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독서여행
  • 방송시간 : [월~금] 06:33, 11:38, 17:53
  • 출연: 김성신 / 연출: 김우성

라디오책장

도제희 /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그 후의 시간으로의 독서여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3-09 12:37  | 조회 : 452 

YTN라디오 ‘3분 독서 여행’ 김성신입니다.
오늘 떠날 독서 여행지는 ‘홧김에 퇴직, 그 후의 시간’입니다. 

‘재직 반년을 못 채우고 무작정 퇴사한 내가 삶 한구석에 초라하게 서 있었다.”
소설가 도제희 씨의 신작 에세이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의 도입부의 한 대목입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듯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중요한 시험에서 탈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고, 극복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쓴 도제희 작가에게는 그것이 ‘퇴사’였습니다. 물론 평범한 퇴사가 아니었습니다. 재취업 준비 1년 만에 어렵게 입사했던 출판사,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대표와 큰 소리로 싸우고는 회사를 그만둡니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는 홧김에 직장을 ‘확 때려치운’ 바로 그날로부터 시작됩니다. '난데없는 퇴사' 후 저자는 제목 그대로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의 고전 소설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도스토옙스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합니다. “흔한 퇴사에 불과했지만, 그 사건엔 삶의 부조리함이 응축돼 있었고, 나는 남루해진 감정을 가눌 길이 없어서 이 모든 감정보다 훨씬 큰 분노와 좌절과 절망으로 꿈틀거리는 도스토옙스키를 읽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영을 배운다면, '퇴사'라는 인생의 수렁에서 저자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택한 생존법이 바로 '고전 읽기'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고전을 그저 옛날이야기로만 읽은 것이 아니라,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주인공들을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의 앞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소설 <스쩨빤치코보 마을 사람들>을 읽고는 노예 가브릴라를 호출합니다. 가브릴라는 아무도 갑의 폭력적인 월권에 항의하지 못할 때 홀연히 주인의 모욕에 항의하는 인물입니다. 

도제희 작가는 이런 소설 속 가브릴라를 떠올리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며 제 한 몸을 건사하는 사람들, 비록 자신의 고용인이라고 모욕을 준다면 참지 않는 사람들, 박탈감을 안겨 주는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만큼 우아한 이들이 있을까.”

작가는 자신의 불안정한 시기를 되돌아보면서, 왜 나는 여전히 삶에 미숙한지를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점검해 봅니다. 

오늘의 독서 여행지는 
도제희 작가의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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