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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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0.09.03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0-09-03 15:00  | 조회 : 2219 

문화 관련 이슈를 알아보는 금요일 <이슈진단> 입니다. 중앙일보 문화부 강혜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연기자 노조가 방송3사 드라마 출연을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지요. KBS와 SBS는 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해결이 됐는데, MBC는 일부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요?

=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즉 한예조가 어제부터 MBC 외주제작 드라마 촬영을 거부해서 일부 제작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한예조 대표들은 어제 오후 MBC 주말극 ‘글로리아’ 촬영현장을 찾아 출연 거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일부 연기자들이 촬영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녹화가 중단됐습니다. 한예조는 또 오늘 오전 ‘동이’ 촬영현장을 찾아가 촬영을 중단시켰습니다.
한예조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3사에 대해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할 것과 앞으로 미지급 사태가 없게끔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시 방송사의 외주제작 드라마 촬영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는데요, KBS와는 이 회견 직전에 협상을 타결했고 SBS도 다음날인 어제 가까스로 협상에 타결했습니다. 그러나 MBC는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한예조는 ‘동이’ ‘장난스러운 키스’ ‘글로리아’ ‘김수로’ 등 MBC 외주제작 드라마 4편에 대한 출연 거부를 결의했습니다. 방송가에선 연기자들의 촬영 거부가 본격화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태의 귀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 문제가 된 게 미지급 출연료인데요. 이게 2년간 총 44억 가까이 된다고요. 그런데 방송3사는 이 돈을 제작사에 이미 지불했다는 것 아닙니까?

= 한예조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간 드라마에 출연하고 받지 못한 미지급 출연료가 7월 말 기준으로 43억6800만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가 10억5천만원, SBS가 11억5천만원, MBC가 22억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보면 방송사가 연기자 등골을 빼먹는 것처럼 보일텐데요, 엄밀히 말해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떼인 곳은 방송사가 아니라 외주제작사들입니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부른 '국가가 부른다' '돌아온 일지매' '커피하우스' 등은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고 외주제작사가 제작한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연기자들이 출연 계약을 한 상대도 이들 제작사들입니다. 그런데 제작사가 연기자 출연료를 포함한 제작비를 방송사로부터 받고도, 방송이 다 끝난 뒤까지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MBC 주장대로, 외주제작사가 질 책임을 방송사에 따지는 건 상식·법리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입니다. 게다가 방송사 입장에선 이미 출연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다시 출연료를 준다면 원칙적으로 이중 지급이 됩니다. 무엇보다 미지급 제작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대리지급을 할 경우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3. 하지만 방송사가 여기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수십억원에 이르는 임금 체불이 발생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 실제로 한예조도 1차 책임은 외주제작사에 있지만,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한 원인은 방송사에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방송사가 터무니없이 적은 제작비를 지불했기 때문에 제작사가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드라마 제작비 기준은 편당 평균 1억3천~5천만원입니다. 그러나 실제 제작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액수, 즉 편당 평균 2억원 정도가 듭니다.

4. 차이가 꽤 나는데요. 손해를 감수하고 제작 계약을 하는 건가?

= 그렇습니다. 제작사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제작비를 받고 계약을 합니다. 일단 편성을 따낸 다음에, 모자라는 돈은 협찬 즉 PPL이나 해외 수출 및 부가 판권을 통해 충당하는 식입니다. 이러다보니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제작사는 주연을 제외한 조연, 단역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를 제때 지급할 수가 없습니다. 이 돈까지 모조리 제작에 끌어다 쓰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사이에 투자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출연료 지급 일정도 촬영 시점이 아니라 방송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연기자들은 일단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출연료가 나오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 협찬 유치도 잘 되고 해외에도 잘 팔리니까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고 출연료 지급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시청률이 안 나와서 이 같은 회수가 안 되면 마이너스를 극복할 수가 없고, 결국 출연료를 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출연료 미지급이 발생한 드라마를 보면 대체로 시청률 한자리수에 머물렀던 것들입니다.

5. 그렇다면 방송사가 제작비를 현실화시켜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50~60% 정도만 주는 셈 아닙니까?

= 문제는 현실적인 제작비에 대한 인식차입니다. 방송사는 현재 시장 규모나 드라마의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면 현 제작비가 적정하다는 입장입니다.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 세트를 제공하는 등 유무형으로 보전해주고 있는 제작비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는 이보다 적은 돈으로도 퀄리티를 유지하는데, 제작사들이 운용을 잘못 하니까 돈이 더 드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또다른 문제는 외주제작 드라마의 스타 배우 의존과 이에 따른 지급 출혈이 과다한 것입니다. 제작사들의 캐스팅 경쟁이 심해지면서 웬만한 주연배우 출연료가 회당 2천만원이 넘고, 한류스타는 5천만원, 1억원을 넘습니다. 방송사는 제작사들이 출연료를 올려놨다고 비난하고, 제작사는 이렇게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편성을 해주지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라고 비난합니다. 아무튼 제작비를 얼마로 올리던 스타 배우에 대한 제작비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조, 단역 연기자의 출연료 미지급은 되풀이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6. 참 복잡하군요. 결국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요. 어쨌든 이 사이에서 연기자 출연료가 떼이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그래서 방송사, 제작사, 정책 당국이 외주 제작 시스템 자체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어제 한국드라마제작사협의회는 출연료를 상습 미지급하는 불량제작사를 편성에서 제외하라고 방송사에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제작사가 한탕 심리로 시장에 난립하는 바람에 생기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촬영에 임한 연기자들이 더 이상 생계의 고통을 겪지 않게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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