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특검' 기자에게 허위사실 흘린 공군.. 엄중하게 바라봐야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9월 1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故이예람 특검' 기자에게 허위사실 흘린 공군, 부적절.. 엄중하게 바라봐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 9월 13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 활동 종료하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서 이루어진 특검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고 이 중사 특검을 계기로 해서 군 내 성폭력 사건 관련한 현주소를 좀 짚어주신다고요?

◆ 김언경> '공군 29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활동이 9월 13일 종료되었습니다. 이 특검은 이 중사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만에 출범할 수 있었고, 100일간 활동했습니다.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2일 강제추행을 당했고 5월 21일 사망했습니다. 이 중사의 강제추행 신고 이후 군사경찰은 4월 7일에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는데요. 군 검찰은 이 중사의 부친으로부터 딸의 극단적 선택이 우려된다는 탄원서까지 받았음에도 국방부로 사건이 이관될 때까지 가해자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건의 중요한 증거인 가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음에도, 군검찰은 이를 집행하는 대신 조사일에 가해자로부터 임의제출을 받는 등 증거인멸의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21년 6월 1일 국방부는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약 120일 가량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성폭력 가해자인 장 중사 등 25명을 입건하고 15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부실 초동수사 의혹을 받는 군 경찰과 공군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특검은 유족과 시민단체, 이 사건에 슬퍼하고 분노한 많은 시민의 들끓는 요구,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여러 언론의 노력,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국회의 결정이 모아져 어렵게 이룬 성과였습니다. 오죽하면 이 특검이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군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특검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특검의 활동 그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군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었고, 공군내, 그리고 국방부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진하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특검이 출범한 것인데요. 수사 결과는 어땠습니까?

◆ 김언경> 특검은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1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익수 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성폭력 가해자 장모 중사 1명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총 8명이 기소된 것입니다. 
상세한 기소 내용을 보면요. 먼저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가 피해 신고 직후부터 ‘나는 성추행 하지도 않았는데 이 중사가 나를 고소했다’며 다른 군인들에 허위사실 유포했음이 확인되어서 특검이 장 모 중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추가해 기소했습니다. 
특검이 밝혀야 할 의혹 중 이 중사가 피해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했으나 사건을 덮자고 회유하고 분리조치를 안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허위보고와 은폐시도는 분명히 있었고, 이를 알면서도 징계를 요구하지 않다는 이유로 20전비 대대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직무유기로 기소했습니다. 
이 중사가 소속부대를 옮긴 뒤 전입부대에서도 2차 가해를 수사하지 않은 군 검사가 직무유기로, 이 중사와 관련한 험담 퍼뜨린 가해자와 20비 중대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군 검찰이 신속한 조사를 하지 않아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휴가 등 이유로 조사를 지연하고 상부엔 이 중사가 지연요청을 했다고 허위보고를 했으며, 구속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군 검사에 대해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또한 가해자 영장심사 등 수사정보를 전익수 실장에게 유출한 혐의로 군무원이 비밀누설 혐으로 기소되었고요. 특검이 구성되기 이전에 전익수 실장이 압력을 행사해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특검은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해당 의혹을 변호사가 조작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전익수 실장이 초동수사 당시 장 중사를 불구속 수사하도록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아무 근거가 없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수사 무마를 위해 영장 담당 검사에 위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김양원> 공군 공보담당 장교가 언론에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보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사실이라면 공군이 집단적으로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건데요?

◆ 김언경> 저도 언론비평을 하다보니 이 공보담당 장교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국방부의 2021년 10월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도 이 내용은 있습니다. 거기에는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G대령, H중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불구속 기소라는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비행단 부대원이 피해자와 통화하여 녹음한 파일을 알고 있었는데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해당 부대원이 녹음파일 제공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하여 제공에 동의하도록 했다는 것으로 적시되어있었습니다.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이것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결과를 보면요. 이 중사 사망이 알려지며 공군 비난 여론 커지자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 모 장교가 ‘피해자는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 선택’이라며 3명의 기자에게 허위사실 전달하고 피해 직후 선배 부사관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기자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특검팀은 심리 부검 조사를 해서 남편과의 불화 아닌 성추행 및 2차 가해 때문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 김양원>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했다고 사건을 축소하려했던 정황이 아닌가 싶은데요, 비록 뒤늦었지만, 고 이중사 사건이 사상 초유의 군 대상 특검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알려지게 된 이 사건..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 김언경> 언론이 굉장히 잘 보도했어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은 기존의 군 성폭력 사건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화력을 집중해서 많이 보도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는 밝히기 어려운 군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쳐서 군 성폭력 보도의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군 내부의 성추행과 은폐라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죠. 2021년 한국기자상 취재보도부문 본상과 국제앰네스티언론상, 그리고 양성평등상 방송부문 대상인 대통령상도 받았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사들도 이 사건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흥미 위주의 보도가 아닌 다양한 문제제기를 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정훈장교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허위사실을 기자들에게 전달했음에도 그 정보를 받은 기자들이 섣불리 보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추측을 해봅니다. 
군에서 내놓은 부적절하고 부당한 정보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니 다행이긴 한데요. 어쨌든 공보나 홍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요. 국가기관이 이처럼 부적절한 공보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하게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언론이 앞으로도 이런 공보를 그대로 받아쓰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김양원> 특검의 사건조사결과 발표 때, 안미영 특별검사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주변 군인들이) 다 가해자 걱정을 한다. 누구도 이 중사를 살갑게 대하지 않고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군대 내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남성 위주의 군 문화가 낳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 김언경> 유족은 일단 특검에 “애쓰셨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중사 사망 전후 가해자 불구속 수사 계속된 이유 끝내 못밝혔다.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해 유가족 한으로 남는다”고 했고요. 무엇보다 “처음부터 공군이 이렇게 수사했다면 예람이 살아있을 것, 가해자들도 이미 합당한 처벌 받았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특검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애초 초동수사가 워낙 부실해서 중요한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검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속 상관의 성폭력과 2차 가해, 군검사의 부실수사라고 분명하게 결론 내렸다는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번 특검 조사결과와는 별개로 사건 명에 대해 좀 짚어보고 싶은데요. 피디님, 이 사건을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아시죠?

◇ 김양원> 네,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라고 줄여서 보도하고 있죠.

◆ 김언경> 네, 맞습니다. 이예람 중사의 부모가 피해자의 이름과 모습, 부모님의 얼굴과 성함 모두 공개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정말 간절하게 호소해왔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만큼은 이예람 중사의 이름을 제목에 사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명칭에 피해자의 이름을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 사건을 부를 때 이예람 중사의 이름만 남고, 사건의 본질은 잊혀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요. 이 특검의 정확한 명칭은 <공군 29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입니다. 이 이름을 지을 때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는지 저는 느낄 수 있었어요. 

◇ 김양원> 사건의 본질은 덮어지고 피해자의 이름만 기억에 남는 사건 명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주셨네요. 유가족들이 이름을 밝히더라도 진상을 밝히고 싶다...라는 취지에서 사건명을 이렇게 했지만, 간과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예람 중사가 있던 부대에서 또 다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죠?

◆ 김언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가 폭로했는데요.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 15특수임무비행단에 근무 중인 가해자 준위가 올해 1~4월 20대 초반 여군 하사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성폭력 사건을 신고한 후 이를 수사하던 군사 경찰이 피해자가 확진자 격리 숙소에 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을 했습니다. 

◇ 김양원> 성폭력 피해자라고 신고한 여군 하사를 다른 사건 가해자로 군 경찰에 입건을 한거에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이런 이례적인 일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입장을 내놨는데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는 상황은 군검찰의 수사 의도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2차 가해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용할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만큼 현재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습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다른 사건의 피의자가 되어 기소된다면, 그 사실이 군대 내에 공개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성폭력 피해 사실도 노출돼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방부장관에게 지휘․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공군검찰단장에게 이 피해자에 대한 추가조사 및 기소여부 판단을 잠정 중지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되면서 언론에 보도되겠지만요, 저는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사실이 지나치게 세세하게 부각되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뽑는 보도 행태는 적절치 않습니다. 앞서 피해자가 피의자로 둔갑한 사실도 전해드렸다시피, 언론이 주목해야할 것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군의 행태를 감시하는 것입니다. 

◇ 김양원> 네, 이예람 특검 결과 발표 내용과 함께 군내 성폭력 사건의 현주소... 짚어봤는데요. 고 이 중사의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않았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이 중사의 주검은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습니다.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는데요. 이 중사의 아버지는 “예람이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피의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면 그때 예람이를 따뜻한 곳으로 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족들의 말씀처럼 언론도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도해주셨으면 합니다. 

◇ 김양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