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 쉼표
  • 진행: 김재용 / PD: 손영주

오늘의 방송내용

4월 29일(수) - 한국에서만 인기 있었던 팝송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5-03 23:11  | 조회 : 6153 
M1)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M2) Evergreen - Susan Jacks
M3) Slow Motion - Karina


<원고>
팝 음악의 인기 척도가 빌보드 싱글 몇 위를 했는지로 따져보던 시대가 있었죠.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팝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번 주 빌보드 차트가 적혀있는 소식지를 받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음반사로 나가는 것이 필수적인 코스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인기와 상관없이
한국에서만 히트하는 노래도 생기기 시작했죠.
우리나라에 외국 팝송을 소개하던 사람은 방송국에 소속된 여러 DJ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빌보드 차트를 바탕으로 여러 팝송을 방송에 소개했지만,
가끔씩은 그 음반에서 들을만한 노래를 찾아서 틀어주지도 했죠.
이런 곡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일이 많아지면서,
한국에서만 인기있는 팝송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포크 계열의 싱어송라이터 Lou Christie가 1966년에 부른 Saddle The Wind라는 곡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이지만,
사실 이곡은 미국에서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한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우리가수 하남석이 ‘바람에 실려’라는 곡으로 번안해 부르기도 했고,
몇 년 전에는 가수 임재범이 이 곡을 부르면서,
젊은 층들에게도 사랑받는 팝 음악으로 다시 자리잡기도 했죠.

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팝 음악은
빌보드 순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전개되는 현상이 더 깊어졌습니다.
한국 가요의 전성기가 개막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팝 음악을 찾아서 듣지 않게 되었고,
몇 곡씩 유행하는 팝 음악의 경우도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되었던 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죠.
드라마 첫사랑의 삽입곡인 스트라토바리우스의 ‘Forever’
드라마 아들과 딸의 삽입곡인 Susan Jacks의 Evergreen,
그리고 드라마 ‘애인’에 삽입된 캐리앤론의 ‘IOU’ 같은 곡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이지만,
막상 팝 음악의 본고장에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본국에서도 무명가수였던 독일 듀엣 캐리앤론은 이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노래가 성공하면서,
생각치도 않게 한국에서 여러 방송국과 행사를 출연하게 되었고,
생전 처음 인기 가수로서의 체험을 만끽하게 되었죠.
심지어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C’mon Through’로 인기를 얻은 스웨덴 가수 라세 린드는,
아예 서울로 거처를 옮겨 신촌 오피스텔에서 방을 구해 1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외국 팝송 중 하나로
카리나의 ‘Slow Motion’이라는 노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곡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이 곡의 판권을 갖고 있는 외국의 음반사는
도대체 이 가수가 누구이고 이 노래가 어떤 곡 이기에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판매고를 올렸는지 뒤늦게 확인했을 정도였다고 하죠.
이렇게 한국에서만 인기가 있는 팝 음악이라는 현상은
미국의 유행을 무차별적으로 따라하기보다는 음악에 있어서 한국적인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관이 뚜렷한 음악 취향은,
우리 가요의 성격을 확립해나가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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