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독서여행
  • 방송시간 : [월~금] 06:33, 11:38, 17:53
  • 출연: 김성신 / 연출: 김우성

라디오책장

이희인 /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묘지로의 독서여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27 11:35  | 조회 : 458 

YTN라디오 ‘3분 독서 여행’ 김성신입니다.
오늘 떠날 독서 여행지는 ‘묘지’입니다. 

삶과 죽음은 서로를 부정하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고 하지요. 죽음이란 삶의 일부이며, 단지 삶의 맨 마지막 순서에 놓여, 결국 삶을 완성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죽음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지요. 

이런 인식은 우리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서로를 부정하는 삶과 죽음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이분법을 만듭니다. 가령 삶은 좋은 것, 죽음은 나쁜 것, 삶은 성공, 죽음은 실패. 삶은 선, 죽음은 악. 이런 식이 되는 거죠. 이런 이분법 속에서 죽음은 ‘보기 싫은 것’이었다가, ‘봐서는 안 되는 것’이 되고, 급기야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삶에서 죽음이 점차 소외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마치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온갖 욕망과 이기심으로 인생을 가득 채워버리는 사람들이죠. 죽음을 잊으면 인간은 반드시 부도덕해지고 부패합니다. 죽음을 망각한 사람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여행작가인 이희인 씨도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묘지 앞에만 서면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곤 했다고 합니다. 

그는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인들의 묘지를 작정하고 찾아다니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 13개 나라, 총 31곳의 묘지에서 60여 명의 망자들을 만나는데요,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는 바로 그 만남을 담고 있는 ‘묘지 기행 에세이’입니다. 

‘그래, 무덤을 찾아간다고 꼭 무거운 발걸음일 필요는 없지. 기꺼이 고인을 만나고, 기꺼이 고인과 유쾌한 대화를 나눠야지.’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는데요.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는 표면적으로는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더 깊은 이야기를 담기 위한 그릇에 불과합니다. 저자는 묘지 위에 철학과 역사,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올려놓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무덤 버전’이라고 할만합니다. 

저자는 작품이나 사상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그리하여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된 위대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묘지 앞에서 사색과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무덤 주인들과 침묵의 대화를 나눈, 바로 그 깊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독서 여행지는 
이희인의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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