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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용

7월 9일 (목) 정여울의 <그림자여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7-09 07:31  | 조회 : 1072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문학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정여울의 산문집 <그림자 여행>에서 ‘나를 깨우는 산책자의 발’이란 제목의 글을 소개합니다.

머릿속이 난마처럼 얽혀버린 시간, 어떤 위로도 불안한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는 시간, 그러면 나는 무작정 산책을 나간다. 대낮의 산책도 좋지만, 가장 매혹적인 산책은 역시 한밤중에 이루어진다. (…) 밤 산책은 목적이 없을수록 좋다. 쓰레기봉투를 사러 나간다든지, 비누나 치약을 사러 가는 등 가벼운 목적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욕심도 금물이다. (…) 별다른 목적 없이 정처 없는 발걸음은 ‘머리’가 아닌 ‘발자국’으로 사유하는 법을 깨닫게 만든다.
오늘도 하루 종일 일거리를 싸안고 씨름하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아 포기하는 마음으로 밤 산책을 나갔다. 그러자 (…) 잠들어 있던 내 ‘산책자의 발’은 고집스레 앉아만 있던 내 머리를 향해 자꾸만 낯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일에 찌들지 않고, 출근길의 혼잡에 시달리지 않고, 한가로이 밤 산책의 묘미를 즐기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출근길에 그토록 많이 보였던 뾰족한 하이힐과 무거운 서류 가방,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맨손으로 아무런 준비물 없이 수풀이 우거진 마을의 오솔길을 찬찬히 걷고 있었다. (…)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도, 휴대전화 판매점의 호객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 풀벌레 소리와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가 오롯이 제 목소리를 연주하기 시작하는 시간, 어디론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평범한 동네가 천상의 놀이터가 되는 순간이다.(32~35쪽 축약)

작가의 밤 산책에 따라나서고 싶은데요, 이밖에도 에세이 50편과 사진 50장을 통해서 영화와 문학작품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내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오늘의 책, 정여울의 <그림자여행>(추수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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