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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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명단 공개 대신 BBC처럼 보도했더라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1-21 11:48  | 조회 : 761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민들레', 명단 공개 대신 BBC처럼 보도했더라면

- 참사 피해자 보호..명분 아래 희생자와 유족을 방치한 것은 아닌가
- '민들레' 명단 공개, 재난보도준칙에 어긋나
- 충분한 애도를 이끌어 내는 것도 언론의 역할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이번 한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후속 보도들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일부 매체에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는데요. 155명의 희생자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 김언경>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11월 14일 더탐사와 협업으로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나이 성별 거주지 등 정보는 없이 포스터 형태로 희생자의 이름만을 공개한 것입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희생자들의 실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했다 하더라도 유족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양해 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보탤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각계의 많은 의견이 오갔습니다. 우선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로부터 법률 대리를 위임받은 상태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TF’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TF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단이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도 필요하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고요. 인권위는 합의제 기구인 만큼 내부 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양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유가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나왔는데요. 저희는 오늘 저널리즘 차원에서 한번 짚어보죠. 일단, 재난보도준칙에 어긋난다... 이런 평가가 언론계에선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 김언경> 재난보도준칙 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에서는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18조(피해자 보호)에서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고요. 제19조(신상공개 주의)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조합하면 취재 보도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신상 공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준칙에 빗대보면요. 일단 언론이 책임 있는 재난 관리 당국이나 관련 기관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피해자 명단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고요. 두 번째로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개했다는 점에서 재난보도준칙을 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시민언론 민들레 보도 직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이는 지난 8일 시민언론 더탐사에서 "이태원피해사망자들의 명단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으로 모두 넘겼다. 추모미사에서 모두 공개할 것으로 잠정합의했다"라고 공지했기 때문에 예고된 것이긴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미사라는 종교 과정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추모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언론의 공표행위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 미디어비평 차원에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희생자 명단을 입수해서 자체적 판단으로 공개한 것은 의미가 다릅니다. 사실 이런 논란이 생긴 경우를 우리는 처음 봅니다. 따라서 그것의 의미와 맥락을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언론사가 재난보도준칙을 어겼다고 비판하는 것만큼 우선 시민언론 민들레와 이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의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생각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래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가족의 입장은 나온 것이 있나요?

◆ 김언경> 11월 15일 연합뉴스에는 “'아이가 길에서 깔려 죽었다'고 어떻게 알릴 수 있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주변에 알린다고 해도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아직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알려야 할지 우리 마음도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유족 명단을 공개한 데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라는 입장이 보도되었습니다. 14일 곧바로 민들레에 이메일 보내 조카 이름 지워달라 요청해 이날 아침 삭제되었다고 하는데요. 유족은 “민들레 홈페이지에서만 내려갔을 뿐 이미 명단이 캡처 돼 퍼질 대로 퍼졌다”“이렇게 공개된 명단을 통해 소식을 처음 접할 친척·지인들의 충격과, 그 분들에게 그제야 설명해야 할 유족의 심정을 상상해보라”“동의 구했어도 반대했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외국인 희생자 유족도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25명 모두 공개를 거부했고요. 8명 유족은 국적 공개도 거부했습니다. 주한 대사관 1곳이 공식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 김양원> 다른 여론은 어떤가요?

◆ 김언경> 우선 세월호 당시와 그리고 천안함 당시 생존자 트라우마 연구한 김승섭 서울보건대 교수는 “멈추셨으면 좋겠다. 김 교수는 그는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평생 그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며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이 그 이후 시간을 견디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참사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 만약 그 공개가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이번 명단 공개는 재난보도준칙을 위반한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어떤 참사의 희생자든 추모와 애도를 받아야 할 유족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도윤리이자 고인에 대한 예의라면서, 추모와 애도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감과 연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 김양원> 유가족의 충격과 상실감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일단 참사 초기부터 정부의 대응에 반발심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 김언경> 우선 시민언론 민들레는 일단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서 수긍할 대목이 있다고 했습니다. 민들레는 기사를 통해 “‘유족의 의사’가 논의의 중심에 놓인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 사회, 특히 언론계가 프라이버시 침해의 경계가 모호하며, 그 모호한 법적 경계와 끊임없는 논란의 악순환은 국민적 분노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정권에 편리한 핑계를 제공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변, 언론노조, 여성단체협의회 3곳의 입장에 대해 반론을 펼쳤는데요. 민변은 과연 개인적 죽음이 아닌, 사회적 죽음의 희생자 명단 공개가 르완다와 옛 유고슬라비아 등에서 벌어진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주의법의 총체적 위반에 따른 심각한 피해라고 보는가 되묻고 싶다. 또 프라이버시의 사회적 존중과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의 법적 연결고리는 대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언론노조에 대해서는 참사 보름이 넘도록 정부 차원에서 명단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를 취재, 보도, 논평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 김양원> 명단 공개를 강행한 쪽에서는 언론도 이번 참사 보도에 있어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는 입장인 것 같은데요. 소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김언경> 저는 이번 일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재난참사 희생자들을 희생자라 칭하지도 않고, 사망자라고 칭하거나, 이름도 영정사진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기존의 참사와는 다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10.29참사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은 이미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진심으로 애도하고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진정한 애도가 이루어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위령탑 추모제 제주4.3평화공원, 5.18광주민주화운동 망월동 묘역 등은 모두 희생자 이름들 모두 새겨놓았습니다. 이런 건 이름만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같은 일 반복하지 말자, 영원히 희생자 기리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진정한 추모 방식 중 하나가 ‘이름으로 누구인지 기억하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는 그런 과정이 이상하리만큼 생략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유가족협의체도 구성되지 않았고, 희생자 유족이 합치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마비된 상황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대응도 매우 미흡했지만요. 언론도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민들레에서 성급하게 이름을 공개한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이번에 당일 경찰 대응의 문제점이나 거짓말을 고발하는 보도는 충실히 했고요. 유가족에게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으려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애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JTBC 등이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매우 신중하게 그들을 인터뷰하고, 단원고 학생의 영상 등을 공개한 것은 참사의 진상을 알리고, 정부가 왜 제대로 구조하지 못했는가 책임을 묻는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10.29참사에서도 BBC 등 외신에서 유가족을 찾아 적극적으로 그들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는 이런 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재난보도준칙에서 참사 피해자 보호라는 것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고, 그들을 방치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이 참사로 인해 바뀌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짚고, 그 희생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충분하고 제대로 된 애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걸 정부가 막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보도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아쉬운 점이죠. 민들레가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급하게 이름만 공개한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몇 분이라도 동의해주시는 유가족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는 것이 적절한 보도행태가 되었을 것이며, 더 큰 애도와 추모 분위기를 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명단 공개가 정치쟁점화하기 보다는 실제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이대로 잊히지 않도록 꾸준한 추적 보도를 해야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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