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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라디오북클럽] "새로운 주홍글씨, 신용불량자"- <대출 권하는 사회> 김순영 지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1-03-09 09:51  | 조회 : 3138 

새로운 주홍글씨, 신용불량자

43세의 여성 A씨는 IMF 경제위기 전까지는 회사의 전문직 종사자였고, 남편은 조그만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자신 명의의 공장과 아파트, 자동차를 갖고 살던 그녀는 1997년 말 경제 위기로 남편의 공장이 연쇄부도가 나면서 어긋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장을 처분한 뒤 7천만 원의 부채를 지게 된 그녀는 그 후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7천만원의 빚 가운데 6천만원을 갚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실직하게 되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결국 11개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시작했으며 끝내 아파트도 처분하고 월세로까지 옮겼지만 1천만원으로 줄어들었던 빚은 1년 만에 7천만원으로 다시 불어났습니다. 카드 돌려막기와 카드깡이 그녀에게 준 선물은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는 ‘신용불량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5년 4월에 신용불량자 등록제도가 공식적으로 폐기됨에 따라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이지요. 하지만 이름만 사라졌을 뿐 경제활동 인구의 16%에 달하는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대체 이들은 왜 갚지도 못할 빚을 떠안게 된 것일까요? 서강대학교의 김순영 교수는 연구조사 결과 대다수 신용불량자들은 신용카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울리지 않게 신용카드로 과소비를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쉽게 발급해주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를 받았고, 그것으로 실직이나 급여삭감 등으로 진 빚을 갚느라 카드 돌려막기와 카드깡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소득 없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금을 대출해주고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기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비인간적인 강박적 추심을 통해 부채를 받아내는 이 사회. 가난한 사람들을 빚지게 만들고 신용불량이라는 늪에 빠질까봐 몸부림치다 원래 부채의 몇 배에 이르는 부채를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마는 이 약탈적 대출 관행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은 신용불량자라는 새로운 주홍글씨를 가슴에 깊게 새기게 되었습니다. 빚을 졌을 뿐 죄를 진 것은 아니건만 이들을 구제불능의 죄인으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오늘의 책, 김순영의 <대출 권하는 사회>(후마니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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