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 방송시간 : [월~금] 05:21, 09:17, 14:52, 00:15
  • 진행 : 동물원 출신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 / PD : 김혜민 / 작가 : 정상림

인터뷰 전문

[마음주치의] 코로나 시대 혐오가 더 번지는 이유는(서울대 박한선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3-28 19:32  | 조회 : 80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진행 : 김창기 의사

방송일 : 2022328(월요일)

대담 :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주치의] 코로나 시대 혐오가 더 번지는 이유는(서울대 박한선교수)

 

김창기 의사(이하 김창기)>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습니다. <마음주치의>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고르고 골라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가장 날이 선 표현은 아마도 혐오라는 낱말이 들어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내는 혐오, 마음주치의에서 그 혐오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신경인류학자시죠. 서울대 인류학과의 박한선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한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하 박한선)> , 안녕하세요. 박한선입니다.

 

김창기> 반갑습니다. 신경인류학자에게 혐오란, 어떠한 감정입니까?

 

박한선> 혐오, 영어로 하면 disgust, 정확히 번역하면 역겨움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여섯 가지 감정이 있어요. 기쁨, 슬픔, 분노, 경악, 불안, 그리고 혐오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에 하나죠.

 

김창기> 생존을 위한 감정이죠.

 

박한선> 물론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혐오라는 말이 분노와 증오하고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창기> 오염됐죠.

 

박한선> 그렇습니다.

 

김창기> 요즘 우리 사회에서 혐오가 유난히 더 많이 거론되곤 하는데 이 배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한선>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우리가 말하는 혐오는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역겨움 더하기 증오, 영어로 하면 ‘Hate’라고 하죠. 그거하고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두 개는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더러운 것.’ 나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배설물, 썩은 것, 사체, , 이런 걸 보고는 우리가 혐오한다고 그래요. 역겹다고 해요. 하지만 증오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도덕적으로 잘못을 했다든지, 밉다든지, 혹은 외집단, 하위집단,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증오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혐오의 감정하고 합쳐질 때 우리가 그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경멸이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니까요. 혐오가 증오와 경멸과 어지럽게 섞이면서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만드는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김창기> 최근에 늘어난 혐오의 형태들을 보면 기존의 혐오의 감정에서 뒤틀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참 많죠.

 

박한선> 그렇습니다. 혐오는요. 내가 싫어하는 집단에 대해서 도덕적인, 혹은 오랜 전통이나 관습을 지키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마땅히 지켜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일종의 낙인을 씌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그 대상을 마음껏 미워해도 되게 되는 거예요. 저렇게 나쁜 짓을 했으니, 저렇게 옳지 못한 일을 했으니 미워해도 마땅하다. 그러니까 혐오는 차별로 이어지고 차별은 낙인과 편견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창기> 그렇죠. 혐오가 분노와 역겨움과 섞여 오작동 되면서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 건데 요즘에 감염병 상황에서 또 그런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박한선> 맞습니다. 이 혐오는요. 자신의 안전, 특히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때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창기> 토하는 게 대표적인 예죠.

 

박한선> 맞습니다. 내가 건강이 안 좋을 때, 혹은 돌봐야 할 아이가 있다든지 가족을 지켜야 할 때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한 혐오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나요. 그래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혐오를 보이거든요.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그렇습니다. 이건 여자가 혐오에 대해서 더 민감해서가 아니고요, 아이를 오랫동안 임신하고 키우고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반응이 더 건강한 거예요. 그런데 코로나 19는 벌써 몇 년째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혐오 반응을 쭉 높이고 있고 코로나 19와 전혀 상관없는 대상에게 잘못 향하게 되면 대상이 된 사람들은 어렵게 살게 되죠. 안타깝습니다.

 

김창기> 그래서 참 문제들이 많이 생기는데요. 혐오라는 표현이 흔해지면서 적절한 강도나 쓰임새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극혐’, 이런 표현들. 이게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거든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혐오에 대한 수위 판단을 어떻게 하는 것이 건강한 걸까요?

 

박한선> 혐오의 감정이 들 때 자신이 혐오의 대상이 자신의 건강을 실제로 위협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해서 인지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대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원시적인 반응으로서의 혐오는 자동적으로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또 이러한 본능적인 감정에만 지배당하는 존재는 아니거든요. 판단하고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혐오반응에 대해서 스스로 검열하고 체크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있지도 않은 혐오에 휩쓸려서 엉뚱한 대상에게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게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이라고 생각하고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확인하자, 라는 처방전. 굉장히 중요한 처방전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한선> , 고맙습니다.

 

김창기> <마음주치의>는 한국오츠카와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기 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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