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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때린 벨기에 대사 부인, 법보다 사과와 배상이 적절"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4-26 10:35  | 조회 : 1332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4월 26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벨기에 대사 부인의 옷가게 매장 직원 폭행 사건이 외교관 면책특권의 정당성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법적 쟁점과 특히 면책특권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이 사건의 사실관계부터 살펴볼까요?

◆ 구자룡: 네, 이번 사건은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이 서울의 한 옷가게 매장 직원의  뺨을 때린 혐의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지난 9일,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인 중국계 A씨가 한남동의 한 매장에서 옷을 살펴보다 구매를 하지 않고 매장을 나가는데, 마침 당시 A씨가 입고 온 옷이 해당 매장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 재킷이었기 때문에 매장 매니저는 A씨가 계산하지 않은 옷을 입고 나가는 것인지 확인했던 것입니다. 대사 부인이 자신의 옷이라고 확인시켜 주자 직원은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매장으로 돌아왔는데 몇 분 뒤 대사 부인이 다시 매장으로 찾아와 따지면서 실랑이가 이어지다가 다른 직원이 말리자 부인은 그 직원의 뺨을 때렸습니다. 직원은 눈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뺨을 세게 맞았지만, 사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런데도 대사 부인이 외교관의 아내이기 때문에 처벌도 못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황보선: 논란이 커지자 벨기에 대사관에서 사과 입장을 냈지만, 이게 또 공분을 일으키고 있죠?

◆ 구자룡: 네, 사과 입장을 내기는 했는데, 이것도 또 논란이 되었습니다. 왜 대사 부인의 개인 사건에 관해서 대사 부인이 사과하지 않고 대사관이 대신 사과를 하는지도 의문인데다가, 피해자 개인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 사과를 한 바는 없습니다. 게다가 대사 부인이 현재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직접 나서지 않는 것에 관해 변명하고 있는데, 실랑이 벌이며 싸우는 CCTV 모습으로 봤을 때 지금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 게 좀 의아한 면이 있고, 게다가 해당 게시물에 인종차별적인 댓글이 달렸는데 이 댓글에 벨기에 대사관 공식계정이 웃음 표시 공감 버튼을 눌렀던 것이 확인되면서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공분까지 일고 있습니다.

◇ 황보선: 사건을 법적으로 분석해보면 어떻게 되나요?

◆ 구자룡: 사법시험 2차 문제 풀 듯이 한번 풀어보자면, 먼저 매장 직원은 신체수색을 한 것이므로 신체수색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절도 상황일 수 있음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므로 범죄 성립을 탈락시키는 ‘양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매장 직원의 행위는 법적으로 완전히 합법이 됩니다. 그리고 실랑이를 말리다가 뺨을 맞은 직원은 말리는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가 있었으니 폭행죄 여부가 문제될 수 있지만 싸움을 말리는 과정의 행위였기 때문에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직원의 행동도 합법이 됩니다. 반면, 이에 관해서 대사 부인은 매장 직원의 확인이 끝난 후 쫓아와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말리던 직원의 뺨을 때리고 뒤통수를 쳤는데, 이것은 형법상 폭행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까 말했던 매장 직원의 행위가 신체수색죄가 된다면 이에 저항하는 것이 정당방위가 되는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매장 직원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었고 게다가 말리던 직원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대사 부인 스스로가 물건 확인을 허락했던 만큼 대사 부인 스스로가 위법한 행동에 대항하는 상황이라고 오인했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결국은 ‘오해받아서 불쾌하다. 기분 나빴다’라는 것이 폭행의 이유라고 봐야 하고, 이런 것은 범죄 성립을 부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상관계 즉 양형자료로만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대사 부인은 폭행죄가 성립하고,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지만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도 없었으니 범죄성립의 장애 요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여기서 유일하게 처벌과 관련해서 문제되는 것이 외교관 면책특권입니다.



 

◇ 황보선: 특히, 대사 본인이 아니라 대사의 부인이라서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외교관 면책특권의 내용과 적용범위는 어떤가요?

◆ 구자룡: 면책특권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인정되는 것입니다. 접수국 법적 절차로부터 면제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인적 적용범위는 외교관뿐 아니라 외교관의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도 포함되어 외교관과 동등한 면책특권을 적용받습니다. 이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의 범위를 살펴보면, 해당 외교관과 동거하는 동반가족으로서 법률상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및 생활 능력이 없는 부모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대사 부인에게도 적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적 범위뿐 아니라 공간적 범위에서도 적용을 받습니다. 외국에 있는 외교 공관은 면책특권에 의해서 주재국의 사법절차에 따른 압수수색이나 강제집행 등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망명 요청하는 사람이 제3국 외교 공관 담장만 넘어서면 주재국 경찰이나 첩보요원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장면이 그런 의미에서 등장하는 것입니다.

◇ 황보선: 면책특권이 적용되면 법적 효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구자룡: 쉽게 말해서 법적으로 범죄는 성립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법권이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사람에 대해서 강제력을 발휘해서 체포할 수도 없고 법정에 세우지도 못하고 형 집행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형사적으로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에 대해서 재판권이 없을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고,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될 것입니다.

◇ 황보선: 면책특권 때문에 형사처벌을 못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어떤가요?

◆ 구자룡: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은 접수국의 형사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물론, 민사 및 행정재판 관할권으로부터도 면제됩니다. 예외적으로 주재국 영역 안에 있는 개인 부동산, 상속 등 극히 일부의 경우에는 주재국 민사재판 관할권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과 같은 폭행 피해에 대한 민사적 구제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그리고 사실 안 된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많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형사적으로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 보는 사건과 같은 내용을 민사적으로 청구한다고 할 때에 면책특권이 배제된다고 이론 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민사소송을 진행해서 아주 예외적으로 이긴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그 사람 재산에 대해서 집행해서 손해배상을 받아오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또 이 부분에서도 장애가 있습니다. 대사관 부동산이나 물건에 우리나라 강제집행권이 미치지 않고, 그 중 대사 부인 개인 재산을 분리해 낼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게다가, 외국에 있는 대사 부인의 재산에 집행을 하려면 우리나라 판결이 벨기에 법원에서 정당한 것으로 다시 승인을 받는 ‘집행판결’ 부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다시 빈 협약에 의해서 벨기에 판결로 전환되는 것이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 황보선: 외교관 면책특권과 관련한 문제 사례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전례가 있었나요?

◆ 구자룡: 최근 파키스탄 대사관 공관원 2명이 서로 다른 시기에 우리나라 마트에서 절도를 한 2건의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문제되니 파키스탄 공관원이 돈을 지불하고 마트에서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내사종결 됐었습니다. 그러나 절도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피해변제가 있었고 처벌불원 의사가 있었더라도 내사 종결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도 면책특권이 내사종결의 핵심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주한 필리핀 대사가 성추행 혐의를 일으켜서 우리나라와 필리핀 사이에 외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고, 반대로 우리나라 주 뉴질랜드 공사참사관이 현지인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문제로 뉴질랜드와 우리나라가 상당히 장기간 외교 마찰을 빚은 바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건을 직접 언급하면서 외교 마찰이 상당했고, 그래서 문 대통령께서 외교부의 미온적 처사를 질타한 바도 있었습니다.

◇ 황보선: 이런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 구자룡: 대등한 주권국 사이의 외교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그래서 빈 협약이 정해지기 전에도 국제 외교 관습법 차원에서 이런 내용이 그 전부터 인정되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외교관은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신변을 보장하지 않으면 파견국의 외교적 정치적 이유로 외교사절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고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1979년에는 이란과 미국이 외교 마찰을 빚자 이란이 주 이란 미국대사관 직원 50여명을 2년 가까이 억류했던 사태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쉽게 말해서 여차하면 다른 나라의 외교관은 인질이 될 수도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를 막고 대등하고 안전한 외교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개인의 일탈 문제가 반복되면서 면책특권의 큰 취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 황보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처리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 구자룡: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보면, 제41조에서는 ‘그들의 특권과 면제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하는 것은 이와 같은 특권과 면제를 향유하는 모든 자의 의무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2조에는 ‘파견국은 외교관 및 면제를 향유하는 자에 대한 재판관할권의 면제를 포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파견국인 벨기에 정부가 면책특권의 포기를 선언하면 재판관할권이 생깁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이것을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 정부가 외교적 교섭을 하면 벨기에로서는 대사 부인이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국격과 관련한 문제도 있으니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배상을 하도록 대사 부인에게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면책특권으로 우리나라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권도 국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지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니까 다른 해결책에 관한 지혜를 내야 할 것입니다. 전쟁이 아니라 외교로 국토까지 늘렸던 서희의 외교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 황보선: 결국, 잘못은 있지만 접수국은 법적 책임을 묻지는 못한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에 외교적으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 구자룡: 접수국에서 해당 외교관을 추방시키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문제 인물을 접수국에서 외교적 기피인물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그레망의 철회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파견국에서 외교관을 정한다고 그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접수국의 아그레망, 즉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는 것은 잘 아실 텐데, 이렇게 외교관은 파견국과 접수국이 함께 정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접수국에서 더 이상 이 사람을 그런 지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기피인물 선언을 해버리면 파견국도 그 사람에 대해서 외교관 지위나 특권을 그대로 부여해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외교사절의 면책특권은 사라지게 되고, 이에 따라 추방을 시키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인데, 보통의 경우에는 이런 상황 자체가 양국 사이의 중대한 외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조성된다 싶으면 파견국이 스스로 외교관을 소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접수국의 추방까지 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외교적 마찰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제외 문제나 추방까지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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