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의 생생경제
  • 방송시간 : [월~금] 09:00~10:00
  • 진행 : 조태현 / PD: 김세령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역량 부족해 일터 차별 없애는 일 충분히 하지 못해 아쉬워" 박용만회장(1)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3-08 18:44  | 조회 : 1190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역량 부족해 일터 차별 없애는 일 충분히 하지 못해 아쉬워" 박용만회장(1)
-저자로 사는 건 기업인으로 사는 것과 완전 다른 시간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낸 책. 책을 내는 목적이 다른 기업인들과 달랐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져
-노사관계는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약속
-기업인의 할 도리를 다하면 조합원보다 구성원의 모자가 더 커져.
-처음부터 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시스템을 미리 갖추어 놓으면 성평등 이룰 수 있어
-모든 차별을 타파하려면 일을 과학화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것, 역량 부족해 항상 미안해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이 흐르고 있습니다. 울고 있어도 아직 남은 별을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그늘이 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인생은 결국 그 그늘 속에 양지를 찾아가는 작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늘이 없어 보일 것 같은 한 사람이 자신의 그늘을 세상 속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그늘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 그리고 사람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의 저자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과 오늘 생생경제 함께 합니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하 박용만)> 예, 안녕하십니까.

◇ 김혜민> 회장님 노래에 심취하신 것 같으세요. 이 노래 좋아하세요?

◆ 박용만> 네, 이 노래 좋아합니다. 

◇ 김혜민> 이 노래의 가사가 회장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박용만> 네, 그러셨군요.

◇ 김혜민>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우리 생생경제 청취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 박용만> 예, 안녕하십니까. 박용만입니다. 오늘 이렇게 생방송이라 좀 긴장도 되긴 합니다만 오늘 솔직하고 즐거운 이야기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셨잖아요. 저자로서 생활을 한 열흘정도 하셨습니까? 책이 나온 지 열흘정도 됐다고 들었는데.

◆ 박용만> 네, 2주 되갑니다.

◇ 김혜민> 어떠세요? 책을 저자로 생활하시는 기분이.

◆ 박용만> 한편으로는 처음 겪는 일이라 좀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또 처음 겪는 경험이 상당히 즐겁기도 합니다. 

◇ 김혜민> 그러면 당황스러울 때는 어느 때세요?

◆ 박용만> 사업을 할 때는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따라서 다가갈 전략을 정하고 단계별로  총동원해서 밀고 나가면 되는데 이 책이라는 모든 작전이 잘 안 통하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께서 읽어주시고 나서 평가를 하시기 때문에 시간차도 상당히 있는 것 같고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한동안 저 자신이 판단이 안 됩니다. 그러다보니깐 뭔가 이렇게 어두운 방안에서 제가 뭘 더듬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반면에 그런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독자들께서 읽어보시고 평을 써준 거를 읽어보면 또 좋았다는 평을 써주시면 굉장히 기쁘고 그렇습니다. 새로운 직업을 가져서 지금 아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혜민> 자, 제가 독자 1인으로, 대표로 앉았습니다. 오늘. 제가 이 책의 정말 열혈독자가 됐는데요. 우리 청취자분들께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 배움 이런 것들을 과감 없이 잘 전달할수록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회장님께서 그냥 오지 않으시고 책을 몇 권 챙겨오셨어요. 우리 청취자 분 중에서 인터뷰 들으시면 #0945 문자 주시는 분들 중에 몇분 선정해서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이 책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우리 박용만 회장님에게 궁금한 거 있으신 분들도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과감 없이 질문하겠습니다. 회장님.

◆ 박용만> 예. 

◇ 김혜민> 먼저 고백을 하고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기업회장이 쓴 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또 제목이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이니까요. 그런데 몇 장 안 읽고 나서 그 생각이 사라졌어요. 솔직한 자기고백,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저자의 삶에 온전히 깊게 빠져들게 됐는데 저 같은 반응인 분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 박용만> 예, 좀 그런 편입니다. 처음에 책을 내놨을 때 아무도 책을 집어 가시질 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걸 이해를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 처음에 저는 표지가 잘못됐나, 제목이 잘못됐나 그랬더니 그런 데에 있지 않고요. 저같은 사람들이 쓴 책은 패스한다는 독자들의 반응 이었습니다. 왜그런가 알아보니깐 대부분은 대필한 책이라고 판단하시기 때문에 읽을 이유가 없다라는게 이유였습니다. 그때 참 조금 어렵더군요. 

◇ 김혜민> 그리고 보통 기업인들의 책은 신화 그리고 성공담 이런 것들이 많이 담겨있죠. 정주영 회장님 책도 그랬고요. 근데 제목부터도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고 제가 서점가서 직접 샀는데 시 에세이에 들어가있더라고요. 직접 이렇게 문장에 손을 대지 않는 조건으로 책을 쓰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 박용만> 책을 쓴 이유는 아시다시피 저는 SNS를 많이 해왔습니다. 또 그러면서 글도 많이 썼고요. 이 책을 낸 이유는 제가 살아온 사업가로서의 치적이라든가 또 그런 걸 이야기하려는 목적은 아니였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SNS에 공요하는 것과 똑같이 글을 써서 책으로 내서 읽는 분들이 그 글을 보시고 공감하시면 공감하시고 피드백이 있으면 피드백도 받고 그걸 공유하는 것이 즐거워서 책을 낸 것이기 때문에 전혀 목적자체가 달랐고요. 또 하나는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저에게 제것을 보이라고 강요하시는 분 없습니다. 또 제가 보여야될 만한 의무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선택해서 글을 통해서 제가 가졌던 생각들,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그 반응을 보고 하는 양방향 소통이 되는 것이 제가 즐거워서 한 일이거든요. 그러니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책을 쓴다는 것도 전혀 말이 안되고요. 제가 쓴 목적은 그런 목적으로 썼습니다. 

◇ 김혜민> 아무도 나를 드러내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나도 강요받아야 할 이유가 없고 정말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소통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였던 것 같아요. 그냥 회장님이 하고 싶어서 그 이유 하나였기 때문에 이렇게 솔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용만>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점이 독자들 반응이 과연 이것이 솔직한 이야기일까, 라는 질문이 나오실 것 같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SNS를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제가 글을 쓸 때는 그것이 친구나 후배들이나 같이 앉아서 술 한잔도 해가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저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고요. SNS는 사실 그것의 연장선상입니다. 제가 보지 않는 분, 인터넷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분들과 친구가 돼서 이야기를 나누는거든요. 책도 역시 마찬가지로 제가 솔직하게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듯이 써내려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면 문체자체도 그렇게 문학적 표현이나 어려운 문체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친구하고 앉아서 이야기 하듯이 쓴 책이기 때문에 목적도 그랬고 그래서 스타일도 그렇게 됐고 그럤습니다. 

◇ 김혜민> 제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책의 구절들을 여러분들게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감동받은 내용을 중심들로 인터뷰를 이끌어갈 꺼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내 이야기를 읽다보면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즐겁고 웃음이 떠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오히려 비웃음이 솟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지만 어떤 잣대에 비춰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냥 친구의 즐거운 이야기를 듣듯이 읽어주시기를 소망 한다” 이렇게 쓰셨는데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독자들이 회장님에 대한 원래 갖고 있던 생각들로 이 책을 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좀 있으셨을 것 같아요. 

◆ 박용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아까 초기에 독자분들이 책을 집어올리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렸지만 이 사회에서 대기업의 저같은 사람들은 한편에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평가도 받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저같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일종에 선입견을 만들어냅니다. 미리 정해진 평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런 잣대에서 보면 이 책이 이해안되는 부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책을 쓴 목적이 그게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써서 대기업의 경영진이지만 저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저도 한 사람의 친구일 수 있다, 라는 그런 생각으로 써내려 갔다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혜민> 이 책은 회장님 취미가 글쓰기와 사진의 하나의 접점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글쓰기나 사진찍기는 사실 자신이든 타인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작업 아닙니까? 이 작업들이 회장님께 어떤 의미들인지 궁금해요.

◆ 박용만> 글쓰기도 저를 표현하는 거고요. 물론 당연히 글쓰기는 제가 가진 생각을 담게 됩니다. 근데 사진은 있는 사물을 찍으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찍으면 누구나 같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버스정류장에 고단하신 할머니, 어르신이 앉아계신 장면을 찍으면 그것이 할머니의 고단함이 제 마음에 크게 오면 그게 사진에서 보이고요. 또 할머니와 상관없이 배경에 있는 교통체증이 짜증이 나는 사람이 찍으면 교통체증이 또 보입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현장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찍는 사람의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집니다. 그것을 잘 전달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제가 가진 생각, 제가 바로보는 눈, 제가 거기서 받은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작업이고 제가 그런 작업을 좋아하고요. 

◇ 김혜민> 원래 사진기자가 꿈이셨다고요.

◆ 박용만> 그렇습니다.  

◇ 김혜민> 아버님에게 굉장히 많이 혼나시고 그 꿈을 접었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 꿈의 연장선 아니겠어요. 사진을 찍는 지금이, 이 일이.

◆ 박용만> 그렇다고 봐야죠. 어렸을 때부터 쭉 즐거워했던 일이니까요.

◇ 김혜민> 소년의 꿈을 다른 형태로 이루어가시고 있는 건데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 제가 읽어 봐드릴게요. “몇해 전 술이 되도록 취한 날 가까운 사람 몇과 사진에 대한 토론을 했다. 만취한 내게 그날 주고받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는 사회의 어려운 모습이 많이 담기는데 그것을 취미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하는 이야기였다. 그날 만취한 상태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보관한 10여년 간의 사진을 모두 파기해버렸다. ”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왜 10년간 찍은 사진을 파기하셨어요?

◆ 박용만> 오늘 현재 와서 생각하면 사실 그럴 일도 아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저도 미숙했고 그 이야기를 저에게 건넨 사람도 미숙했다고 지금 판단을 합니다. 제가 찍는 사진이 다큐멘터리 사진에 가까운 사진들이기 때문에 그 친구가 저에게 사진 찍는 것을 보면 시장을 돌아 다면서 산동네를 올라가서 사진 찍고 이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장면들을 찍게 되는 그게 어떻게 자네 취미가 될 수 있겠나, 라는 이야기를 저한테 했습니다. 또 그 이야기를 들은 저도 그것에 대해 갑자기 죄의식도 많이 생겼고 그래서 이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서 그날 만취상태에서 다 깨 부시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평가로써 될 일은 아니고요. 잘잘못을 누군가 평가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 시선이 있는 것이고 그 시선에 공감할 수 있거나 공감하지 않을 뿐이지 그 시선자체가 잘못 되고 잘되고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같으면 안 그랬을 것 같은데.

◇ 김혜민> 지금 회장님께서는 미숙해서 한 일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제가 이 부분에 감동 깊었던 건 저는 그것이 기본적으로 회장님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존경으로 느껴졌기 때문이거든요. 이 책에서 결국 기승전 사람이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 사람에 대한 애정이 지금의 박용만 회장의 리더십을 만든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은 사업은 정보 속에 생존을 위한 경쟁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사람을 품고 애정을 쏟는 일이 가능합니까? 

◆ 박용만> 가능하죠. 우선 애정을 쏟는 것은 제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여태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자기 자식도 그렇고 회사의 구성원도 그렇고 사랑을 쏟은 만큼 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사업을 하면서 보면 성공적인 제품, 성공적인 사업. 또 제품이 인기를 잃든가, 사업도 그 유효성을 잃으면 시들어갑니다. 그런데 사람을 잘 길러내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이 되면 제품과 사업을 바꿔가면서 지속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깐 기업의 경영이라는데서 사람에 대한 투자만큼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거군요. 그 두 개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거예요. 

◆ 박용만> 그렇습니다. 

◇ 김혜민> 지금 청취자분의 문자가 비슷한 맥락인 것 같은데 8225님께서 회장님의 인문학적인 깊은 소양이 느껴집니다. 그런 감성적인 부분이 경영에 이용할 좋은 결과가 나온 부분이 있나요? 아니면 경영운영에 장애되시진 않으셨나요?, 라고 문자를 주셨는데 이 분은 감성적인 부분으로 한정을 하셨는데 저는 그걸 범위를 넓혀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에 대한 많은 애정, 감성적인 부분 이게 효율을 중시해야하는 경영에서 어떻게 발현이 됐을까요? 

◆ 박용만> 아까 질문하신 분의 의도는 감성적인 부분이 애정의 한측면 아니겠습니까. 애정도 상당히 계획 하에 사람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애정이고요. 또 감성적으로 사람이 좋고 나쁘고에 따라 마음이 다가가는 것도 그냥 애정입니다. 그런데 사업에 있어서는 물론 감성적인 측면이 너무 강조가 되면 그건 아마 그다지 도움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그렇고 경영하는 사람도 인간이기 때문에 감성적인 애정이 전혀 없으면 그러면 계획된 애정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거든요. 또 투자를 할 때 선택을 할 때도 감성적 애정이 일부는 있어야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 투자결정 조금 영위하거든요. 그래서 지나친 감성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면 인간의 본능에 있는 어느 정도의 감성은 관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제가 인간에 대한 애정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드린 이유는 사실 대한민국이 지금 심각한 분열 속에 있습니다. 그 속에서도 기업과 노동자의 갈등이 굉장히 큰데 저도 노동자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생생경제 진행하면서 노동자의 편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이해하시죠?

◆ 박용만> 예, 이해합니다. 

◇ 김혜민> 기업의 논리와 이익이 분명히 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느 때는 기업이 하는 행태들이 그렇지 않아서 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굉장히 화가 날 때가 있거든요. 대한상회회장이기도 하시니깐 기업과 노동자의 갈등과 반목을 어떻게 줄일 수 있겠습니까?

◆ 박용만> 글쎄요. 이것은 저라는 개인이 가진 생각이라고 받아주시고 들어주셨음 좋겠습니다. 노사관계도 근본은 약속입니다. 약속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약속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약속에 따른 기대가 생기고 또 약속의 바닥에는 공동체라는 것이 깔려있습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예를 들어 일하시는 분 입장에서 약속을 한다는 것은 정해진 만큼의 노동과 노력을 투입을 하면 정해진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중심으로 해서 그런 약속들이 많아지는데, 나는 그 약속은 사측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지켜주셨음 좋겠는데 나는 일은 최소한으로 했으면 좋겠다든지 그래도 곤란한 것 아니겠습니까? 반대로 마찬가지로 경영자 입장에서도 약속에 의해서 근로자분들이 구성원 분들이 노력을 집어넣는데 내가 급여를 얼마만큼 주니깐 모든 것을 다 희생을 해라, 라는 것은 맞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애사심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자발적인 동기에서 생긴 공동체 의식에서만 가능한 거거든요. 그니깐 서로간의 약속에 의해서 맺어진 관계지만 그 약속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지 않으면 공동체 의식이 생기기가 참 쉽지 않다. 공동체 의식이 없으면 약속만을 이유로 서로에게 강요하는 그 어느 쪽도 맞을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결국은 사람이 중심에 서야 됩니다. 그 약속조차도. 그런데 저는 기업인이니깐 기업인 입장에서 구성원을 바라보면 구성원은 항상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회사의 구성원이고 다른 하나는 조합의 조합원입니다. 그런데 제가 할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 조합원의 모자가 커질 수 밖에 없고요. 제가 할 도리를 다하면 구성원의 모자가 커지더군요. 제 경험에 의하면. 그런데 제가 할 도리를 안 하고 조합원의 모자가 커지면 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한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약속을 지키고 또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지면 노사 간의 갈등은 많이 줄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혜민> 조직이라는 말보다 저도 공동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노사관계의 근본은 약속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우리가 말한 이 말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려면 노사가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고요. 무엇보다도 함께 상생하고 생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책에 그런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셨거든요. 

◆ 박용만> 예,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앞에 계시니깐 여성평등에 대한 이야기 많이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성에 대한 배려라는 이야기도 우리가 많이 합니다. 물론 이 사회에서 그런 남성, 여성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해야 됨 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육아는 여성의 몫이다, 라는 시선이 많지 않습니까?  그것까지 제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건 사회의 시선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러한 사회에 기대가 있을 때 여성 직원은 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러가야 되거든요. 근데 시간이 돼서 일이 끝나는 것은 과학적으로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6시에 일이 끝나는데 5시에 갑자기 회의를 한다고 소집을 한다든지 5시에 갑자기 숙제를 준다든지 하면 남성은 약속을 취소하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가 기다리는 여성은 아이를 취소하고 일을 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육아와 직장이 서로 충돌할 때 그것은 육아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형적인 즉흥적 업무가 많아지고 그런 즉흥성의 요구가 많아지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또 마찬가지로 공장에서도 보면 힘이 쎈 사람이 있고 힘이 약한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여성은 힘이 약할 수밖에 없죠. 그럼 이제 중량물을 옮길 때는 미리 정해진 약속에 의해서 신청을 하면 지계차가 몇 시에 약속된 대로 와서 중량물을 옮기면 되는데 일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우리 이거 들어서 나르지, 라고 하면 즉흥적인 결정에 힘이 약한 사람은 동참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나중에 여자가 있으니깐 일이 안 되네, 와 같은 모든 일을 보면 처음부터 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시스템을 미리 갖추어 놓으면 성평등 이라는 말을 꺼낼 필요조차 없는데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짜여 질 걸 놔두고 거꾸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배려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여성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시스템이 되어 있으면 배려를 안 해도 되는데, 왜 배려한다는 말로 나를 배려 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느냐, 라는 그 생각이 상당히 강할 것 같았습니다. 이는 여성뿐 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모든 차별은 다 관련이 되어 있죠. 신체적인 것도 그렇고 학력의 차이도 그럴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타파하는 길은 일을 과학화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많이 그쪽으로 초점을 잡아서 노력을 했는데 제가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 만큼 가지를 못해서 항상 그 부분이 미안하기도 하고 거울을 바라보면 항상 제 자신에게 불만입니다. 해내는 능력이 없다고 제가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좀 있으니까요. 

◇ 김혜민> 지금 박용만 회장님이 말씀하신 저 반성의 부분은 여러분 책을 보시면 회장님께서 아주 진솔하고 진실 되게 쓰셨습니다. 오늘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의 저자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광고 듣고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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