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슬기로운라디오] 트럼프는 왜 마스크를 안 쓸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5-15 12:34  | 조회 : 2291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5월 15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언어는 권력
-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을 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말을 듣게 되는 '발언권' 
- 일생을 말로 계속 성공 해온 트럼프, 말이 가장 큰 무기 
- 트럼프에게 마스크를 쓴다는 건 발언권의 제한, 자신을 억압하는 행동
- 치킨vs닭고기, 소스vs양념장... 차이는? 언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2부는 매일매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봅니다. 언어를 이해하는 만큼 세상이 넓어진다고 하죠. 매일 매일 함께하는 '말',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학교 공부가 끝나면 언어에 대한 공부도 끝나는 걸까요? 평생 함께해야만 하는 언어를 제대로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어른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오늘부터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 코너 제목도 있습니다.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인데요. 오늘부터 함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함께 고민해 볼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네, 반갑습니다.

◇ 최형진: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 신지영: 첫 번째 주제는요. 제가 퀴즈부터 내고 시작해보려고요. 혹시 형진 씨, 블루베리 아시죠? 블루베리 외래어잖아요. 우리가 흔히 쓰고 있으니까 우리말이기는 한데 그래도 우리말을 보면 외국에서 온 말이 있고, 우리가 자생적으로 쓴 말이 있잖아요. 순수한 우리말은 아닌 것 같죠? 그러면 블루베리가 순우리말로 뭘까요?

◇ 최형진: 일단 블루는 청, 베리는 딸기. 청딸기?

◆ 신지영: 그러면 닭고기는 좋아하세요?

◇ 최형진: 닭고기 좋아하죠.

◆ 신지영: 치킨은요?

◇ 최형진: 치킨 더 좋아하죠.

◆ 신지영: 네? 이상한데요. 닭고기하고 치킨하고 다른가요? 닭고기는 뭐고 치킨은 뭐죠? 

◇ 최형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말을 못하겠습니다.

◆ 신지영: 그러면 또 하나 문제를 내볼까요? 그러면 양념장이 있죠. 소스는요? 양념장은 뭐고, 소스는 뭐죠?

◇ 최형진: 같은 거 아닙니까? 네...

◆ 신지영: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치킨하고 닭고기. 우선 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친구를 만났더니 오늘 치킨 먹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러면 그 친구한테 데려가도 되는 곳이 있고, 데려가면 안 되는 곳이 있죠? 그 친구한테 삼계탕집 같이 가자, 이러면 친구가 좋아할까요?

◇ 최형진: 이상하죠.

◆ 신지영: 그러면 어디를 가야 해요?

◇ 최형진: 치킨집 가야죠.

◆ 신지영: 그러면 치킨은 닭고기가 아닌가요?

◇ 최형진: 닭고기죠. 닭고기가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는 말씀이십니까?

◆ 신지영: 언어는 인간의 모든 것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어를 들여다보면 정치, 사회, 경제, 모든 것이 있고요. 또 관계에 대한 문제, 이런 것도 존재를 해요. 그러면 질문만 던지기 전에 이제 제가 이야기를 해볼게요. 치킨은 우리가 보통 튀긴 거, 그래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하고 같이 치킨이 왔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종류의 양념통닭과 이런 게 있잖아요. 이렇게 해서 치킨은 튀긴다, 이런 것에 한정해서 쓰는 것 같아요. 닭고기는 재료의 경우에도 쓰고요. 그래서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더 한정된 것, 그렇기 때문에 삼계탕을 데리고 가면 안 되는 거죠. 치킨을 떠올리면 그 치킨과 관련된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요.

◇ 최형진: 그렇군요. 그러면 정리를 하죠. 우리가 일상에서 우리말 대신에 쉽게 대체해서 쓰고 있는 말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신지영: 여기서 양념장하고 소스의 문제를 얘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치킨하고 닭고기는 분명히 영역이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양념장하고 소스를 보면 우리가 서양음식이 들어오면서 위에 뿌리는 거, 드레싱도 있고, 소스도 있고 그렇잖아요. 거기서 소스가 온 거예요. 서양음식을 하다 보니까 거기다가 양념장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소스가 온 거죠. 그런데 한식집에 가도 요즘 소스 뿌려드세요, 이렇게 이야기하죠. 양념장보다는 소스를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거죠. 그러면서 양념장보다는 소스가 더 유행에 따라가는 것 같고, 더 좋은 것 같고.

◇ 최형진: 전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런 태도들이 언어에 반영되어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이런 태도들이 떠오르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뭔가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조금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뭔가요? 

◆ 신지영: 오늘은요. 트럼프 대통령과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마스크를 안 쓰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나 기자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트럼프가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로 여러 가지를 이야기를 해요. 기존에 이야기들은 정치적인 계산이다, 강한 남자임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언어학자인 저에게는 다른 면이 보였습니다.

◇ 최형진: 정말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저도 뉴스를 접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마스크 쓴 것을 본 적이 없거든요. 이게 언어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 신지영: 심지어는 하루이틀 전에 백악관에서 대통령 직무동이 웨스트윙인데 거기에 오는 사람들은 다 마스크를 써라,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 최형진: 남에게는 그렇게 지시하면서 본인은 안 쓴다.

◆ 신지영: 나하고 부통령만 빼고, 이렇게 펜스 부통령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습니다. 외신을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죠. 그런데 저는 여기서 어떤 단어가 떠오르냐면 발언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권력의 문제. 언어라는 것은 또 권력의 문제가 언어 뒤에 숨어 있거든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언어란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잖아요. 사실은 언어는 권력이거든요. 누가 말을 하는가, 이것을 보면 권력자가 말을 하죠.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을 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말을 듣죠. 그게 발언권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뭐냐면 발언권을 제한받는다는 뜻이거든요.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침묵시위를 할 때는 마스크를 쓰잖아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표현하는 거죠. 침묵시위도 사실은 발언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게 자기표현의 기회고, 또 표현을 하는 욕구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발언권을 스스로 제한하겠다. 그래서 사실은 침묵시위가 굉장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그 이야기를 같이 연결시키면 발언권이 제한받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 트럼프에 있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 최형진: 그러면 말씀 들어보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하나조차 권력에 집착한다고 보십니까?

◆ 신지영: 권력에 집착한다고 하는 것을 의식적으로가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죠. 그러니까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일이고, 나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일생을 보면 말로 계속 성공을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말이 자기에게는 가장 큰 무기거든요. 말을 못하게 하는 거. 그리고 그런 장면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일이고, 그래서 그것이 참을 수 없는 일이 되는 거죠. 그래서 말로 성공해왔고 발언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고, 그래서 사실 기자랑 이야기하는 것을 봐도 나는 발언권, 권력이 있는 사람이다, 라고 하는 것을 계속해서 주지하잖아요. 그래서 불쾌해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저기가 민주주의 사회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 보입니다. 또 하나 숨은 것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스크 수급의 문제. 그러니까 마스크를 쓰게 했고, 자신도 마스크를 쓴다고 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구나 라고 하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모두 마스크를 써야겠구나. 그런데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미국에? 우리도 마스크 대란이라고 해서 굉장히 문제가 심각했었죠. 사실은 그게 실체가 심각한 게 아니라 정서가 심각해서 심각해진 거거든요. 그것을 알고 있고,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줄 수 없는데 그러면 나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러면 너만 살 거냐,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 최형진: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하지 않았다는 장면 하나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장관이든, 심지어 문 대통령이든 회의석상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열심히 쓰지 않습니까?

◆ 신지영: 네, 맞습니다. 자신이 발언을 하게 될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그런 게 보이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충분하다고 하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듣는 경우에는 다 마스크를 쓰고 있죠. 이것은 저는 굉장히 유권자들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는 이유가 자신이 감염이 안 될까 봐 하는 게 아니거든요. 혹시나 내가 조용한 전파자로 남을 전파시킬까 봐 그렇거든요. 저는 그 지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을 유권자들이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죠.

◇ 최형진: 오늘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마스크와 권력, 언어와 권력의 관계를 말씀해주셨는데요. 다음 주제는 뭔가요?

◆ 신지영: 그러면 또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빠던’ 아세요?

◇ 최형진: 저는 야구팬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빠따 던지기’?

◆ 신지영: 또 한 가지 단어 이야기해볼게요. ‘언택트’ 아세요?

◇ 최형진: 마케팅 용어로도 많이 사용되고 비접촉으로 하는 것들이잖아요?

◆ 신지영: 굉장히 이상하네요. 최형진 씨가 언택트를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컸어요.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빠던’을 이야기할 때는 작은 말로 했거든요. 이상한데요?

◇ 최형진: 뭔가 ‘빠던’은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뭔가 직업적인 입장에서 좋지 않은 말 같고요. 방망이라고 표현해야 하는데 ‘빠따’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 같고, 일단은 ‘빠던,’ 말을 줄였잖아요. 부정적인 것 같은데 언택트 같은 경우는 뭐랄까, 한 마디로 힙한 느낌? 전문적인 느낌이 드는데요.

◆ 신지영: 이상하네요. 언택트도 사실 줄임말이거든요. UN에다가 CONTACT라고 해서 UN 자르고 그다음에 CONTACT의 앞을 잘라서 그래서 언택트를 만든 거거든요. 그런데 언택트는 괜찮고 ‘빠던’은 안 괜찮죠?

◇ 최형진: 사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빠던’도 있고요. 방금 말씀하신 언택드, 인포데믹, 이런 말들 많이 나오잖아요. 이런 단어 사용하지 말고 좋은 우리말 사용하자, 아니다. 의미전달이 잘 되고 이미 사용되고 있는 단어인데 왜 바꾸느냐. 그러면 교수님 저는 방송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빠던, 언택트, 이런 단어 사용하면 안 됩니까? 

◆ 신지영: 이제 된다, 안 된다는 이야기하는 게 저는 좋지 않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된다, 안 된다는 것은 ‘어른이’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아니죠. 왜 된다고 할까? 왜 안 된다고 할까? 이게 안 된다는 게 맞는 걸까? 된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어른이’들의 진짜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국어공부는, 또 언어공부는 어른이 된 다음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해야 한다. 어릴 때도 물론 국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른이 되면 다른 차원의 국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이 꼭지를 만든 취지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언어란 인간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것을 잘 알아야지, 그리고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 문화, 역사, 맥락, 이런 것들을 다 알아야지 훨씬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많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언어공부는 어른이 되어서 더 많이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시 그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그러면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누가 만든 말인가를 생각해볼게요. 그 말에 대한 태도요. 언택트라는 말은 우리가 아까 이야기했듯이 새로운 거 같고, 굉장히 전문적인 것 같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외래어다, 그래서 거부감이 느껴지죠. 정보가 잘 전달되면 써도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맞는데요. 언택트, 정보가 잘 전달되나요?

◇ 최형진: 잘 안 됩니다.

◆ 신지영: 그렇죠, 사실은.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래서 그게 불편한 거죠. 그거는 없애라, 라는 단어의 대상이 되지는 않아요. 순화의 대상이지 없애야 하는 단어,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아요. 순화어라는 것은 뭐냐면 잡스러운 것을 걸러내는 거거든요. 그게 순화어인데 그래서 언택트를 찾아보면 국립국어원에서 언택트라는 말 하지 말아라, 이게 외래어니까 순화해서 비대면, 이렇게 말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잡스럽기 때문에 안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어렵기 때문에. 정보가 잘 전달이 안 되니까 그래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람들이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전문가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말들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봤어요. 반대로요. ‘빠던’을 볼까요? ‘빠던’이라는 말을 잘 보면 이런 말은 전문가가 만든 말일까요?

◇ 최형진: 아니오,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야구팬들이나 거기서 나왔겠죠.

◆ 신지영: 그런데 재밌는 건요. 앞에 이야기했던 언택트는 어려워요, 이런 부류의 새말들이에요. 그런데 ‘빠던’ 같은 말도 새말이잖아요, 새롭게 만든 말이잖아요. 그런데 이 말들은 저속해요, 이런 태도를 가진 말들이에요. 그런데 저속하다는 태도가 생긴 것은 사실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 지와 관련이 있고요. 그게 다 언어권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빠던’은 누가 만든 말이냐, 전문가들이 만든 말이 아니에요. 언중들이 만든 말이에요. 그런데 이 ‘빠던’이라고 하는 말은 되게 재밌는 게 ‘빠따 던지기’라는 말을 누가 한 번 해주면 저는 딱 듣고 알았거든요. 그 맥락을 보고 어디에서 쓰이는지, 왜 쓰이는지를 보니까 재밌는 말이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 말들은 그래서 우리가 금방 기억을 해요. 반면에 언택트 같은 단어는요. 기억을 못해요. ‘웨비나’ 아세요?

◇ 최형진: ‘웨비나’요?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 신지영: 요새 굉장히 많이 쓰는 말 중 하나예요. 웹 세미나. 웹 세미나인데 웹 세미나를 줄이면 뭐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웨비나가 됐을까요? 이것도 재밌죠. 왜냐하면 웹에다가 세미나가 붙으면 영어로 조어법이라고 해서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 앞에 것을 떼고 앞에 것을 가지고 오고 뒤의 단어의 뒤의 말을 가지고 오고, 이렇게 해서 융합해서 만드는 단어 방법이 있어요. 그게 웹을 가지고 오고 그런데 웹이 ㅂ으로 끝났죠. 자음으로 끝났죠. 그래서 모음으로 시작하는 뒤부분, 그것을 가지고 오는 거죠. 인포데믹도 그렇게 만든 거고, 여러 가지로 그렇게 만든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이 새말이 만들어지는 방법인데, ‘빠던’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우리가 쉽게 하는 방법, 앞에 것 떼고, 뒤의 첫 번째 떼고, 이게 우리말 만드는 방법이거든요. 그러니까 금방 쉽게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이게 없어져야 한다는 이유가 어디서 오는 거냐, 이런 것을 잘 생각하고 과연 이 권력자들이 만든 말이기 때문에 써야 하고, 권력자들이 아니니까 쓰지 말아야 하고, 이런 건지 잘 생각해보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오늘 참 시간이 금방 갔네요. 앞에 내드린 블루베리의 순우리말, 정답이 뭐죠?

◆ 신지영: 들쭉입니다.

◇ 최형진: 오늘 말씀은 여기서 맺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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