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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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인수위 보도, 때아닌 '맛집탐방' '땡점뉴스' [미디어 리터러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4-04 08:57  | 조회 : 1196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4월 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인수위 언론보도.. '맛집탐방'에 때아닌 '땡점뉴스'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송경재 상지대 교수님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송경재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인수위 발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새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 역시 인수위 기간을 통해 가늠해보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당선인과 새 정부에 대한 언론보도는 어떤지 살펴주신다고요? 

◆ 송경재> 네. 아무래도 새 정부,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 언론의 취재 경쟁이 시작되면서 연일 다양한 뉴스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당선인의 친서민행보에도 집중해서 많은 보도가 이뤄졌는데, 긍정적인 시민의 반응도 있습니다만, 언론사의 뉴스 작성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식사 메뉴와 방문 식당 뉴스들인데요. 시민들과의 소통이 주가 아니라, 식당이나 음식 이야기가 주류라는 것이죠. 본말이 전도된 감이 있습니다. 실제 최근 <아시아경제> 3월 22일자 “대식가 윤석열 '식사 정치'…양념갈비 먹고, 디저트는 민트초코” <이데일리> 3월 17일자 “오늘은 파스타 먹고 돌담길 산책… 윤석열의 혼밥 않는 점심” 등을 비롯해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식당 방문 뉴스를 수십건 이상 보도했습니다.  
보도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혼밥은 없다'를 내세워 지역 맛집 등을 찾아 정치인들과 오찬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주변 상권 살리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소탈한 모습을 강조하는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당선인의 식사 취향이나 습관, 심지어는 음주 방식 등을 정치면의 가십거리 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친서민행보라는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언론에서 식당이나 메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단 점을 지적할 수 있는 거죠. 계속해서 오늘은 김치찌개, 내일은 꼬리곰탕과 파스타 식으로 마치 식도락 기행하듯이 뉴스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비중있게 다를 내용일까요? 심지어 다수의 언론사와 통신사들은 식당으로 들어가는 당선인의 사진을 연이어 포털뉴스로 송고하고 있고, 식사 메뉴에 맛 비평까지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우리 방송에서도 많이 비판했던 부분인데요, SNS 받아쓰기가 아주 황당한 장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 김양원>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출연했던 예능 등을 통해서, 집밥과 워낙 한잔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알려지기도 했어요. SNS 받아쓰기...어떤 뉴스가 그렇던가요?

◆ 송경재> 어떻게 보면 기사화 한다는 게 좀 민망한 뉴스이기도 한데요. 대표적으로 <국민일보> 3월 18일자 “동네목욕탕 찾은 윤석열… 주민 덩치 있고, 뽀얘”라는 뉴스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인 모 씨는 이날 SNS에 “목욕탕에서 목욕 마치고 탕에서 나오는데, 덩치 좀 있고 살이 뽀얀 분이 ‘슥’ 옆을 지나 탕으로 간다. 가만 보니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목격담을 남겼다.>라고 인용 보도했습니다. SNS에 나온 게시글을 기사화 한 것이죠.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목욕탕을 이용한 점이 친서민행보, 소탈한 이미지를 내보일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가 강조한 것이지만 그동안 우리 방송에서 그렇게 비판한 SNS 받아쓰기만이 아니라 피부색까지 들추면서 보도하는 방식이 과연 맞는가, 옳은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의 정치 발전과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의 정책이나 비전과는 상관없는 사생활 보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양원> 네, 당선인의 식사 메뉴, 목욕탕에서 마주친 당선인의 속살까지 보도되는 게 과연 적절한가.... 너무 호기심만을 노린 보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 송경재> 네. 당연히 새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기자들이 포착하고 뉴스를 작성한 것입니다. 사실 미국도 대통령 선거 전후로 후보 시절부터 정치인이 어느 식당에 가서 무슨 메뉴를 먹는다, 어느 가게의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등의 가십 기사는 수십 년째 변하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라 사랑은 이미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죠? 그리고 바이든 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에 모자를 쓰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의 가십성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오미크론으로 인해 연일 3~40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보다 지나치게 식사하는 장면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언론에 대해 불편함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 김양원> 시민들 반응을 좀 소개하신다면요? 

◆ 송경재> 포털뉴스에 송고된 점심 식사 관련 뉴스에 많은 경우 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있는데요.. 친서민 행보에 대한 칭찬도 있지만 역시 불편한 시각도 많습니다. 특히 언론이 인수위에서 차기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고 조율하는 뉴스보다는 지나치게 식당 행보 뉴스를 강조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주간동아> 3월 26일자 “하! 이 집도 맛있네. 인수위·시민 모두 사로잡은 윤석열 맛집” 뉴스 기사의 포털사 댓글을 100여 개 살펴보았습니다.
댓글을 보면 <맛 칼럼리스트로 변신한 00일보>, <이런 게 기사라고 생각하다니. 본인 블로그에나 쓸 내용인데.. 기사 수준이 진짜 최악이다.>
<기자님들, 언론사 정신 차리세요.. 인수위 정책은 어디가고, 댓글은 보시느냐?>
<민망하다..> 라는 비판글이 100여 건 중에서 40건 정도나 되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인수위 정책이나 차기 정부 방향성 관련 보도는 너무나 적고, 식당 취재에만 열을 올려 주객이 전도되었음을 시민들이 꼬집은 것입니다. 

◇ 김양원> 대선 때도 ‘비호감만 남고 정책이 사라졌다’는 비평을 저희가 했었는데, 이런 가십류의 보도들....언론사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 송경재> 네, 언론사들도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에 대한 자정의 비판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3월 28일자 “‘땡점뉴스’ 맛집 탐방은 소통 아니다”라는 뉴스에서 최근 언론사들의 지나친 인수위 관계자와 당선인 점심 식사 관련 보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1980년대 '땡전뉴스'에 빗대 '땡점뉴스'라는 조어가 떠올랐을 만큼 부끄럽다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점심식사를 누구랑 한게 중요한게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챙기는 인수위가 되어 달라는 당부와 언론사의 무분별한 보도에 묵직한 일성을 날렸습니다.

◇ 김양원> 정권 초기 특히 대통령 당선인 시절엔 이른바 ‘허니문’ 행보라고 하죠, 언론이 친당선인 행보를 보이는 겁니다. 정권을 막론하고 예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 송경재> 네, 허니문 행보라고 하셨는데, 과거에도 이른바 ‘용비어천가’식의 보도로 눈살을 찌푸린 적이 많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우리 국민의 높은 수준에 대해서 언론도 의식하고 있는 만큼, 이런 보도 지양되진 않을지, 설마하면서도 약간 기대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기대가 여지없이 이번에도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미디어오늘>이 3월 26일 보도한 “李보다 尹 이마 빛나 당선 예감, 웃고 넘기기 어려운 윤비어천가> 보도에서 언론의 이 같은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미디어 오늘>은 특정 언론사를 지목하면서 비판을 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대단합니다. <신동아> 3월 25일자 “李보다 尹 이마가 빛나 당선 예감” 기사에서 신동아는 이미지 평론가 인터뷰을 통해 성공하거나 잘나가는 기업인, 정치인은 이마에서 광채가 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3월 19일자 “무채색 바지정장에 스카프가 돋보이는…그녀는 '재키 스타일'?” 뉴스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의 패션 감각을 극찬하면서 감성적이라는 평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찬사가 도를 넘어 미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약칭까지 거론하면서 패션 감각을 이야기한 것은 도를 지나쳤다고 봅니다. 당선인 주변의 비리 의혹으로 고소 고발이 되어 조사받거나,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소환과 부동산 관련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뉴스는 용비어천가의 수준을 넘는 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두 뉴스 이외에도 많은 언론사들이 이른바 용비어천가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할 정도로 민망한 기사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언론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고, 실제 언론 자체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시도도 많았지만 눈에 보이는 기사는 5년 전이나 40년 전이나 한결같다는 점에서 씁쓸함만이 남습니다. 

◇ 김양원> 네, 학계나 시민단체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송경재> 이런 모습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언론인권센터는 3월 25일 논평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선인과 관련하여 무의미한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사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있었는데요.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선인을 둘러싼 음식점이나 용비어천가 식의 보도가 아니고 차기 정부 정책에 대한 면밀하고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다고 지적했습니다.
저 역시 이 의견에 적극 공감하고요. 앞으로의 한달 반 정도의 인수위 기간은 향후 5년 대한민국을 지탱할 국가 정책의 뼈대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언론이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분발했으면 합니다. 국정 전반의 새로운 틀을 짜고 여기에 총리와 장관 인선까지 엄창난 과제들이 있는데, 언론사들의 관심이 엉뚱한 곳에 있어서 아쉽습니다. 
모쪼록 다음 대통령 선거 뒤에는 이런 가십이나 용비어천가 식의 보도 대신 냉정하게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보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사가 선거 공약처럼 대국민 약속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지난주까지 인수위가 각 부처 업무보고를 마쳤죠. 여가부 폐지부터 이제 새 정부가 본격적인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아주 중차대한 시기인데요. 
언론부터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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