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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서지훈, 이시은 / 작가: 현이,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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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전문의 "창녕소녀 학대 통해 나머지 가족 행복 느꼈을 것"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12 10:22  | 조회 : 1671 
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6월 12일 (금요일)
□ 출연자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아이의 진술 구체적...학대 사실일 것
- 인간의 기본권도 제공되지 않아
- 가장 큰 아이라 타깃이 됐을 것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창녕의 아홉 살 소녀, 참담한 추가 피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은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가 돌봐줘야 할까요. 또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어떤 안전망이 필요할까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선생님과 함께 이 문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하 오은영): 네, 안녕하세요. 

◇ 노영희: 정말 요즘에 들리는 소식이 너무 우울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떻습니까?

◆ 오은영: 너무 충격적이죠. 그냥 보도를 접하시는 많은 분들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고, 끔찍하고 그렇습니다.

◇ 노영희: 코로나 블루 때문에 사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우울한데 들려오는 소식이 다 이런 거니까 너무 화가 나는데요. 우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창녕의 9살 소녀가요. 부모로부터 당했다고 진술한 학대 내용을 우리가 들어보니까 너무 끔찍합니다. 쇠사슬로 목줄이 채워져서 감금되고, 프라이팬으로 아이 손가락을 지지기도 하고,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 오은영: 이게 들으시는 분들이 이게 사실일까, 그러실 텐데요. 나이를 잘 고려하셔야 하는데요. 이 연령의 아이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조금 어렵습니다. 아이의 진술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기 때문에요. 아마 사실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우리가 보도를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과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어른은 정말 제대로 된 어른이어야지 그렇지 않고는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끔찍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가 반성하게 됩니다.

◇ 노영희: 부모 자격증이라도 조금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제 나온 보도를 보니까 이 아이가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건강이 회복됐는데, 애가 성격이 쾌활하고 밝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어요?

◆ 오은영: 그런데 이거는 그 아이가 겪은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냐, 이거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아이들을 학대를 할 때 종류를 많이 나누거든요. 언어적 학대,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 방치, 이렇게 종류를 나누기도 하는데요. 이 아이가 겪은 것은 이거는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공포스럽겠죠. 공포를 당한 아이라고 보기에 밝고, 명랑하다고 하는 건, 물론 사람마다 개인의 특징이 있지만, 이것 또한 주목해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이 모든 것들이 이렇지 않으면 생존을 못하니까, 목숨을 부재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픕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아이가 성격이 쾌활해서 밝아요, 좋아요, 이게 아니라 쾌활할 수밖에 없는, 그래야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 오은영: 우리가 너무 무서울 때 이 상황을 직면하지 못하면 회피라는 기제를 쓰면서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이런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요즘에는 우리가 자식을 잘 키우려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한, 그리고 깨끗한 재료로 아이를 먹이느냐, 예전에는 삼시세끼만 먹이면 다행이라는 시절도 있었단 말이죠.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에만 보내도 소원이 없겠다, 하던 시절도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가 그랬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교육을 잘 시킬까 고민을 한단 말이죠. 그런데 이 아이는 뭘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안락한 환경에서 자라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 아이한테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하죠. 그냥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먹을 것을 제공받는 것, 그리고 몸을 기댈 아주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확보되는 것. 이런 것들이 제공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얼마나 이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겠습니까? 이 아이는 다른 것보다 신체적인 상처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고 이 아이에게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이런 치료의 과정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 노영희: 우리 지금 애청자 분께서요. “부모 되기는 쉽지만, 부모답기는 어렵다,” 이런 말씀을 주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이 아이가 세 살 때도 친모한테 학대를 당해서 위탁가정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학습지원이 필요한 아동으로 분류가 돼서 사회복지 서비스도 사실은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가정방문 보고서에는 쾌활하고 밝았다, 이렇게만 되어 있고, 학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이게 가능합니까?

◆ 오은영: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진단을 하고 치료계획을 세우거든요. 이때 주요한 게 환자한테 여쭤봅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 그런데 물어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는 반드시 의사의 전문적인 의학적 경험과 지식이 들어가죠. 그래서 저희가 판단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창녕의 아이도 가장 아쉬운 것은 이 아이한테 그냥 종사자가 물어보는 것으로 끝났다는 거죠. 아이한테 물어보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거죠, 이런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이나 이런 아이들을 조사하고, 또는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요. 더구나 이 아이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고, 학대가 일어난 곳이 가정이라는 말이죠. 그러면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가정 내에서 아이에게 이런 것을 물어본다고 하면, 아이는 아직은 부모에게 의존적이기 때문에 그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썩은 동아줄이라고 하는데, 비록 썩어 있지만 이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지 않으면 아이는 생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요. 그러니까 이 부모에 대해서 제대로 보고하거나 학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거죠. 그게 사실은 전문적인 교육이라든가, 이분들이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나 이런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볼 수 있죠.

◇ 노영희: 이 부부, 아이의 어머니하고 계부. 이분들에게 세 명의 자녀가 더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아이들은 특별하게 학대를 당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큰 아이가 당하는 것을 보기는 했겠지만. 그러면 이 부부는 왜 특별히 첫 번째 아이에게만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행동을 했을까요?

◆ 오은영: 아이들이 맞거나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다고 해서 학대는 아니고요. 이것 또한 정서적 학대입니다.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이 이것을 경험하고 보는 것 자체가.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아주 병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든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가장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이 희생양을 공격하는 것을 통해 다 뒤로 숨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 9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통해 나머지 가족들은 그 뒤에 숨어서 굉장히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을 통해서 나머지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너무 병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아이가 제일 큰 아이고 그랬기 때문에 이 집안의 아주 병적인 문제의 가장 타깃이 되고, 희생양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보는 거죠.

◇ 노영희: 그렇군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참 더 마음이 안타까운데,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친부모라고 하고요. 코로나19로 사실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아동학대에 노출되기가 쉽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많은 부모님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실까요?

◆ 오은영: 너무 다 잘 아시겠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생명의 시작이자 생존의 기본이거든요. 전쟁터의 방공호 같다. 저는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요. 아이는 부모가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번에 체벌금지법을 명문화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집안 내에 있는 여러 가지 생활들을 어떻게 다 일일이 법적인 잣대를 대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부모가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때리는 방법으로는 아이를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학대를 했던 많은 사람들이 훈육을 했다고 하는데요. 훈육과 학대를 잘 구별하셔야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은데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때릴 권리가 사실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늘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많은 분들이 어디 무서워서 아이 키우겠나, 내지는 과연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부모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보편성은 어른은 아이를 보면 보호해주고 싶고, 부모는 자식을 낳으면 사랑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이 보편성과 본인의 기본적인 마음을 믿으시고, 아이를 잘 낳아서 잘 키우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늘 고민을 해보는 그런 부모와 어른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노영희: 네, 선생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은영: 네,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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