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3분 독서 여행’ 김성신입니다.
오늘 떠날 독서 여행지는 ‘고통받는 동물과 인간의 세계’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우리를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동물 기계>는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인 루스 해리슨이 1964년에 쓴 책인데요,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54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동물복지 분야의 고전입니다.
<동물 기계>는 1960년대 당시 새롭게 부상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고기를 만드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직접 조사하고, 한편 농부, 축산업자, 정부 관계자,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를 수집해서 쓴 생태환경서입니다.
‘동물이 행복하지 않으면 인간 또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루스 해리슨은 동물의 불행한 삶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인간의 건강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오늘날 동물복지 과학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가로세로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고 1년에 수백 개씩 달걀을 낳는 닭, 사우나 같은 양돈장에서 축 늘어진 채 다닥다닥 누워서 사육되는 돼지, 오직 육질이 흰 고기를 만들기 위해 철분이 제거된 먹이를 먹으며,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감금틀에 갇혀 옴짝달싹하지도 못한 채 사육되는 송아지.
이것이 바로 루스 해리슨이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끔찍하게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해리슨은 단순히 공장식 축산 방식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사육방식이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를 환경, 식품의 품질, 건강 등 다양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에서 갖은 항생제와 약물을 먹고 사육된 동물들의 고기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기를 먹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되고 있다’고 이 책에서 해리슨은 말합니다. 21세기에 들어와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전염병과 방역 그리고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동물들의 살처분에 관한 것입니다. <동물 기계>가 세상에 나온 지 54년이나 되었지만, 공장식 축산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논의와 대책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