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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라디오북클럽] "기차역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리다"- <아버지의 뒷모습> 주자청 지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1-10-06 10:25  | 조회 : 3704 

기차역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리다

주자청(朱自淸, 1898~1048)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중국에 태어난 문인입니다. 그는 화려하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인간 세상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결하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글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그의 산문 가운데 ‘아버지의 뒷모습’이란 글에는, 다 큰 아들에게 귤을 사주러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조금 소개해볼까요?

“검은색 중절모를 쓰고 검은색 마고자에 남색 두루마기를 입으신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철로변을 약간 휘청거리면서도 천천히 살펴가고 계셨다. 이때의 아버지는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철로를 다 건너서 저쪽 플랫폼에 오르려고 할 때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먼저 양손을 플랫폼 위 바닥에 댄 채 두 다리를 모으고는 위로 오르려고 한껏 뛰셨다. 순간 뚱뚱한 몸이 중심을 잃으며 왼쪽으로 기우뚱하였다. 몹시 힘겨워 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중략)

어느새 아버지는 주황색 귤 한 꾸러미를 안고서 이쪽을 향해 돌아서고 계셨다. 아버지는 먼저 귤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기어 내려오셨다. 아버지는 다시 귤 꾸러미를 안고서 철로를 건너오기 시작했다. 이쪽 가까이 오셨을 때 나는 지체 없이 달려 나가 아버지를 부축하였다.

아버지와 나는 기차에 올랐다. 아버지는 귤 꾸러미를 내 외투 위에 내려 놓으셨다. 이제야 당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신 듯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셨다.
“이만 가 보련다. 도착하거든 편지하거라.”(중략)

나는 아버지를 따라 내려가면서도 아무런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다. 다만 돌아서서 가시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버지는 몇 발자국 못 가서 멈춰 섰다.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손짓하셨다.
“어서 들어가거라. 차 안에 사람이 없을 때 들어가라니까….”

나는 잠자코 서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역을 빠져 나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비로소 나는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 자리로 돌아와 앉은 나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83~86쪽 축약)

도시로 떠나는 아들에게 귤을 사주려고 철로를 오가는 아버지의 모습.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자식들은 비슷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오늘의 책, 주자청의 <아버지의 뒷모습>(박하정 옮김/태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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