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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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우정본부가 유족에게 한 말은 “주 52시간 준수했다”였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5-15 15:40  | 조회 : 2086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이은장 집배원의 형 이재홍 씨


[생생경제] 우정본부가 유족에게 한 말은 “주 52시간 준수했다”였다 
- 서른다섯 과로사로 숨진 집배원 유족 이재홍 씨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정규직 집배원이 된다면 성실하게 일하며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자택에서 숨진 서른다섯 살 집배노동자 이은장 씨가 우정 9급 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 응시원서에 쓴 글입니다.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집배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달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사망했는데요. 전국 집배노조는 과도한 업무 탓에 집배원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동생 집배원 故 이은장 씨를 안타깝게 잃은 형 이재홍 씨와 인터뷰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재홍 씨(이하 이재홍)>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례 절차는 마무리가 되셨습니까?

◆ 이재홍> 네, 어제 화장까지 끝내서 마무리가 된 상태입니다.

◇ 김혜민>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은장 씨가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는데, 무엇보다 어머니 마음이 가장 아프실 것 같은데, 어머니는 지금 어떠세요?

◆ 이재홍> 어머니가 지금 많이 불안하고 힘들어하고 계셔서 저희 누나가 지금 같이, 누나네 집으로 가서 같이 계시고 있거든요.

◇ 김혜민> 제가 앞에 은장 씨가 경력채용시험 응시원서에 쓴 글을 청취자분들께 읽어드렸는데, 이게 정규직 지원 서류인 거죠?

◆ 이재홍> 네, 정규직이 이번 7월에 TO가 나서 거기 될 수 있다고 저희한테, 가족들한테는 얘기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좋아하고, 이제 고생은 다 했구나, 네가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는구나, 우리도 그렇게 항상 응원하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저희도 너무 허무하죠.

◇ 김혜민> 은장 씨가 3년간 공주 우체국에서 무기 계약직인 상시계약 집배원으로 일을 했고요. 이 경력이 오래됐기 때문에 올해 7월에 정규직 채용이 유력했고, 은장 씨가 기대하면서 응시원서에 이런 각오를 썼는데, 정규직 지원 서류를 내려고 했던 5월 14일이 발인일이 됐습니다. 평소에 은장 씨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습니까?

◆ 이재홍> 그렇죠.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었고요. 늦게 끝나고 하니까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저희가 파스나 이런 것은 많이 사다 줬거든요. 52시간 하니까 월급도 많이 줄고, 일도 힘들고, 그 시간 안에는 다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으로 가져와서 한 적도 있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 김혜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후에 오히려 업무가 더 가중됐었군요.

◆ 이재홍> 그렇죠. 예전에는 잔업을 해서 그것을 해결했었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니까. 인원이 충원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인원으로 시간만 줄여버리니까 할 수가 없죠.

◇ 김혜민> 동료분들이 우리 동생분에 대해 아주 좋은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고요. 동료분들 일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본인이 나서서 일도 하고, 또 아픈데 쉬지도 않고 했다고 하는데, 은장 씨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 이재홍> 참 제가 봐도 착하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제 동생이지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동료들이 힘들다고 하면 자기가 그러면 내가 도와줄게, 이렇게 얘기를 하고 하니까. 그런 것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를 저도 몰랐지만, 장례식장 와서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 김혜민>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6시에 공식 일을 마치면 오후 9시까지 또 다음 날 배달할 우편물 분류를 했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한 달에 은장 씨가 번 돈이 얼마나 될까요?

◆ 이재홍> 저도 이야기를 안 해서 몰랐는데, 서류를 보니까 다 세금을 제하고 180이 안 되더라고요. 

◇ 김혜민> 은장 씨가 원래는 요리사가 꿈이었다면서요?

◆ 이재홍> 네, 요리사가 꿈이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서울로 가서 열심히 했는데, 이게 자기 가게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가게가 망하면 돈을 못 받으니까 그런 경우가 발생하고 그랬나 봐요. 다시 시골로 내려왔거든요. 고향으로 내려와서 친구들이 우체국에 있으니까 와서 해봐라. 친구들이랑 같이 있고 싶고, 고향이고 하니까. 조금만 하면 정규직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같이 일을 했던 거죠. 참고서 다했던 거죠.

◇ 김혜민> 요리사가 꿈이었던 청년이 서울로 올라갔는데, 그 꿈을 이루기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었고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봉양하면서 생계를 위해 집배원 일을 했고, 3년간 성실하게 해서 정규직 채용을 기대하는 과정 가운데에 이런 사고가 있었습니다. 혹시 우정본부 측에서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입장이라든지, 위로의 말씀이라든지, 이런 게 있었습니까? 

◆ 이재홍> 공식적인 입장은, 저희한테 와서 이야기했던 것은 없고요. 주 52시간은 준수했다고, 그런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저희가 만약에 요청하는 자료가 있으면 제공은 해주겠다고, 그렇게만 이야기하더라고요. 지인들 말은 52시간 업무를 해도 6시가 되면 카드를 얼른 찍으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말로는 가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지만, 다음 날 일을 하려면 정리를 해야 하는데 출근해서 할 수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퇴근도 빠르면 7시. 늦으면 9시가 넘어서 이런 식으로 집에 오곤 했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그러더라고요.

◇ 김혜민> 가족들이, 특히 어머님이 누구보다 아들이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일 끝나고 돌아오는지를 아는데요. 장례식장에 와서 우리는 52시간을 지켰다, 서류 필요하면 보여주겠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씀을 해주시네요. 유족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 가운데 빠져있을 이때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회가 조금 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실 거예요. 어떤 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까?

◆ 이재홍>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는 일단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인력 충원이나 처우 개선, 이런 게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사측이나 이쪽 입장에서는 조금만 쉬쉬하고 넘어가면 그냥 묻히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인원 충원도 적자라고, 못 한다고, 그렇기 이야기하시지만, 지금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시고, 인원을 충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혜민> 평소에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 일한 청년입니다. 너무 짧은 삶을 살고 간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 이재홍> 이제 힘든 거 다 끝나고 정식 직원 된다고 좋아하면서 좋은 일만 남았는데,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 비록 여기서는 고생했지만, 좋은 곳에 가서 그쪽에서는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혜민> 형님 이재홍 씨와 인터뷰 나눴는데요. 어머님 좀 잘 보살펴주시고요. 은장 씨 몫까지 아들의 몫, 자녀의 몫, 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재홍>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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