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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윤여정 '최중'으로 살자, 경쟁 심한 한국사회 일침"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4-27 10:01  | 조회 : 1468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4월 27일 (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오동진 영화평론가

-오스카에서 상 받는것, 개인에게는 성공의 좌표를 찍는 셈
-브레드피트, 기획 프로듀서...원래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미나리, 이민자 가족들.美 사회 비판하는 내용
-낮은 시선의 보편성, 많은 세계 관객들 마음 다가 선 계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코로나19로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는 요즘, 어제 미국 LA에서 오랜 만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74세의 노장 배우 윤여정씨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씨 수상 관련한 이런 저런 얘기를 오동진 영화평론가 전화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오동진):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어제 모든 언론이 102년 한국 영화사의 '금자탑'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는데, 오스카 여우조연상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 오동진: 그렇죠. 오스카 자체가 세계적인 행사니까요. 물론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그거 로컬 행사 아니에요?”라고 얘기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미국 국내 상 시상식이지만 그것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요. 작년부터 세계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시장장악력이 워낙 할리우드가 높잖아요. 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시상식 중계만 해도 몇 억 명이 보니까 광고효과, 산업효과가 대단히 뛰어납니다. 여기서 상을 한번 받는다는 것이 개인에게는 성공의 좌표를 찍는 셈이 되고, 해당 국가의 영화 산업이나 영화계 또한 큰 기회를 얻는 셈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상이죠. 아주 큰 일을 해내신 겁니다. 요즘 언론에서 말하는 금자탑 등의 표현은 영화 쪽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 산업공화국 시절의 산업 훈장 같아요.  

◇ 황보선: 어제 윤여정씨가 수상 소감을 할 때 '브레드 피트' 어디 있냐고 했는데, 배우 브레드 피트가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였죠? 

◆ 오동진: 아시는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브래드 피트가 ‘오션스 일레븐’ 등 큰 상업 영화에 출연해서 돈을 많이 벌잖아요. 한번 출연하면 출연료가 3천만 달러 정도 되니까요. 큰돈을 받는 대형스타인데, 이렇게 돈을 벌어서 ‘플랜B’라고 자기가 영화사를 만들었어요. 플랜B가 말그대로 자기 영화 인생의 플랜B를 짜는 셈이 되겠죠. 그래서 큰돈을 벌어서 작은 영화, 독립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예요. 조지 클루니와 함께 브래드 피트는 굉장히 좋은 영화인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어떻게 보면 영화를 픽업한 거죠. 이 영화는 지원할만하다, 투자할만하다고 판단했고, 그 선구안이 좋아서 영화가 굉장히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 셈이죠. 영화를 보는 눈도 뛰어나고 사업적인 수완도 뛰어난 배우이자 제작자가 브래드 피트입니다.

◇ 황보선: 제작자인데, 촬영 현장에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봐요?

◆ 오동진: 원래 현장 프로듀서가 있고, 이그제큐티브(executive) 프로듀서라고 기획 프로듀서가 있는데요. 기획 프로듀서는 사실 현장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어느 나라도 그런데, 다만 초기에 배우들을 만나거나 감독과 같이 만나는 자리는 있겠죠. 그런데 아마 아시는 것처럼 워낙 바쁜 스타니까, 투자만 하고 현장에는 한 번도 안 나갔겠죠. 아마 그걸 약간 빗대어서 윤여정 씨도 잘 알고 계시지만 농담처럼 아유를 한 셈이죠.

◇ 황보선: 제가 보기엔 농담 반 진담 반 뼈 있는 것 같은데요.

◆ 오동진: 사실 웃자고 한 얘기에요.

◇ 황보선: 그렇죠. 윤여정 씨 상을 워낙 여러 번 받아서요. 받을 때마다 이 분의 재치 있는 입담이 많이 기사화되는데요. 오동진 평론가님께서는 이번 수상 소감 어떻게 보셨습니까?

◆ 오동진: 윤여정 씨가 워낙 영어를 잘하시지만, 영어를 잘하는 만큼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시는 분이고요. 그 말은 한국말 언변이 좋다는 겁니다. 그만큼 교양 있는 분이라는 얘기죠. 생각이 많으시고 지혜로우시고, 나이가 75세시니까, 삶의 경험을 자기의 직업적 측면에서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든 많이 녹여내는 분이에요. 그러니까 촌철살인이 있는 분이죠.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해서 영어 스피킹을 잘하는 게 아니라 한국말 언변이 좋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겁니다. 이번 수상 소감에서도 아들에 대한 얘기든, 기자회견에서도 “최고로 살지 말고 최중으로 살자” 등의 얘기는 우리가 귀담아 들을 만한 얘기고요. 특히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 대해 70여 년의 인생을 사시면서 느껴던 소회가 녹녹히 담겨져 있던 얘기들이죠. 아주 괜찮은 분이에요.

◇ 황보선: 영화 ‘미나리’는 어떤 영화라고 간단히 평가 해주시겠습니까?

◆ 오동진: 영화 ‘미나리’는 쉽게 말하면 이민자 가족들에 대한 얘깁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우회적으로 미국의 지금 사회에 대해서, 트럼프가 만들어놓은 미국 사회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영화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대부’같은 영화 좋아하시잖아요. 코플러가 만든 ‘대부’라는 영화 좋아하실 텐데, 마론 브란도가 나왔잖아요. 그것도 사실 마피아 영화고 갱스터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영화거든요. 이탈리안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기 위해서 애썼던 얘기를 그려냈다는 측면에서 갱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인데요. 아일랜드 이민자들도 굉장히 많이 고생했기 때문에 마론 브란도가 만든 ‘갱스 오브 뉴욕’ 같은 영화들도 주목을 받았었죠. 결국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겁니다. 이민자들을 그렇게 핍박하고 압박하고 차별하고, 특히 아시안 인종들에 대해서 지금 말도 안 되는 린치를 가하는 등 미국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셈이고요. 이민자 가족들이 어떻게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 아주 소소한 일상으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메시지는 굉장히 웅변적인 것이죠. 한국의 가족주의라고 하는 것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이고요. 아주 소소하게는 한국의 할머니, 한국의 선대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희생을 치렀는가에 대해서 눈물겨운 이야기로 전달해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고요. 제가 몇 하는 얘기입니다만, 영화가 성공하고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으려면 영화의 내용이 자기동일화가 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저거 우리 할머니 얘기인데, 저거 내 얘기인데, 우리 아버지 얘기인데’하는 생각이 강해야하거든요. ‘미나리’가 한국 사람에게도 그런 느낌을 주지만, 미국 관객들에게도 자기 얘기들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상을 받고 호평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보선: 아까 배우 윤여정 씨의 영어 구사력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게 기술이나 원어민적인 것이 아니고,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경험, 신조, 철학 등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서 좋은 영화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도 그렇고요.

◆ 오동진: 만약 윤여정 씨가 이번 영화에서 아주 인공적인 연기를 했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상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영화 속 할머니 그대로,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이잖아요.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를 통해서요. 윤여정 씨 역시 전쟁세대기 때문에 전쟁의 과정에서 우리 가족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표현한 거죠. 아마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가 미국 대중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한국의 관객들은 ‘저거 너무 평범한 우리 할머니 얘긴데, 저게 왜 이렇게 인기를 모을까?’라는 생각을 사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런 낮은 시선의 보편성이 많은 세계 관객들의 마음이 다가서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황보선: 끝으로 윤여정 씨의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 오동진: 윤여정 씨의 수상으로 높아지기도 했습니다만, 한국 영화가 약 10년 전부터 위상이 굉장히 높았어요. 그래서 아마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 극장 잘 안 가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해외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건 실제로 나가 보시면 알고요. 유럽 같은 곳에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에너제틱한 측면, 다이나미즘이 굉장히 높이 평가를 받았고, 다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서 이것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비평적 측면 외에도 대중성까지 굉장히 높아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한국 영화가 K-컨텐츠와 같이 가고 있거든요. 팝 음악이나 다른 드라마와 함께,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장에서의 파괴력, 위상 등이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홍콩의 ‘영웅본색’ 등이 잠깐 떴다가 사라졌던 트렌드와는 다르게 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오동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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