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입니다. 봄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거리이지요.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거리’는 비단 꽃피는 봄만 맞지 않습니다. 역사의 봄을 맞는 곳이기도 하지요.
거리에서 피어나는 역사의 봄. 어쩌면 1960년 4월19일에도 봄은 왔었지요.
“무엇보다 나는 4.19세대로서 그 현장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경찰이 당시 (중략) 학생데모대를 향해 총을 마구 쏘아대는 현장을 목격했다. (중략) 깡패들이 학생들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숨을 죽이면서 문틈으로 이를 엿보았다.”
당시 시위대에 있었던 문학청년은 어느 사이 재야사학자가 되었고, 이후 1987년 6월, 전투경찰들이 ‘할아버지는 빨리 들어가세요’라며 말리는데도 쉰이 넘은 나이로 거리에 나섰고, 그리고 2016년 여든이 넘어 촛불을 들고 한겨울의 촛불시위에 나섰습니다.
광장에서 민중이 이뤄내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며 이것이 바로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라고 보는 재야 사학자 이이화 선생. 그는 이런 소용돌이의 시초를 찾아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러시아에 이권을 넘긴 비자주적 외교에 성난 시민들이 모여서 서울역과 남대문을 지나 경운궁 대한문으로 몰려가 장작불을 피워놓고 밤새 시위를 벌였던 만민공동회가 그 근원이라는 것인데요.
그때 이후로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거리에서 느낀 민중의 숨결. 변혁운동과 인권운동의 역사, 그리고 겨레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역사기행 보고서를 한 권의 책에 담았지요.
쉬지 않고 앞으로 굴러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 사람들이 팔을 걷고 힘을 합쳐 외쳐대는 함성이 오늘따라 더 크게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