 편하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쓰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 뒤 아이가 쓴 글에 비속어나 맞지 않는 표현을 빼면 아이의 느낌이 살아있는 자연스러운 독후감이 나오게 돼요.”

라디오방송에서 3년 넘게 책읽기를 하다 보니 보람스러운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청취자 참여마당에는 많은 글이 올라와요. 버스기사나 교통경찰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소감을 보냅니다. 한 분은 나이 오십이 넘도록 책 한 권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저를 통해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고 합니다. 항상 즐겁고 보람된 일이 많이 생겨 감사할 뿐이죠.”

그의 이 같은 삶을 놓고 주변에서는 전기수에 빗댄다. 책에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족집게로 통하는 전기수는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를 말한다. 문학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장날 장터에서 입담이 구수하고 연출이 좋은 사람이다. 옛 이야기책을 통째로 외워서 읊어대거나 줄줄 읽어내려가는데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분하고 슬퍼하고 탄식하고 기뻐한다.

그가 강조하는 책 읽는 법은 ‘천천히’다. 일본 대학 교직원인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읽은 후부터다. “천천히 읽으면 문장이 품고 있는 세상이 활짝 내 눈앞에 열리고, 그러면 나는 책을 읽는다는 생각 없이 필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느긋하게 활보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읽기가 나를 다음 책으로, 또 그 다음 책으로 인도했고 무임승차하는 기분으로 책에서 책으로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지요.”

그에게서 책은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고마운 매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 때는 죄를 짓고 좌절하고 고백하고 자수하는 주인공 라시콜리니코프가 되기도 하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보바리 부인’에서는 주인공 엠마가 돼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떨림을 같이 느끼게 돼요.”

책 전문가로서 새해 읽을 만한 책 2권을 추천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와 폴 로스터의 ‘달의 궁전’이다. 야생마같이 거칠고 신비한 인물인 알렉시스 조르바에 빠져 보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자유로움을 시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르바는 길을 가다가 노새 한 마리를 보고도 깜짝 놀라며 길을 가다 돌멩이가 데굴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놀라는데 이는 하찮은 것 하나하나에 새로운 가치를 발견케 한다는 것이다.

‘달의 궁전’을 읽어 보면 사생아로 태어난 마르코 스탠리 포크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는 괴팍한 노인 에팡을 따라 늘 익숙한 의자·가방·책 이런 것들이 어제와 오늘 내일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고, 사물을 새롭게 보는 힘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읽기를 경계한다. 베스트셀러는 저자와 출판사만의 ‘로또’이지 독자와 대중의 행복은 아니라는 것. 언론에서도 상업성에 물든 베스트셀러에 몰입하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다뤘으면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오전 2시, 이 시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장 앞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모두가 잠든 시간에 수천년을 잠들지 않고 수다를 떠는 지성과 인문과 해학과 농담이 가득 차 있는 곳이죠. 책은 인간의 불면을 치료하고 깊은 안식을 줍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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