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실 거예요”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애도의 정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1-04 12:48  | 조회 : 972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어서 <이슈 인터뷰> 시간입니다. 내일(5일)까지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전국 곳곳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하고 있고요, 온라인 추모관과 각종 SNS에도 많은 추모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내고 또 청춘들을 잃은 슬픔에 잠긴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데 애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애도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어떻게 슬픔을 나눠야 하는 것인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조성준): 안녕하십니까, 조성준입니다.

◇ 이현웅: 오늘 어려운 주제로 얘기할 것 같아요. ‘애도’라는 주제인데요. 일단은 정신의학적으로 애도는 어떻게 정의를 하고 있나요?

◆ 조성준: 애도란,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로 인해서 바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과정들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상실 직후 나타나게 되는, 그러니까 우리가 하게 되는 애도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스러운 감정, 고인과 관련된 생각과 기억에 몰두하는 것, 이런 여러 가지 과정들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지금처럼 이렇게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때 말고요, 앞서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이런 애도의 마음이 깊어져서 견디기 힘들어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습니까?

◆ 조성준: 네, 종종 있고요. 다른 과에서 진료를 보시다가도 저희 과로 의뢰가 되시는 경우, 혹은 직후에 오시는 경우들도 많이 있고요. 아니면 해가 지나도 그 감정이 정서적으로 잘 정리되지 않아서 연상이 되는 시기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가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가을만 되면 떠오른다거나 그래서 그렇게 계절적으로 그 시즌이 되면 오시는 경우가 사실은 제일 흔한 것 같고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참사가 벌어지면서, 봄에는 또 다른 참사였던 세월호가 계속 떠오르고. 이제는 가을이 되면 이 참사가 떠오를 것 같다면서 견디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참 많으신 것 같습니다.큰 재난도 그렇고요, 아니면 앞서 얘기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이런 슬픔을 느낀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죠?

◆ 조성준: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혹은 주변에 저희가 안타까운 죽음들을 경험을 하고 되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정서 상태일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어떤 큰 일이 생겼을 때만 애도를 하는 게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생존의 기술이라는 얘기들도 들은 것 같아요. 우리는 왜 애도를 하고, 또 해야만 하는 겁니까?

◆ 조성준: 애도의 과정을 적절하게 밟지 않으면, 과거의 죽음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면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것을 잊고 지내자는 게 아니라요, 적절하게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고 우리가 새로운 하루를 견뎌내고 덜 힘들게 지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에 이게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루하루 견뎌내기가 힘든 거겠죠. 

◇ 이현웅: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세 번만 울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슬픔을 참는 분들도 상당히 많잖아요. 앞서서 굉장히 자연스럽고 다음 일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슬픔을 참는 경우들도 많이 보시죠?

◆ 조성준: 이건 우리나라 문화적인 게 굉장히 많이 가미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기보다 예의를 중시하고 형식을 더 중시하는 사회에 이런 게 뿌리내리고 있다 보니까,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에 대해서 적절하게 표현하고 이러기보다도 참고 인내하고 억제하고 억압하고. 이런 게 미덕으로 여겨졌던 적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아마 그런 맥락과 맞닿아 있어서 저희가 우리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데, 이 이슈를 떠나서도 많이 어려움들을 경험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게 병원에 오게 되는 전문가를 찾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못 오게 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요.

◇ 이현웅: 말씀해 주신 것처럼 평소에도 슬픔에 직면했을 때 애도하는 기간을 별도로 갖지 않거나 아니면 애써 모른 척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하거나, 더 오히려 일에 집중하면서 잊어보려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런 경우는 결국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건가요?

◆ 조성준: 그럼요. 당연히 있습니다.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기억이라고 할 때 어떤 사건, 사실에 대한 기억도 사실은 중요하지만 거기에 정서적인 게 섞여 있을 때는 더욱더 기억이 더 강력해지거든요. 죽음과 같은 건 사실은 우리의 정서가 묻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그냥 억제하고 억압하고 외면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서 더 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을 하시거나 아니면 이로 인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게 되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갈 가능성이 많이 있죠.

◇ 이현웅: 앞서서 얘기한 것처럼 애도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보니까 이번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애도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주위에 꽤 계세요. 분향소를 찾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아니면 본인의 심정을 SNS에 올리는 방법도 있을 거고. 꼭 한 가지의 방법이 정해진 건 아닌 거죠?

◆ 조성준: 그럼요. 애도의 방법은 위험하지 않은 방법으로 본인이 마음을 담아서 건강한 애도를 담을 수만 있다면 방법은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위험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표현을 쓴 건, 지나친 음주 문제라든지 저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위험할 수 있는 요소들에 노출되는 거는 피한 상태로 건강한 여러 가지 방법의 애도를 우리가 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는 기도를 할 수도 누구는 분향소를 찾을 수도 있고 누구는 SNS에 본인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고인들을 기억하는 모임을 가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슬플 때에는 혼자 있고 싶은 경우도 있잖아요. 근데 이런 경우에 혼자 있으면 괜찮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되나요?

◆ 조성준: 고립되는 게 사실은 되게 위험한 요소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계속 연결이 되어 있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고립되어 있다 보면 더 외로움, 슬픔, 그다음에 생각이 뭔가 압도되어서 이상한 쪽으로 번져나가고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나의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적절히 표현하기도 어렵고. 일단 적절하게 표현하고 슬퍼하는 게 애도의 1번이거든요. 첫 번째 단계인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더 어려운 경우가 생기죠. 절대 혼자 계시면 안 됩니다.

◇ 이현웅: 이번 참사를 보고도 속으로 정말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있는데도 밖으로 표현을 안 하는 분들 많으신데, 애도하는 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요. 예전 사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잘못된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야기를 함께 주위에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유족을 만났을 때, 우리가 흔히 장례식장에 간 경우도 그렇고요.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겠다, 혹은 어떤 말을 그냥 해야겠다, 그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신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조성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떠한 후속의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저희가 조심해야 되는 상황, 장면들이 연출이 되고는 하는데요. 일단은 기다리고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우선일 것 같아요. 그러니까 충분한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경청해 주는 것이 우선이고. 우리가 어떠한 말을 한마디 더 하고, 덜 하고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나의 마음 그리고 상실에 대한 고통을 표현하는 것들을 들어주려는 마음가짐, 이게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제가 말을 한마디 더 하느냐, 안 하느냐, 그 표현이 어땠느냐, 이것보다는 그 안에 묻어 있는 내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 조성준: 네, 물론 조심해야 하는 표현들이 몇 가지 있기는 할 거예요. 그래서 예를 들면 ‘좋은 곳에 갔을 거다’, ‘더 편한 곳에서 쉬실 것이다’, 이런 말들을 건네는 건 조심하시기는 하셔야 되거든요. 몇 가지 좀 말씀을 드려보면 상투적이고 진부한 위로를 하지 않는 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어떤 기분이신지 압니다’라고 섣불리 접근을 한다거나. ‘그분은 이제 더 편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곧 좋아질 겁니다’, ‘언젠가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다른 가족은 살아있지 않습니까?’ 이런 표현들은 저희가 정말 해서는 안 될 표현들이고요. 또 한 가지 또 조심해야 되는 건, 약간 다른 측면에서 애도하고 있는 애도자를 어떠한 역할 속으로 떠밀지 않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면 ‘극복하도록 노력하셔야 된다’. 지금은 슬퍼서 힘이 없고 에너지가 없는데 노력을 해야 된다고 저희가 떠미는 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더 부담을 느끼고 더 힘들어할 수 있으니까요. 조금 더 기다려줘야 된다는 의미이고요. ‘너무 잘하고 계시네요’라는 표현도 어떻게 보면 부담을 줄 수 있는 표현들로 저희가 정리를 하고 있고. 또 젊은 친구들한테 이런 표현도 써요. 그러니까 ‘이제는 네가 이 집의 어른이다’. 이런 말들은 사실 젊은 친구들에게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줄 수도 있고요. 또 상실한 대상을 대체하라고 제안하는 경우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죽은 아이를 대신해서 아이를 새로 가지라거나 아니면 얼른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나라거나, 이런 표현들을 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의견들을 조합을 해서 하지 말아야 될 것들 표현을 정리해 놓은 사안들입니다. 

◇ 이현웅: 물론 전하는 분의 마음이야 정말 위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처음 겪는 그런 상황에서 듣는 얘기들이니까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수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정리된 얘기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 조성준: 제가 조금만 더 덧붙이자면, 다른 사람들과 애도 방식을 비교하는 것도 저희가 하지 말아야 될 방법이고요. 또 하나는 저희가 기꺼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언제든 연락하세요’, ‘무엇이든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이게 사실은 연락을 못 받을 때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대체로 마음이 전달이 되는 면에서는 안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킬 수 있는 표현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지금 당장 도움이 뭐가 필요하세요’. 차라리 이런 질문들이 더 실질적일 수도 있거든요. 지키지 못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들, 이런 것도 저희가 지양해야 되는 거고요. 특히 조언하고 설교하려고 하는.

◇ 이현웅: 그런 경우가 많아요. 공감해 주려고 하는 얘기인 것 같은데, ‘내가 먼저 겪어봐서 알아’라고 하면서 조언 같은 걸 해 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 조성준: 맞아요. 그때는 오히려 더 반감이 들거나 오히려 더 상처를 주게 되는 언행들을 할 수가 있고. 우리가 똑같은 상황을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100%의 공감이라는 건 사실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어려운 상황이겠구나’라는 걸 저희가 알고 그것에 대한 고충을 같이 하는 게 공감인 것이지, 사실은 이런 설교나 조언들은 불필요한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 이현웅: 저희가 나누고 있는 얘기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5200님께서는 “가족을 잃고 제일 황당하고 부담됐던 말이, ‘야, 그래도 네가 힘을 내야지. 빨리 잊고 힘내자’. 차라리 아무 말 말고 손만 잡아줘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고요. 이쁘다님께서는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하셨고요. 그리고 사실 방금 말씀해 주셨던 조심해야 할 표현들이, 저희가 해야 할 말이 생각이 안 날 때 툭 나오는 말들이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선생님은 조문하러 가서 유족들 어떻게 말씀을 해 주세요? 모범 답안 좀 제시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청취자 분들도 계시거든요.

◆ 조성준: 사실 저는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별 말을 하지 않고요. 그냥 진짜 정중하게 인사하고요. 그 앞에서 꽃이랑 향 많이 피우잖아요. 그러고 나서 진심을 다해서 기도하고 나오고, 말을 아끼고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고. 오히려 ‘식사하고 가세요’, 이런 얘기가 나오거나  상황이 되면 오히려 그 자리를 더 지켜주고.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누고. 상대방의 사연을 듣는다거나 이렇게 주로 들으려고 하고요. 그다음에 저도 사실은 정신과 의사지만 이런 실수들을 저도 순간순간 해왔던 것 같아서. 이번에 저희도 학회 차원에서 이런 것들을 같이 대응 방안에 대해서 준비하면서 부끄럽지만 저도 이번에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지금 들으면서 ‘아차’ 싶었던 분들 많으실 텐데, 전문가분도 이렇게 실수를 가끔씩은 한다고 하시니까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마시고요. ‘앞으로 더 주의해야겠다’, ‘조심해야겠다’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얘기 참 많이 해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괜찮아져’ 이런 얘기는 어떻습니까?

◆ 조성준: 사실은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죠. 그러니까 저희가 이런 슬픈 감정이 잊히는 데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걸린다, 예전에는 2개월 얘기도 하고 학자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요새 얘기하는 건 6개월에서 1년은 지나야 강력한 슬픔은 지나가지 않나. 그리고 많은 문제들이 실제로 시간 속에서 치유가 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요, 그거는 본인이 스스로 느껴가야 되는 부분이죠. 이것도 어떻게 보면 강요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현웅: 국가 애도 기간이 내일(5일)까지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요즘 ‘국가 애도 기간 중이지만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겠다’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계속해서 수사가 강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참사를 야기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이 진정한 애도’다, ‘그래야 유족들의 마음이 위로가 된다’는 입장이 있고요. ‘아니다, 원인과 책임 이야기, 싸우는 얘기는 뒤로 미루고 일단은 애도부터 하자’, 이런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조성준: 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정서에 대해서 정확한 정서적인 애도를 표현을 하는 게 저는 1번일 것 같고요. 그다음에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 저희가 아는 것은, 사실 포인트가 재발 방지에 있다고 봐요. 재발을 하는 것들을 방지하고 우리가 이런 아픔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게 하루빨리 1분 1초가 급한 사안이냐 거기에 골든타임이 있는지는 제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희의 감정들을 잘 추스르고 정리하는 데는 골든타임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책임 소재를 다루는 것은 누구를 비난하고 뭔가 책임을 몰아세우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더 포인트가 맞춰져야 되는 것은 재발 방지, 어떠한 데서 우리가 미흡했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터졌는지에 대한 재발 방지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우리가 골든타임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 정서의 정리, 이게 되지 않으면 사회가 후에 책임을 밝혀가는 과정 속에서도 계속 갈등만 불거질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우리가 먼저 슬퍼하고 적절하게 행동을 해가는 과정, 그 이후에 정서를 정리하고 해 나가도 늦지 않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현웅: 앞서 인터뷰했던 성남시장이 만난 유족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라는 얘기를 간곡하게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유가족들은 기억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애도를 한다는 건, 결국 기억한다는 것.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 조성준: 저희가 정상적인 애도로 결국 하고자 하는 거는 잊어버리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잊고 살 수는 없는 거고요. 다만 저희가 덜 힘들게, 그리고 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의미 부여가 되면 더 좋고. 이게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정확한 애도는 건강한 애도로.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잊어버리자’, ‘그냥 털고 지내자’라는 게 아니라 하루를 버텨내야 될 이 큰 사건을 덜 힘들게,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끔.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게, 그리고 그 죽음은 잊지 않자, 이런 의미로 해석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이현웅: 정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분들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실제로 찾아가면 도움이 많이 되죠?

◆ 조성준: 그럼요. 애도에만 초점을 맞춰서 정신과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저도 이번에 공부를 많이 하면서 알았고. 전문가들도 사실은 이런 것들을 지금 숙지해서요, 여러 가지 자원봉사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분향소 옆에도 심리상담소를 열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건강재단에서 하고 있고요. 그런 움직임들이 여러 군데가 있고, 전 시간에 저도 라디오 들으면서 왔는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전국에 다 있어요. 없는 지역은 없거든요. 그곳에서도 심리 지원을 충분히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런 접근조차 힘든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 지금 해두시면 아마 후에 내 삶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현웅: 저도 사실 최근에 제 마음이 어떤 건지, 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오늘 얘기를 통해서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청취자분들께도 이 애도와 관련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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