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 방송시간 : [월~금] 05:21, 09:17, 14:52, 00:15
  • 진행 : 동물원 출신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 / PD : 김혜민 / 작가 : 정상림

인터뷰 전문

[마음주치의] 혐오에도 이득이 있다? (서울대 박한선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3-29 17:55  | 조회 : 705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진행 : 김창기 의사

방송일 : 2022329(화요일)

대담 :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주치의] 혐오에도 이득이 있다? (서울대 박한선교수)

 

김창기 의사(이하 김창기)>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습니다. <마음주치의>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이번 주 마음주치의는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의 박한선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하 박한선)> , 안녕하세요. 박한선입니다.

 

김창기> 이번 주에는 박한선 교수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혐오가 가져오는 이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언뜻 이해가 잘 안 가는데, 혐오를 하면 어떤 부분이 이득인 것이죠?

 

박한선> 혐오는 안 좋은, 부정적인 감정 같잖아요. 나는 누구도 혐오하지 않아, 라고 하면 그게 더 올바르고 좋은 것 같은데 혐오가 가져오는 이득이 있다, 조금 이상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혐오는요. 자신, 그리고 자신의 친족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원시적인 정서 시스템이자 인지 시스템입니다.

 

김창기> 방어 시스템이죠.

 

박한선> 그렇습니다.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처음에는 혐오 대상을 식별하고, 그 다음에는 혐오, 즉 역겨운 감정이 활성화되고 세 번째, 행동. 즉 회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동물들도 다 있어요. 동물들도 감염이 된 개체라든지 더러운 대상에 대해서 식별하고 역겨워하고 도망칩니다.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요. 그래서 잘 아시겠지만 구더기가 들끓는 음식이라든지 피, 내장, 배설물, 토사물,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나는 혐오 같은 거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라고 자부하는 사람도 그런 걸 보면 본능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런 반응이 있죠. 아주 건강한 겁니다. 더러운 것을 보고 혐오하고 역겨워하는 건 건강한 반응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 그리고 자신에 가까운 사랑하는 가족들의 건강을 심하게 해칠 가능성이 높아졌을 거예요.

 

김창기> 그래서 혐오의 이득은 자기 보호와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유지하는 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이죠.

 

박한선> 물론입니다.

 

김창기> 그런데 결국에는 건강과 안녕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마땅한 대상들을 봤을 때 혐오를 느끼는 것이 건강한 반응인데, 이런 것들이 교수님 말씀은 오작동 되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박한선> . 혐오는 말씀드린 것처럼 잠재적인 위협에서 나를 보호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혐오를 실패했다. 그러면 결과는 사망이나 질병입니다. 그런데 혐오하지 않아서 얻는 이득은 뭘까요. 그냥 한 끼 밥을 먹는 정도거든요. 썩은 줄 알았는데 안 썩었어. 그러니까 나는 한 끼 밥을 배불리 먹었어. 이 정도입니다. 즉 이득은 작고 손해는 아주 큽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 결과가 아주 심각할 경우 우리는 무조건 그런 상황이 있을 거야, 라고 간주하고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애매한 대상을 보면 일단 혐오부터 하고 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요. 신종 감염병은 아주 외집단, 즉 우리 부족이 아닌 다른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외집단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이 우리가 저항력이 없는 감염병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고 일단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문제는 이제는 현대사회에서 단지 저 사람이 나와 피부색이 다르거나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저 사람이 감염병이 있을 거라고 간주하는 이득이 없다는 거예요. 검사하면 금방 나오거든요. 코로나도 마찬가지에요. PCR 검사하면 금방 결과가 나오는데 그냥 막연하게 저 사람이 감염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얻는 손해가 더 크죠. 우리는 보통 어떤 사람들한테 감염병, 즉 나에게 신체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저소득층, 장애인, 외국인, 성적 소수자들입니다. 팔다리를 잘 못 쓰신다고 해서 감염병을 옮기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는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팔다리를 저시거나 하는 분들을 일단 본능적으로 피합니다.

 

김창기> 현대에 살면서 원시적인 판단을 하는 거죠. 그래요. 내가 이렇게 혐오를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되고 있구나, 내 스스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든 알고 그렇게 하는 걸까요?

 

박한선> 둘 다예요. 알고 있으면서 그러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도 그렇습니다. 원시적인 감정이에요. 의식적으로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김창기> 요즘에는 좀 알면서 자기 이득을 위해서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어떻게 하면 그걸 자제하고 스스로를 조절하고 확인할 수 있을까요?

 

박한선> 일단은요. 본인 스스로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회 전체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는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사람이나 사물에게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게 유리합니다. 별 감정이 없는 사람이야,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득은 없어요. 그러니까 이게 계속 악용되죠. 사회 전체적으로 혐오의 감정을 조장하고 더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을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차단하고 언론에서 건강한 정보를 계속 알려줄 수 있는 노력을 무던히 지속하는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김창기> 우리 박한선 교수님.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주치의>는 한국오츠카와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기 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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