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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호 국제대교 붕괴, 2차 피해 막으려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29 12:49  | 조회 : 3433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8월 29일 화요일
□ 출연자 :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붕괴사고, 특히 건물·대교 붕괴사고는 가슴 속 깊이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크나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는 분야입니다.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내년 12월에 완공 예정이던, 공정률 약 57% 상태의 평택 국제대교 상판이 무너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이죠.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와 이번 사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하 안형준):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평택국제대교가 총 길이를 보니까 11.695km던데요. 이게 대형 다리에 속하는 건가요?

◆ 안형준: 그럼요. 상당히 대형 다리에 속합니다.

◇ 장원석: 이번에 붕괴되는 것을 지켜보니까 상판 4개가 무너져 내렸고, 그래서 사진 보니까 V자 형태로 내려앉았더라고요. 그리고 교각 한 개도 역시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상판하고 교각은 다리에서 어떤 부분이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 안형준: 다리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상부구조인 상판하고, 상부구조의 하중을 기초에 전달하는 하부구조인 교각, 그리고 이 둘 간을 연결하는 교좌장치로 구성돼 있어서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장원석: 예. 그러니까 상판은 차량이 다니는 길을 말하는 거고, 교각은 텐트로 치면 폴, 지지대,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 안형준: 기둥이라고 볼 수 있죠.

◇ 장원석: 이번에 상판 네 개. 상판 하나당 60m 정도 돼서 총 240m 정도가 되던데, 일단 진상조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이 언젠가는 나오겠지만요. 그냥 정황상 봤을 때 교수님께서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 어떻게 분석하고 계십니까?

◆ 안형준: 그런데 사고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었을 때 반드시 사고가 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설계, 안전한 시공, 안전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지 어떤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조속히 안전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그리고 분명하게 밝히는 것만이 앞으로 이 다리를 사용하게 될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저는 봅니다.

◇ 장원석: 일부 언론 보도를 보니까요. 사고현장 근처에서 낚시하시거나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이 사고 한 시간 전 쯤에 빠지직하는 소리가 들리고, 돌멩이 크기의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걸 봤다고 하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 원인규명에 도움이 될 증언일까요?

◆ 안형준: 그렇죠. 사고는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이든지 알려줘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일어났던 대형안전사고도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어떤 조짐을 보이거든요. 이것도 그런 조짐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면 이런 사고가 나게 되는 것이죠.

◇ 장원석: 이런 대형 건축물의 붕괴 사고의 전조는 보통 비슷한가요? 이런 식인가요?

◆ 안형준: 그렇죠. 저희 전문가들은 그걸 예상할 수 있는 전조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했을 때는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죠.

◇ 장원석: 우리나라 다리 건설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 아닌가요?

◆ 안형준: 세계적이라고 볼 수 있죠.

◇ 장원석: 그래서 외국의 대형 현수교, 다리 같은 것, 대교도 나가서 만들어주고 이러던데,

◆ 안형준: 그래요. 우리나라 기술이 필요해서 세계 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도량에 대한 시공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저희들한테 맡기는 경우가 많죠.

◇ 장원석: 그렇죠.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그런 식으로 해서 유명세를 떨치고, 위상도 높여주고 했는데 이번에 참, 

◆ 안형준: 속상합니다. 안타깝고요.

◇ 장원석: 60% 정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됐단 말이죠. 이 정도면 교각 같은 것은 다 만들어진 상태 아니었을까요?

◆ 안형준: 그렇죠. 일단 교각은 다 만들어져있고, 이번에 적용된 것이 ILM 공법을 적용했어요. ILM 공법에 대해서 철저히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하고 관리, 모든 면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이걸 확인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러면 부실공사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교각이 부실했다, 철근을 적게 썼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는 안 나왔습니다만, 어떤 식으로 부실이 이루어졌다고 봐야 할까요?

◆ 안형준: 그러니까 이번에 적용된 게 ILM 공법인데, ILM 공법은 상부구조인 상판을 다리 양쪽 끝에 교대해서 설치된 작업장에서 상판의 일부인 하나의 세그먼트를 제작해가지고 축소하는 압축장비로 밀어내서 교량을 만드는 방법인데, 지금까지 다리가 직선인 경우, 비록 곡선이라 하더라도 한쪽 방향으로 된 경우에 우리나라에서 여러 차례 적용한 사례가 있는데, 사고는 아직 안 났는데, 이번 평택 국제대교는 상당히 규모가 큰 거였고, 그렇기 때문에 ILM 공법에 대한 지켜야 할 사항들, 공법들을 준수했다면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철저하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장원석: ILM 공법이 오래된 공법인가요?

◆ 안형준: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적용된 사례가 많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공법입니다.

◇ 장원석: 대교 건설에 주로 쓰이는가 보죠?

◆ 안형준: 그렇습니다, 교량을 할 때. 왜냐면 교각에서는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육지에서 교대해서 밀어내면서 연결하는 공법입니다.

◇ 장원석: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이 공법이?

◆ 안형준: 이것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땅에서 제작해서 밀어내서 연결하는 공법이죠.

◇ 장원석: 기후, 날씨에 덜 영향을 받는다는 거군요.

◆ 안형준: 그렇습니다.

◇ 장원석: 문제가 된 적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왜 문제가 됐느냐.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해보건대, 너비가 27.2m짜리 왕복 4차선 대교에는 이 ILM 공법을 쓴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 안형준: 이번에 폭이 제일 큰 교량이었어요. 폭만 따지면 제일 큰 교량이었기 때문에 폭이 제일 큰 교량에는 적용된 적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는 것이죠.

◇ 장원석: 아무리 그래도 최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았습니까. 폭우 속에서 공사를 진행한 것도 역시 이번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던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안형준: 건설공사는요. 실내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출된 야외에서 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고 기본입니다. 이번 사고는 폭우 때문이라고 판단헤서는 안 된다고 저는 봅니다. 폭우를 핑계대서는 안 됩니다.

◇ 장원석: 교각이 건물로 따지면 기초공사 아니겠습니까. 바닥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기본일 텐데, 교각이 먼저 부러져서 상판이 내려앉았을까요? 아니면 상판이 내려앉으면서 교각이 부서졌을까요?

◆ 안형준: 글쎄요. 지금은 제가 판단할 수 없고요. 일단은 교각은 상판을 지지해서 물밑에 기초를 전달하는 장치기 때문에, 이것이 교각이 부실해서 밀어낸 것인지, 아니면 상판을 밀어내다가 교각에 충격을 준 것인지, 아니면 교각 자체의 부실시공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그 원인이 뭐다 하는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장원석: 이렇게 건설 과정에서 대교 같은 경우 다시 공사에 들어가게 되면 그 공사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나요?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 안형준: 당연하지요. 우선 공사비용도 늘어나지만 이것이 원래 생각했던 준공시기를 늦춘다면 그걸 사용하길 예상했던 것을 사용하지 못할 때는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라고 봅니다.

◇ 장원석: 설계 자체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손봐야 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 안형준: 글쎄요. 설계가 잘못됐다면 설계를 손봐야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설계는 안전을 생각해서 했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찾기가 쉬운데, 만약 설계가 미스라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기죠.

◇ 장원석: 그럼 이번 사고에 대해서 아까 안전상의 문제, 진단 같은 것들을 지적해주셨는데, 기술적인 부분이냐. 아니면 얼마 전에 중공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듯 하도급 같은 구조적인 문제냐. 어떤 것이 더 비중 있다고 보십니까?

◆ 안형준: 저는 모든 것이 다 비중 있다고 보고요. 안전은 한쪽 분야, 어느 일정한 사람들이 안전을 지킨다고 지켜지지 않고, 설계자이건 시공자이건 관리자이건 거기 종사하는 모든 종사자들이 안전에 대한 의식이 확실히 있을 때만 사고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내 잘못이 아니고 네 잘못이다, 네 잘못이다 핑계 대는 저희의 관행은 이번에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장원석: 대교 건설도 일반 중공업 현장이라든지 건물 건설 현장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구조로 설계가 되고 시공에 들어가나요?

◆ 안형준: 그렇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럼 2차 피해가 없도록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급선무고요. 그러면 평택 국제대교 같은 대형 교량 공사현장에서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겠습니까?

◆ 안형준: 구조물을 보존하는 방법에는 사고가 일어난 후에 조치하는 ‘사후보존’하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조치하는 ‘예방보존’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택 국제대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하는 예방보존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추가돼야 하겠습니까? 지금 단순히 교통 통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지 않을까요?

◆ 안형준: 통제는 하지만 앞으로 시공을 재개할 때 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공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절대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데, 기본을 무시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 장원석: 기본,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간과해서는 가장 안 되는. 알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자세하게 오늘 짚어봤고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형준: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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