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심리학서 《미움받을 용기》는 한국에서만 무려 16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책의 저자 중 하나인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라 한국 독자를 위해 쓴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즉 한국어 판본이 원본입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자신의 저작들이 한국에서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어와 한국이란 나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영화를 전공한 자신의 한국어 선생님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 영화,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철학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 문제’의 실마리를 얻는다면 어떨까?”
영화 상영관처럼 책의 목차를 구성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책장을 열면 ‘연인과 부부’ ‘가족과 부모’ ‘나와 인생’ ‘세상’ ‘사회 속 인간관계’까지 5개의 상영관이 펼쳐집니다.
이 상영관에서 〈봄날은 간다〉, 〈마더〉, 〈복수는 나의 것〉, 〈버닝〉, 〈동주〉 등을 포함해 19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 속 주인공 23명은 철학자를 찾아와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두 주인공에게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겪은 일 때문도, 두 사람이 미숙했기 때문도 아니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서로가 몰랐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합니다.
한편 영화 「동주」의 주인공은 철학자와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동주: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행동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철학자: 시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동주: 아니요. 철학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입니다. 동주 씨의 일은 시인으로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철학자 앞에서 자신의 고민을 쏟아내는 한국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며, 독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삶의 문제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철학자의 조언을 통해 고통의 실체를 직시함으로서 삶의 해법을 스스로 찾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