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 방송시간 : [월-금] 19:15~20:00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0.09.24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0-09-24 15:06  | 조회 : 2326 

문화 관련 이슈를 알아보는 금요일 이슈진단입니다.
중앙일보 문화부 강혜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자 세계 예술사에서도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백남준씨. 사후 4주년을 맞아 그의 전위정신을 기리는 대규모 회고전이 유럽에서 열리고 있다고요?

= ‘예술계의 칭기즈칸’이라고 불리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타계한 것이 2006년. 올해 4주기를 맞아 세계 미술계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사후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 지난 11일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팔라스트 미술관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1년 말기작까지 백남준의 대표작과 각종 자료를 촘촘하게 모았습니다. ‘달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TV’를 비롯해 ‘TV 가든’ ‘TV 붓다’ 등 설치작품이 50여 점, 포스터 등 자료가 20여 점입니다. 1,2층으로 이뤄진 전시장엔 관람객이 줄지어 몰려드는 통에 시간차를 두고 입장할 정도입니다. 회고전은 바다를 건너 영국 테이트 리버풀로 이어집니다. 12월 17일부터 2011년 3월 13일 열리는데요, 1988년 개관한 테이트 리버풀에서 첫 번째 아시아 작가 회고전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백남준의 정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속속 열립니다.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선 지난달? 말부터 백남준 작품과 현대작가 12명의 작품을 모아 만든 전시회 ‘트릭스터가 세상을 만든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 포항에서도 백남준의 작품 150여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11월2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시 ‘텔레토피아-드로잉에서 레이저까지’입니다. 이 전시에선 가로 10미터, 세로 6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비디오 설치 작품 ‘거북’ 등이 선보입니다.

2. 국내외에서 백남준씨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라는 얘긴데요, 백남준씨 하면 역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는 게 가장 뚜렷하지 않습니까?

= 생전 백남준은 “마르셀 뒤샹이 모든 문을 열었는데 딱 하나 열지 못한 게 비디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1960년대 미술계가 아직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과학기술에 눈을 돌린 거죠. 90년대 이후 서구 미술계는 빠르게 미디어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데요, 이를 몇십년 앞서 일찌감치 내다보고 홀로 전진했던 동양인이 백남준입니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그만큼 창조적으로 실험하고 도전했던 정신이 그의 전에도, 후에도 한국에 없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입니다.

3. 한국 미술계에서 선구적으로 해외에서 활동한 분이기도 하죠?

= 네, 알려져 있다시피 백남준은 공부는 독일에서 활동은 뉴욕에서 했습니다. 지금 독일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앞장서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백남준의 유골도 한국과 일본, 독일 세곳에서 나뉘어 묻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TV 부처’ 연작에서 확인되다시피 동양 문화의 DNA를 깊숙이 새기고 있기도 합니다. 열여덟살에 고국을 떠났고 서양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했지만, 그의 비디오 속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이미지와 김소월의 싯구가 섞여 있고, 퀴리부인과 정약용?허준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백남준 아트센터 이영철 관장은 “백남준은 동서양의 사고체계를 꿰뚫어 비디오 아트라는 작품세계로 완숙시킨 뒤 서구 문명의 교란자로 떠돌았던, 예술의 칭기즈칸이었다”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4. 파격적인 작품세계만큼이나 돌출적인 기행으로도 기억되는 분 아니겠습니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꽤 많죠?

= 범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은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관련된 것이겠죠.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만찬에 백남준이 초대됐습니다.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했던 그는 휠체어를 탄 채 참석했는데요,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바지가 흘러내렸고, 속옷을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고 힐러리 여사가 놀라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병중에 우연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평소 백남준의 성품을 아는 이들은 그것이 연이은 성 스캔들에 시달리던 클린턴을 빗대어 희대의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미국의 미술명문으로 유명한 프랫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때 일화도 있습니다. 짧은 수상 연설 중에 백남준이 호주머니에서 뭘 꺼내 자꾸 오물오물 씹으니까 강연 뒤 대학관계자들이 그게 뭐였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백남준은 오징어포 한웅큼을 꺼내서 몇가닥씩 나눠줬습니다. 한국인에게야 별미지만 서구인들은 뭐 ?는 냄새라고 기겁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천하의 마에스트로가 건네준 것이니 사양할 수도 없어서 맛있다는 듯 다 씹어먹더라는 이야기입니다.

5. 천재적인 만큼 괴짜 같은 삶을 사셨지요.

= 그래서 1968년부터 백씨와 알고 지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는 “백남준은 20세기 최고의 괴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의 이런 괴짜 같음이 예술적 성공의 요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의 전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백남준이 어느날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에게 세상 사람의 95%는 바보 같다며, 그래서 별볼일 없는 한국인인 내가 뉴욕에서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케이지도 웃으면서 맞는 말이라고 했다는 거죠. 이 배포는 1984년 3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귀국 회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시 백남준은 자신의 예술 업적을 논하는 기자들에게 “원래 예술은 사기다. 속이고 속는 거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고 일갈했습니다. 다시없는 한국인 천재 예술가, 백남준. 4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예술혼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봄직 합니다.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