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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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0.11.12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0-11-12 14:59  | 조회 : 2230 
문화관련 소식을 짚어보는 금요일 이슈진단입니다.
중앙일보 문화부 강혜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 지난 주말 인디밴드 음악인이죠, 이진원씨가 갑자기 숨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는데요, 게다가 이진원씨는 디지털 음원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죠?

=원맨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이진원씨가 지난 6일 반지하 자취방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를 아끼던 이들을 애달프게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2003년 1집 ‘인필드플라이’를 시작으로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비관적인 현실을 서정적인 멜로디와 위트 넘치는 가사로 표현해 이른바 ‘루저 세대’의 감성을 대표한 주자로 주목받았죠.
그런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그가 생전에 음원 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이진원이 2004년 부른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가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음원 사용료가 일정액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디지털 음원사로부터 돈 한 푼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일정 금액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항의 끝에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받았다”고 보도한 게 이슈가 됐습니다.

2. '도토리'라는 게, 인터넷 미니홈피 같은 데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 쓰는 사이버 머니지요?

= 네, 네티즌들은 특히 이진원이 2008년 발표한 3집 ‘굿바이 알루미늄’에 수록된 ‘도토리’라는 곡에 주목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뼛속까지 익숙해도 아무래도 이건 좀 짜증나/ 도토리, 이건 먹을 수도 없는 껍데기/(중략)/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 도토리 싫어, 라면도 싫어, 다람쥐 반찬 싫어, 고기 반찬이 좋아/ (중략) 도토리 싫어 주려면 좀 많이 주든가/ 팔아서 고기반찬 해먹게”라며 무명 인디음악인의 애환과 한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가수가 다람쥐냐”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도토리로 배당금을 주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싸이월드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3. 음악인의 열과 성을 다한 창작물에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지급했다면,
대단히 모욕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믿기지 않는데 사실입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문제가 확산되자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진화에 나섰습니다. “2004년부터 당시 싸이뮤직의 음원권리대행사인 ‘뮤직시티’를 통해 이진원씨 소속사인 ‘아름다운 동행’에 정당한 음원권리료를 전달해왔으며 도토리로 지급한 사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2008년 12월부터는 이씨 모든 곡의 유통권한을 가진 ‘네오위즈 인터넷’을 통해 음원권리료를 소속사에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싸이 측은 이씨에게 소위 ‘도토리 제안’은 물론 직접적인 접촉을 한 적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음원 관련 계약의 경우, 계약을 맺은 음원유통사(음원대리중계업체)나 소속사에 판매한 음원에 대한 음원권리료를 지급하지, 아티스트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지는 않으며, 도토리로 지급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또 “이씨의 싸이월드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2년 가입한 이래 도토리를 직접 구입한 적도,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적도 없다”며 보도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4. 그럼 보도가 잘못 된 건가요?

= 네, 문제가 확산되자 해당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토리로 지급했다는 부분이 미확인 사실임을 시인하면서 인터넷에서 기사를 수정하길 “이진원이 항의하니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라도 먼저 드리면 안되겠냐고 했다. 돈은 기준액에 도달하면 그때 지급하겠다면서”로 바꿨습니다. 당사자가 세상을 떴기 때문에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 파문이 벌어지는 동안 어느 가수나 뮤지션도 수익을 도토리로 지급받았다거나,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제보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달 과정에서 와전이 된 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5. 도토리가 논란이 돼서 그렇지, 핵심은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정액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수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음원 수익 배분율도 창작자에게 터무니 없이 불리한 것 같은데요?

= 네 사실 더 주목할 점은 고 이진원씨를 비롯한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서는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상황 자체입니다. 물론 상업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니다보니 아이돌 가수 같은 화려함을 기대할 순 없지만요, 창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받아야 하는데, 음악시장이 구조적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멜론, 엠넷 등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노래 한 곡을 내려받으면 보통 500원을 냅니다. 이 가운데 제작사·음악인에게 돌아가는 돈은 곡당 200원 안팎입니다. 수익을 배분할 때 음원 사이트가 45%를 가지고, 나머지 55%에서 저작권료(9%)와 실연권료(4.5%) 등을 제하면 40%가량이 남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애플 아이튠스가 음악인에게 70%를 배분하고, 아이튠스는 30%만 가져간다고 비교하는데요,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아이튠스가 30%를 가져가는 것은 맞지만 이들이 넘겨준 70%를 음원 유통 대행사와 제작사가 다시 나누기 때문입니다. 국내 곡의 경우 제작사와 음악인에게 최종적으로 돌아가는 몫이 매출액의 40% 가량으로 국내 음원사이트와 비율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6. 그렇다면 국내 음악시장만을 탓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 문제는 지급율 자체보다 국내 대형 음원 사이트들의 저가 경쟁입니다. 이들이 '무제한 다운로드 월 1만원', '무제한 스트리밍과 40곡 다운로드 월 7000원' 같은 묶음상품을 내놓으면서 뮤지션의 수익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1만건을 판매해도 제작사와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돈은 곡당 3원 정도에 불고합니다. 결국 1만명이 음악을 사갔는데도 밴드 멤버들이 국밥 한 그릇씩 먹으면 끝인 셈입니다. 국내 음원 시장에서 실시간 듣기와 정액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가량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렇다보니 이름이 제법 알려진 인디밴드라 해도 온라인 음원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음반 한 장에 5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뮤지션들이 이런 '무제한' 기획상품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면 이 사이트에서는 아예 그 뮤지션의 음악 전체를 서비스하지 않는 실정이니 음악 창작자의 실익이 거의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7. 이렇게만 들으면 음원사이트가 폭리를 취하는 것 같은데, 그쪽 입장은 어떤 건가요?

= 음원 사이트도 당연히 반박 입장이 있습니다. “음악인에게 너무 적은 돈이 돌아간다는 문제에는 공감을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 등을 통해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싼 서비스만 찾다 보니 정액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 음원유통사의 입김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도 합니다. 결국 문제가 음원 사이트의 저가경쟁과 대형 유통사와 소비자 인식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거라는 거지요. 음악인들은 또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다운로드됐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음악인과 유통?소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해 더 이상 달빛요정 이진원씨 같은 외로운 죽음이 없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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