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
  • 방송시간 : [월~금] 07:15~09:00
  • 진행: 배승희 / PD: 신동진, 이시은 / 작가 :김영조, 정은진 / 유튜브AD: 이진하

인터뷰전문보기

"인간이 작은 존재이면서 큰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것이 재난영화"-오동진 영화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7-11 09:48  | 조회 : 3712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시네마 인 뉴스 : 오동진 영화평론가



앵커:
태풍 ‘너구리’가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흔적들은 상당히 많이 남은 지역들이 있죠? 제주지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태풍, 홍수, 가뭄 같은 자연의 거대한 흐름 가운데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항상 이럴 때만 실감되는 거 같은데요. 이러한 재난의 공포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영화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죠. 영화평론가의 대부이시죠. 제가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데 잭 니콜슨과 닮은 사나이 오동진 평론가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오동진):
네, 안녕하세요. 아침마다 선글라스를 껴서 죄송합니다.

앵커:
아니에요. 진짜 잭 니콜슨 같아요.

오동진:
아침 햇빛이 너무 찬란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앵커:
가슴이 아려오네요.

오동진:
아까 거대한 흐름 가운데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냐고 말씀하셨잖아요? 재난영화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작으면서도 얼마나 큰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오동진:
재해에 맞서서 꼭 영웅들이 나오고 인간이 인간들을 구원하는 희생의 얘기가 나오고. 인간이 인간적이거나 숭고한 모습을 보일 때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생할 때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난영화에는 희생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 거 같고요. 아마 그러한 측면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느끼니까 작은 존재이면서 큰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것이 재난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그렇죠. 그런데 재난영화, 자연재해의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오동진:
아마 TV를 통해서 굉장히 많이 보신영화가 007역을 맡았던 피어스 브로스넌의 <단테스 피크>.

앵커:
화산폭발 하는 이야기죠?

오동진:
네. 이 영화는 사실 극장에서 성공했다기보다는 공중파나 케이블 TV를 통해서 매우 반복적으로,

앵커:
반복하면 역시 <나홀로 집에>쫓아갈 게 없죠.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나오잖아요?

오동진:
네. <나홀로 집에> 같은 경우엔 이제 오히려 안 나오죠 하도 나와서. <단테스 피크>도 그 정도로 많이 방송이 돼서 굉장히 친숙한 재난영화 일거 같고요. 또 하나는 <투모로우>같은 작품들.

앵커:
그건 바다에서? 아.. 빙하기.

오동진:
사실 <투모로우>는 빙하기 얘기인 척, 자연재해 영화인 척 외피를 둘러싸고 있지만 사실은 아버지 영화죠. 부성애에 대한 영화이고요. 저는 <투모로우> 같은 영화를 보면 빙하기가 오는데 사람들은 다 남쪽으로 피난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꾸로 아버지는 아들을 구하러 위로 올라가죠.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올라갑니다. 사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빙하기 얘기, 자연재해를 맞았을 때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받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성애. 부성애는 사실 지도자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서 아버지의 부재, 부성애의 상실을 얘기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을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투모로우> 볼 때마다 그 시절은 사실 부시 시절에 나왔던 자연재해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사회적으로 재해의 기간이었다. 미국의 부시정부에 대해서 물론 옹호하는 분도 많습니다만 비판적인 사람들은, 당시 이라크 전쟁 일으켰죠, 9.11테러 사건 있었죠. 사실 부시정부 시절에 많은 미국사회에서의 가치들이 상실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재해 영화였지만 <투모로우> 같은 작품은 사회적 재앙, 정치적인 위기를 암시적으로 그린 영화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투모로우> 같은 영화도 <단테스 피크>처럼 케이블TV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방송돼서 많이 아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재난영화는 CG가 불가피하잖아요? <대지진> 이런 영화도 있는데. CG를 잘 하면 괜찮은데 CG를 잘 못하면 코미디가 돼버려요 재난영화가.

오동진:
눈높이가 계속 업그레이드 돼요. 그래서 사실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실사와 거의 비슷한 상황까지 오게 되는 게, 계속 업그레이드 되거든요? 작년에는 그럴듯한 그래픽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올해 보면 또 다르고. 그래픽의 현실감, 리얼리티가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서.

앵커:
일취월장 한다는 얘기군요.

오동진:
그렇죠. 예전 영화는 좀 엉성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래도 저는 <쥬라기 공원>을 보면 지금 봐도 그건 그럴듯해 보이던데.

오동진:
한국에서 <쥬라기 공원>의 기술력에 버금가는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력을 보였던 분이, 여러분들께서 많이 인정하고 있진 않으시지만, 심형래씨가 그랬습니다. 정말로. 영구아트무비가 굉장히 고농도의 기술을 갖고 있던 한국의 그래픽 회사였거든요?

앵커:
<용가리> 이런 거요?

오동진:
<디 워>. 사실 그래픽 기술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쥬라기 공원>에서 잘 복기해서 보시면 공룡이 뛰어갈 때 발걸음에서 먼지가 풀썩풀썩 납니다. 다 그래픽이거든요?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공룡이 예를 들면, 네스호의 괴물 같은 공룡이 연못을 또는 큰 호수를 지나갈 때 그림자가 지나가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사실 한국에서 살리지 못했는데 그런 것들을 만들던 회사가 심형래씨가 있던 영구아트무비였고요. 그러니까 심형래씨가 잘못했던 것은, 제가 방송에서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그 기술력과 영화를 결합하면 좋았을 텐데 늘 연출을 하려고 했던 거죠. 예컨대 할리우드에서 조지 루카스가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ILM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특수효과 회사를 할리우드에서 키웠거든요? 그래서 심형래씨처럼 그래픽에 대한 노하우나 생각이 많은 분이었다면 자연재해 영화를 누군가 만들 때 기술력으로 붙었으면, 아직도 사실은 그게 큰 회사로 남아있었을 겁니다.

앵커:
예리한 지적이네요. 사실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잖아요?

오동진:
그렇죠. 연출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기술력과 이걸 구분해야 한다.

오동진:
아마 독보적인 회사가 됐을 거예요 영구아트무비는.

앵커:
<디 워>같은 걸 보면 너무 연기력이 딸리는 배우들도 나와서 저는 실망을 많이 했었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또 그러네요.

오동진:
<디 워>에서 사실 이무기가 건물을 휘감고 올라가는 커트 장면 같은 경우가, 사실 6일 정도의 인코딩 작업을 통해서 이뤄진 거거든요? 사실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 거고요. 그런 것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던 곳이 사실, 제가 자연재해 영화를 하다가,

앵커:
아뇨 재밌어요.

오동진:
영구아트무비는 그러한 측면에서는 직원들의 기술력이나 개개인이 뛰어났던 회사고요. 잘 지켜졌으면 한국 컴퓨터 그래픽 영화에 일정한 역사의 장을 새겼을 수 있는 회사였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영화 말씀하시니까 <해운대>가 생각나네요. <해운대>도 재난영화 아닙니까?

오동진:
<해운대>는 그래픽 회사가 없어서 사실 외국의 회사에게 쓰나미의 표현력을 요청했었죠. 그래서 그러려면 밑그림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미국의 회사에서 해운대의 사진을 보내 달라, 거기에 입혀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름시즌의 해운대 모습을 보내줬겠죠? 바글바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피서 모습을 보여줬더니, 외국의 회사에서 그 사진을 받고나서 CG입힌 사진 말고 너희들 그냥 해변사진을 보내달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쪽 사람들은 한국 부산 해운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CG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윤제균 감독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해서 아니다, 이거 실사다. 그쪽 그래픽 감독은 믿질 않는 거예요. 장난치지 말고 해변의 그림을 보내 달라. 그래서 그걸 설득하는데 힘들었다는 후담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게 현실의 비현실이고 비현실의 현실이라고, 사실 7,8월에 부산 해운대에 오시면 기가 막히죠. 이건 해변이 아니죠.

앵커:
그렇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 테니까.

오동진:
비치 파라솔이 완벽하게 해변가를 차지하고 있고. 거기에 수십, 수백 인파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을 한 번 몸에 잠깐 담그는 거고. 서핑을 즐긴다든지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를 만들 때 그 얘길 하면서.. 부산친구거든요?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전화나 이메일을 보낼 때도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우리가 재해영화 하면 자연재해도 있지만 인재도 있잖아요? <타워>. 사실 <타워>라는 우리나라 영화는 <타워링>의 한국판인 거 같아요.

오동진:
그렇죠. 그 영화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울 건 없는 거 같아요. 큰 건물에서 불이 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는 말씀하신 것처럼 폴 뉴먼의 <타워링>을 버금가는 게 없는 거 같고요. <타워링>같은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는 건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적재해인거고요. 인재는 관리를 잘못해서 벌어지는 거죠. 우리사회에서 많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영화 속에서 관객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없다보니까 영화 속에서라도 그러한 영웅을 보고, 희생하고 사람을 구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연재해를 빙자한 인적재해에 대해서는 많은 대중들의 마음속에는 환상, 판타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라도 나를 구출해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나를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죠. 대부분 자연재해는 굉장히 비극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해피엔딩입니다. 영웅이 희생되더라도 다 구하죠. 사람들은 어쨌든 다시 재생 하고, 살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고, 자연재해를 딛고 다 같이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발견하죠. 그래서 자연재해 영화가 제일의 참상을 그리는 영화라기보다는 사람들의 희망을 그리는 영화라고 보는 거죠.

앵커:
우주에서 갑자기 운석이 온다든지 이런 것도 자연재해 영화죠? <아마겟돈>

오동진:
<그래비티>.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래비티> 같은 영화도 인간은 정말 망망대해 같은 우주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우주를 마음속에 다 껴안고 있는 게 인간 아니겠습니까? 인간 한 가운데 우주가 있고 우주 한 가운데 사람이 있고요. 그래서 <그래비티>같은 영화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속에서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산드라 블록이 사실은 두발을 딛고 올라서는 장면이 있거든요? 굉장히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끝내 두발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가 항상 충만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고요. 재난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재기할 수 있다, 어렵지만 우리는 끝까지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그렇죠. 외계인들이 침공하는 것도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나요?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것도 있고요.

오동진:
사실 <단테스 피크>처럼 방송에서 자주볼 수 있는 영화가, 말씀하신 <인디펜던스 데이>죠. 얼마 전 7월 4일이 지났습니다만 미국의 기념일에 맞춰서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고요. 저는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의문은 들어요. 침공을 당해도 미국 중심이고 재난을 받아도 미국 중심이고. 나중에 해결될 때보면 만세는 이란에서도 만세 부르고, 영국에서도 만세 부르고. 다 미국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서 사실은 할리우드가 세계적인 영화 장사를 하려면 미국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앵커:
슈퍼맨이 구하는 건 미국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세계를 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동진:
그렇죠. 항상 미국 상공에서 올라와서 지구를 받치고 있죠.

앵커:
정말 독특하다고 저도 생각을 하는데. 재난영화에서만 나오는 특이한 인물캐릭터와 구도가 있지 않습니까?

오동진:
늘 고독한 영웅의 스타일이죠.

앵커:
맞아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것.

오동진:
사실 별종 취급받던 사람들, 늘 재난을 외치는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다가 실제 재난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의 희생에 의해서 커뮤니티나 인류, 미국사회가 구출되는 얘기를 담는 경우가 많죠. 사실 저는 재난영화라고 명칭하고 싶지 않고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피서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의도적으로 공포를 찾아요. 조금 전에도 인터뷰를 하셨습니다만 우리사회가 워낙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의식적으로 얘기할 수없는 부분이 많지만 사람들은 여름철이 되고 더워지면 의식적으로 공포스러운 상황들을 보고 싶어 하고요. 그걸 통해서 현실의 안도감, 현실은 그래도 환상속의 모습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걸 더위를 피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이러한 피서영화, 재난영화가 많아지는 겁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오동진:
네.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오동진 영화평론가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