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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1노총이란 이유로 경사노위 참석하지 않을 것”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2-27 09:54  | 조회 : 2350 
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 출연자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언론 보도 이전에 현장에서는 이미 민주노총이 제1노총 분위기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와 정부 정책 변화가 필요
-한국 노동조합 조직율 11.6%에 불과, 북유럽은 60%
-한국노총 정상, 민주노총은 과격? 잘못된 이분법
-한국, 노동운동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전혀 없어
-프랑스는 시민 노동교육이 초중등 필수과목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민주노총이 창립 23년 만에 한국노총을 제치고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제1노동단체로 등극했습니다.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노사정 관계 변화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는데요.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이하 하종강): 안녕하세요. 

◇ 노영희: 1월 2일에 복귀를 앞두고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7명이 일방적으로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09년에 대규모 정리해고로 쫓겨났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있나 보다, 그동안 10년 정도 싸웠으니까. 기뻐했는데 갑자기 이런 휴직 통보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하종강: 문재인 정부 들어선 뒤에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가 KTX 승무원들의 복직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 두 건이었거든요. 10년 만에 복직이 된 겁니다. 그래서 7월 1일자로 복직됐지만 업무에 실제 투입되는 게 1월 2일부터로 약속돼 있던 거거든요. 그런데 1월 2일부터 무기한 휴직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통보받은 거죠. 쌍용차 노동자 중에서는 다른 직장에 취업했다가 돌아오려고 이사한 사람도 있고, 퇴직한 사람도 있고 이렇거든요. KTX 승무원 같은 경우에는 합의 내용까지 올해까지 복직시킨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회사가 언제 복직시켰을 것 같아요? 12월 31일자로 복직시켰어요. 이게 한국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올해 안에 복직하기로 약속시켜놓고 12월 31일자로 복직시키는 게 너무 속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쌍용차 사건은 그렇게 복직이 됐는데 다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가게 된 겁니다.

◇ 노영희: 그러면 휴직 기간 동안에는 월급도 못 받고 그런 거예요?

◆ 하종강: 그런데 그건 70%를 지급하겠다는 게 회사가 내세운 약속인데. 중요한 문제는 이걸 합의하는 과정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는 거죠. 쌍용차의 기업노조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10년 전에 투쟁 당시에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새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인데, 아무래도 좀 노사협조주의적인 그런 노동조합이죠. 그 노동조합과 합의한 사항이 통보된 거거든요.

◇ 노영희: 아니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회사 입장에선 내가 70%를 주는 일이 있더라도 당신들을 다 고용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이런 생각 때문인 건가요?

◆ 하종강: 물론 회사는 겉으로는 이게 경영상의 이유라고 내세우지만 그 직원이 수천 명인 회사에서 47명이 복직하는 게 경영상에 부담이 된다. 그러면 사실 문 닫아야죠, 그 회사는. 그리고 47명이 들어와서 사실 노동조합을 복원하려고 하는 노력이 회사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사실 경영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와서 회사를 또 시끄럽게 내지는 어지럽게 할까 봐, 이런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군요.

◆ 하종강: 쌍용 사건 당시에 이게 기회가 있으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문국현 씨 같은 경우에도 어떤 해법을 제시했냐면 가서, 그 사람은 기업 경영자 출신이잖아요.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즉 1000명을 해고하지 말고 나머지 수천 명이 고통을 분담해라. 노동작업시간을 단축해서 수천 명이, 그게 노동조합이 제시했던 안과 거의 같은 안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무급 수년 휴직하고 노동시간 단축하겠다. 그러면 해고하지 않고 노동비용 절약할 수 있는데 그게 회사가 처음에 1000 몇 백 명 해고하면서 절약하려고 했던 인건비보다 1000억 정도 더 절약할 수 있는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기업 경영자 출신의 정치인도 가서 그런 해법을 제시했고 그게 어떤 구호로 나왔냐면 함께 살자, 이런 구소로 나왔던 거거든요. 그런데 합리적인 방안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이걸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그 회사가 공식적인 기자회견 외에 기자회견 끝나고 돌아갈 때 경영자가 출입기자들하고 굉장히 친해지잖아요. 지나가면서 한 말이 찍힌 동영상이 있어요. 뭐라고 얘기했냐면, ‘강성노조가 있는 기업을 누가 인수하려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게 찍힌 동영상이 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그 과정을 통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상징되는 강성노조를 와해시켜보겠다는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이게 그 사건 전체에 깔려있는 배경인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 노영희: 일단 확인은 안 됐습니다만 마음이 아픈 그런 상황이 됐군요. 좋습니다. 그리고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추월해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제1노총, 제1 노조단체 이렇게 된 건데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 하종강: 이게 언론에 보도가 돼서 기사화됐을 뿐이지, 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제1노조다, 이런 정서가 상당히 강했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 조합원 통계에는 그동안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법외노조였으니까. 그런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수 차이보다 항상 이 두 노조 수가 훨씬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공무원 노조가 포함됐으니까.

◇ 노영희: 그래서 많아진 거예요?

◆ 하종강: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전교조는 아직도 포함된 수가 아니니까 전교조 조합원 수가 포함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거고요. 현장에서는 실제적으로는 민주노총이 제1노조다. 이런 정서가 상당히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기업 경영계에서 오히려 심각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 노영희: 그렇죠. 사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일단 공무원이 사실 법외노조에서 법 안으로 들어왔다는 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 하종강: 제가 주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신문이나 보수언론 논조를 보니까요. 기업의 경영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조만 호황을 부리는 셈이다. 강성일변도 민노총이 제1노총 자리를 꿰차게 돼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산업현장 대혼란이 우려된다. 심지어 사설 제목을 ‘기업 쪼그라든 마당에 민노총만 급성장, 이게 정상인가’ 이런 제목의 사설을 쓰는 언론도 있는데 저는 사실 이 언론이 정상인가 싶어요. 이게 또 말씀드리면 민주노총이 언론사에 몇 번 통보를 했거든요. 정식 약칭은 민주노총입니다. 민노총을 표기하지 마십시오. 통보했더니 보통 진보언론으로 분류된 언론들은 ‘민노총 ’표기 숫자가 확 줄었어요. 그런데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표기 숫자가 늘었어요, 그 후에. 의도적으로 이 표현을 사용하는 거죠, 민노총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 노영희: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닌가 얘기해볼 수 있는 건데요. 그런데 또 사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계속해서 협상을 안 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다. 또 민노총이 사실 너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강성노조화가 되면서 건건이 모든 것을 다 반대한다. 이럼 우리나라가 어떻게 또 발전하겠냐. 형편이 너무 어렵지 않냐. 이런 이야기 계속 하거든요.

◆ 하종강: 얼마 전에 한 경제신문이 ‘민노총 대해부’ 이런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었어요. 16개인가 17개인가 기사를 기획 시리즈를 썼는데, 그 첫 번째 기사 제목이 뭐였냐면 ‘무소불위 민노총 53개 정부 위원회에서 국정에 입김’ 이렇게 제목을 뽑았거든요. 사실 이게 53개가 아니라 530개가 돼도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왜냐하면 노사정이 가히 동수로 참여하는 위원회들이고, 사실 한국노총 위원 수가 항상 민주노총 위원 수보다 좀 많았기 때문에 전체 위원 중에 민주노총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수가 1/6 정도예요. 그래서 사실 걸림돌이 되고 싶어도 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걸 걱정할 상황은 아닌데 그렇게 분석했던 거고요. 지금 제1노조가 됐으니까 책임의식을 가지고 경사노위에 참여해라. 이게 대부분의 논조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1노조인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정부와 기업이 좀 더 엄정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사실은.

◇ 노영희: 무슨 뜻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 하종강: 그동안은 민주노총이 제1노조가 아니었으니까 참여하지 않아도 별로 부담이 없었지만 이제는 제1노조가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 경사노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렇게 되려면 좀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 노영희: 지금 가장 불만이 뭡니까, 정부에 대해서 그러면? 민주노총이 이렇게 참여도 하지 않고 보이콧이잖아요, 말하자면 항의 표시로. 

◆ 하종강: 노사정협의체가 나라마다 대부분 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 노사정협의체는 실제로 노사정이 모여서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방향의 합의들을 계속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연대임금제죠.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지금 기업규모별 임금차별이 금지돼 있거든요. 똑같은 경력의 똑같은 자격이면, 예를 들어서 2급 기능사 선반공 그러면 몇 만 명이 있는 볼보에 근무하는 선반공이나 동네 작은 중소기업 선반공 임금이 같아야 해요. 그리고 간호사다 그러면 이제 경력 3년 간호사다. 그러면 몇 천 명의 간호사가 있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나, 동네 작은 의원에 있거나 임금이 같아야 하는 게 스웨덴 방식인데, 물론 그게 많이 훼손되긴 했어요, 그 후에. 그게 노사정협의체 결정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그런 직종이 있어요. 보면 공무원 교사 군인은 그렇거든요. 육군본부에 있거나 철책을 지키거나, 다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받잖아요. 이런 게 노사정협의체의 성과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보면 노동자가 양보할 것을 이미 정해놓고 설득하는 과정처럼 보이는 게 많거든요. 주52시간제 유예하겠다. 그다음에 탄력근로제 기간을 연장해주겠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 이원화시키겠다. 이런 게 다 노동자가 일정 정도 양보해야 하는 내용들입니다.

◇ 노영희: 그걸 미리 정해놓고 그걸 안 받아들이면 마치 나쁜 사람인 것처럼 지금 모양새가 된다는 건가요?

◆ 하종강: 그렇게 의도적으로 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이니까 민주노총이 들어가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리고 지금 집행부는 사실 출범할 때부터 선거할 때부터 경사노위 참여하겠다는 걸 공약으로 내세운 집행부가 지금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런 절차적 민주주의를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집행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대의원대회 통과가 돼야 해요. 이게 그동안 안 된 거거든요. 그런데 대의원대회 통과가 되려면 지금 경사노위는 어려워요. 뭔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오는 거죠. 단순히 조합원 수가 가장 많아졌다는 것을 이유로 자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진 않을 겁니다, 민주노총이.

◇ 노영희: 그런데 지금 0507 쓰시는 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노조가 약자입니까? 노조부터 개혁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민노총을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의견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게 사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있는 것 같아요.

◆ 하종강: 굉장히 많죠.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인데요. 사실 한국 지금 노동조합 조직률이 11.6%입니다. 이번에 많이 증가했다고 해도 11.6%예요. 북유럽은 항상 60% 정도잖아요. 우리 경쟁 대상인 아시아의 일본, 싱가포르, 대만과 비교해도 1/3~1/2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노동운동에 대한 거의 포비아 현상이 있어요. 한국 노동운동이 크게 잘못했다기보다 노동운동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운동에 대해서 특별히 혐오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역사적 과정이 있었어요. 단적으로 우리가 유일한 분단국이잖아요. 그런데 이북에 있는 집권당 명칭이 노동당이고 발행하는 신문은 노동신문이니까 일단 노동에 대한 레드컴플렉스가 있는 거예요. 

◇ 노영희: 노동이란 글자 자체에 대한.

◆ 하종강: 그리고 한국노총은 굉장히 정상적인 노동운동인데 민주노총은 지나치게 과격하다. 이런 이분법도 잘못된 겁니다. 사실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요. 한국 노동운동처럼 온건한 노동운동이 없어요. 1년에 발생하는 파업 사업장 수도 몇 개 안 되고. 그런데 한국은 노동에 대한 지나친 혐오감이 형성돼 있는 데다가, 예를 들어서 독일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과정에서 1년 동안 모의 노사 교섭을 6번 정도 진행하거든요. 초등학생 때부터 경영자 입장도 맡아보고 노동자 입장도 맡아보면서 미래 사회 준비하는데 거기 직접 연수 가서 보고 온 교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항상 노동자 간부 역할을 신청하는 학생이 훨씬 많아서 경영자 대표 역할 하는 학생이 부족하다는 거죠. 어떤 학급은 한 명 빼고 전부 노동자 간부 역할을 신청하더라는 거예요.

◇ 노영희: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인가요?

◆ 하종강: 우리나라는 아예 그런 교육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한 명은 나중에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을 학생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프랑스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1학년 시민법률사회 교과서 1/3 정도의 분량이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 짜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거든요. 그러면 아니 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 단체교섭의 전략전술을 몇 달 동안 가르치는 거야,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갖겠지만 이런 걸 하지 않은 나라가 우리밖에 없습니다. 이게 일본도 미국도 다 해요. 유럽에 있는 나라뿐이 아니라, 우리만 이 교육을 하지 않거든요.

◇ 노영희: 왜 안 하는 거죠?

◆ 하종강: 제도권 교육 속에 노동교육이 아직 없습니다. 최근에 들어서 2~3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거거든요.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시민교육이라는 것이 초중등 필수과목인데 그 과목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노동교육이에요. 그리고 독일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를 보면 교섭할 때 노동조합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방식, 홍보물을 작성하는 법, 언론과 인터뷰하는 요령, 노동자 간부 간에 연설물을 작성하는 방식, 이런 마치 우리가 볼 때는 데모하는 기술 가르치는 것 같은 수업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돼 있거든요.

◇ 노영희: 사실 그렇게도 좀 들릴 수 있겠네요.

◆ 하종강: 이런 교육을 다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사회와 이런 교육이 전혀 없이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에서는 일단 토대가 달라서요. 한국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특별히 잘못했다기보다는 우선 그런 배경이 좀 노동운동을 올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입니다.

◇ 노영희: 우리나라가 70년대 80년대에 급격하게 부가 쌓이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기업을 계속해서 육성하고 정부가 지원해준 그런 부분들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거죠?

◆ 하종강: 그렇죠. 실제로 한국의 기업은 그래서 노동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경영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오랫동안.

◇ 노영희: 아예 그냥 노동하는 사람들을, 예를 들면 쥐어짜는 형식으로 일이 이뤄진다는 건가요?

◆ 하종강: 꼭 그렇게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하여튼 최대한 노동력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는 게 현명한 개념처럼.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이 국가 경영에 기여한다고 다 생각하잖아요. 삼성은 절대로 저임금 사업장은 아니거든요. 부가가치로 경쟁해야죠. 지금 유럽연합 대표단이 한국에 와 있으면서까지 문재인 정부에게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잖아요. 그거 왜 요구하겠습니까. 한국 노동자 인권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자기네 나라 기업들은 다 원칙을 지키면서 경영하고 있어요, 비용 들여가면서. 그런데 한국의 기업이 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보는 거거든요. 심지어 학자들이 어떤 표현을 쓰는가 하면, 이건 자유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다, 한국의 기업들이. 당신들이 그걸 준수하지 않으면 우리가 환경세, 탄소세 만들어서 불이익 주겠다는 것이지, 한국 노동자 인권을 존중해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정당한 노동력을 부담해야 경제가 올바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그런 오랫동안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식의 기업 경쟁력을 키워오다 보니까 노동시간이 52시간 정도가 적용된다는 것조차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사실 52시간 노동과 관련해서 또 정부가 1년 정도 유예해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노동자 층하고는 이야기도 사실 잘 안 하고 일방적으로 한 것 아니냐, 후퇴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고.  

◆ 하종강: 52시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문제인데, 우리가 사실 40시간제입니다. 그리고 52시간은 최대 노동시간이에요. 52시간제라는 표현도 좀 문제가 있고요. 굳이 52시간을 넣고 싶으면 52시간을 최대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 최대 노동시간제 이렇게 표현을 해야 하고요. 이게 주5일 근무제가 2004년에 도입됐잖아요, 노무현 참여정부 때. 그런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때 충격이 지금 52시간제 도입하겠다는 때의 충격보다 훨씬 컸습니다. 

◇ 노영희: 그때 그랬죠. 사실 우리가 토요일 날 일을 안 한다는 걸 상상을 못했죠.

◆ 하종강: 예, 그런데 그걸 잘 넘겼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적은 충격인 52시간 최대 노동시간제를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그리고 1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기업이 너무 준비를 안 한 겁니다. 1년 뒤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 노영희: 그때 가면 또 같이 우리 힘들다, 이럴 것이다.

◆ 하종강: 그리고 40시간제가 만들어졌을 때, 근로기준법에 주5일 근무제란 표현은 나오지 않잖아요. 변호사 앞이라 이야기하기 좀 그렇긴 한데, 법률 얘기를 하기는. 다만 보통 8시간씩 근무하니까 40시간제가 되면 5X8=40 이래서 주5일 근무제가 된 거지, 근로기준법상 주40시간제잖아요. 그 뒤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68시간제 말이 안 나왔어요. 항상 최대 노동시간은 40시간에 일주일 최대 12시간 잔업 해서 52시간이 최대 근무시간이다. 이게 계속 행정해석과 하급심의 판결이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주일을 5일로 해석하는 이상한 해석을 하면서 토요일일요일은 일주일에 포함되지 않으니까, 연장근로시간 제한에 포함되지 않아서 12시간 더 일할 수 있다. 이래서 갑자기 68시간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지, 그러니까 사실 52시간제가 과도하게 노동시간을 줄였다기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잠시 잘못 해석하며 늘어났던 노동시간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봐야 해요.

◇ 노영희: 그리고 지금 52시간도 그렇지만 최저임금 1만원 올리겠다고 했던 것도 사실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 

◆ 하종강: 그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달성, 그 공약을 달성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의사 표현을 했고요. 사실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씩 인상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16.4%, 10.9% 해서 난리가 났었으니까 정부가 아마 그걸 밀어붙일 자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속도조절 해야 한다는 표현을 국민에서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니까. 근데 미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40% 인상안을 법원에 냈었거든요. 그리고 의회에 가서 뭐라고 설명했냐면 의원들에게 이 40%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당신들이 그 돈으로 살아봐라, 그러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직접 이야기해서, 검색해보면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 리버럴도 그 정도는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16.4%가 그렇게 우리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만큼 과도한 높은 인상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노영희: 그런데 사실 이번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9일 날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노동개혁을 포함시켰지 않습니까. 이게 그래도 조금 그나마 나은 건가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하종강: 노동개혁이라는 게 사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황당한 조치를 준비했었거든요. 그래서 노동시장 개혁, 노동개혁 이런 단어에 대해서 좀 우리가 상당히 예민해졌어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처음에 집권 초기에는 노동존중사회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거든요. 그리고 그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제로, 그다음에 52시간. 이게 세 가지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노동정책이었는데 사실 이게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중에서 딱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은 게 뭐냐. 이렇게 묻는다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좀 제대로 이뤄보자. 이걸 부탁드리고 싶고요. 지금 사실 자회사 정규직화, 이상한 방식의 정규직화가 많이 이뤄졌어요. 자회사 정규직은 노동자들 스스로 무늬뿐인 정규직이라고 표현하거든요. 자회사 자체가 존립이 불안한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데 서울지하철 같은 경우나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는 100% 직고용화를 이뤘거든요. 마음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지하철에서 가능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기보다 그게 서울시 산하기업이어서 가능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할 수 있거든요, 보면. 그런 롤모델을 잘 보고꼭 자회사 정규직 방식이 아니어도 직고용 정규직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를 깊이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노영희: 노동자와 기업이 서로 상생하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강: 고맙습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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