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 방송시간 : [월~금] 05:21, 09:17, 14:52, 00:15
  • 진행 : 동물원 출신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 / PD : 김혜민 / 작가 : 정상림

인터뷰 전문

[마음주치의] 단일민족은 신화일 뿐. 이제 외국인 혐오는 그만해야(서울대 박한선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3-31 17:06  | 조회 : 698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진행 : 김창기 의사

방송일 : 2022331(금요일)

대담 :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주치의] 단일민족은 신화일 뿐. 이제 외국인 혐오는 그만해야(서울대 박한선교수)

 

김창기 의사(이하 김창기)>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습니다. <마음주치의>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이번 주 마음주치의는 서울대 인류학과의 박한선 교수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하 박한선)> , 안녕하세요. 박한선입니다.

 

김창기> 혐오에 대한 우리 마음의 이야기, 오늘은 외국인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때문에 참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 보수적이었잖아요.

 

박한선> 물론입니다. 사실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일종의 신화 같아요. 인류학적으로 보면 그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과 구분되어서 오래 살아오지 않았어요. 서로 교류하고 섞이고 사랑해서 아이도 낳고, 우리는 계속 섞였거든요. 문화도, 유전자도. 그런데 아마 그런 이유는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일제 치하에도 있었고 강대국 사이에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민족적인 독립성, 민족적인 주체성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의도가 있으니까요.

 

김창기> 민족적인 열정을 불러 일으켜야죠.

 

박한선> 맞습니다. 단일민족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겠죠. 그런데 이제 아니죠. 세계화 시대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 너의 민족, 나누는 건 전근대적인 이야기고요. 그것보다는 거대한 인류 공동체의 일부다, 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김창기>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더 격화되는 양상으로 봐야 할까요?

 

박한선> 그렇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요. 아시아인에 대해서는 감염병을 유발한다고 하는 전통적인 믿음이 있었어요. 아시아인들, 특히 동남아나 남아시아, 인도나 동남아시아는 위도도 낮고 더워요. 그래서 콜레라라든지, 장티푸스라든지, 음식이 잘 썩어서 생기는 위장간 감염병이 많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에 대해서 좀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창기> 무서운 병도 갖고 왔잖아요.

 

박한선> 추운 나라에 살기 때문에 옷을 두껍게 입고 다니는데 옷에는 이가 살고요. 이는 발진티푸스를 옮깁니다. 그래서 각각의 생태적 환경에 따라서 가지고 있는 감염병이 다르고, 우리는 내가 접하지 않은 감염병에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서로 서로를 배척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신종 감염병이 우리 부족에, 우리나라에, 우리 민족에 유행하지 않을까, 라는 본능적인 두려움에서 그런 반응이 시작된다고 봐야죠. 그런데 한 백 년 전부터는 항생제도 나오고 백신도 나오니까 이런 두려움이 많이 사라져서 사람들이 세계여행도 많이 하고, 교류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19가 그걸 모두 일거에 다시 과거로 돌려보내 버리게 되었습니다.

 

김창기> 교수님 책에서는 행동면역 반응이라는 표현이 나오던데, 이건 어떤 개념인가요?

 

박한선> 사실 우리 몸의 면역반응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선척면역 반응이 있고 행동면역 반응이 있습니다. 선척면역 반응은 무조건 활성화되는 것, 행동면역 반응은 예전에 한 번 감염이 됐으면 항체를 만들어서 빨리 반응하는 것. 그런데 20년 전부터 학자들은 행동면역 시스템이 있을 수 있어,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높은 수준의 인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종, 영장류.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감염의 대상이 되는 사물을 빨리 식별하고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감염 자체를 처음부터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그런 전략을 말합니다. 재밌게도 인간 사회에 있는 종교나 문화가 이 행동면역 반응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는 인류학자들이 있습니다.

 

김창기>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박한선> 종교를 보시면 여러 가지 의례들이 있거든요. 냄새도 풍기고, 물로 씻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율들이 있어요. 이 음식은 먹어라, 안 먹어라.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그러한 종교적인 규율이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감염병의 전파를 막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유를 알기 어려운 문화적 규율이나 종교적인 규율들이 사실은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 있다는 거죠.

 

김창기> 어떻게 하면 사회문화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왜곡된 혐오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얘기인데요.

 

박한선> 첫 번째는 결국 더 확실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 즉 의료 시스템입니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혹은 튼튼한 의료시스템이든 그런 게 있으면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서 더 자신의 안전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료는요. 의료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단지 지금 당장 필요한 의료 소모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유행병이 크게 확산이 되었을 때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해요. 두 번째는 교류예요. 사람들은 만나서 악수도 하고 이야기하고, 일본 사람도 중국 사람도 외국인도 만나면 서로에 대해서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코로나 19가 안타깝게도 이런 사회적 교류를 완전히 차단시켜 버려서 시간이 많이 지나고 이 상황이 계속 유지가 된다면 예전에 비해서 더 퇴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창기> 박한선 교수님.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한선> , 감사합니다.

 

김창기> <마음주치의>는 한국오츠카와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기 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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