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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앙쿠르 암초, 징용...일본 관점 그대로 노출한 언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17 11:07  | 조회 : 2360 
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9월 17일 (화요일)
□ 출연자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뉴스를 색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뉴스 탐구생활. 오늘은 국어과목 준비했습니다. 다음에 산수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네요. 뉴스 속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다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 노영희: 우리 신 교수님은 언제 봐도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를 아주 아름답게 짓고 계시는 분인데요. 본격적인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언어의 줄다리기, 오늘은 어떤 줄다리기를 한 번 해볼까요?

◆ 신지영: 국내 경기와 국제 경기가 다 있으니까 우리 한 번 관심 있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은 어디인가. 그곳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누가 붙인 이름인가. 누가 붙인 이름을 우리는 불러야 할까. 이런 관점의 줄다리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 노영희: 그곳이라고 하는 건 뭘 말하는 건가요?

◆ 신지영: 그곳은 어저께 문제가 됐던 동해로 부를 것이냐, 일본해로 부를 것이냐, 이런 문제죠.

◇ 노영희: 그렇군요. 문 대통령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공공기관들에 대해서 엄중 경고했다, 이런 소식이 있는 건데요. 이게 정치외교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지적을 하고 계신 거죠?

◆ 신지영: 네, 사실 언어학적 관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요. 사용하는 언어가 정치외교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또 정치외교적 관점이 언어에 드러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원래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사회적 약속이죠. 그러니까 사실은 언어가 따로 있고 정치외교적 입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입장들이 다 언어에 드러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보면요. 고려대학교하고 연세대학교하고 정기전을 하죠. 친선경기를 갖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 고연전이라고 부를 것이냐, 연고전이라고 부를 것이냐. 이걸 가지고 막 논쟁을 하잖아요. 사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 왜냐면 누구의 관점으로 이름을 붙일 것이냐, 누가 앞에 있을 것이냐. 이게 되게 중요한 거거든요. 그러나 그런 것처럼 사실은 어떻게 그 해역의 이름을 부를 것이냐, 지명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려대학교하고 연세대학교의 경우에는 대내적인 명칭과 대외적인 명칭을 붙이는 법칙이 있기는 합니다. 대외적인 명칭을 붙이는 법칙은 주관기관이 고려대다 그러면 연세대학이 하고, 이런 식이죠. 그런데 사실은 국제적인 줄다리기 경기에서는 이 규칙을 상호 간에 지켜야 하는데 그것들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이게 사실 대표적인 것이 동해와 일본해 문제인데요. 이번에 어저께 문제가 됐던 것은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인데요. 그 의원께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산하기관 세 곳을 보니까 거기에 표기된 안내지도에 동해 대신에 일본해 이렇게 표기되어 있고, 독도 대신에 리앙쿠르암초 이렇게 표시된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한 곳은 한국임업진흥원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 홈페이지가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고요. 그다음에 농림정책보험금융원과 국제식품검역인증원 같은 경우에는 영문 홈페이지에 Sea of Japan 이렇게 붙어 있었고요, 동해가. East Sea가 아니고 Sea of Japan 이렇게 돼 있었고 독도가 Dokdo가 아니라 Riancourt rocks 이렇게 표기되어 있었던 거죠. 사실은 이 해역의 이름과 섬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역사적으로 우리가 일본과 역사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은 굉장히 그 이면에 다른 문제가 또 사실 있습니다. 왜냐면 이 이름을 국제적으로 붙일 때 국제 표준을 만들려고 했는데 국제적으로 그게 처음 결성된 게 1921년이었고요. 그 첫 번째 판이 나온 것이 국제수로기구라는 곳에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이 나왔는데요. 세계 해역 명칭을 통일할 목적으로 이런 것을 펴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1929년에 제1판이 나왔고요. 1937년에 2판이 나왔고, 세 번째 판이 1953년입니다. 그런데 이 세 시기를 잘 보면 우리는 29년과 37년에 일제강점기였고요. 그다음에 53년에는 한국전쟁이 있었던 때였죠. 사실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제표준이 3판까지 이어졌고요. 지금 현재 4판을 개정하고 있는데 사실은 개정 작업이 굉장히 우리의 목소리가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게 미루어질 것이 아니라 두 국가 간에 병기하는 문제도 있는데 일본이 절대로 그 병기를 허용하지 않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2017년에도 결렬이 돼서 지금 2020년에 다시 한 번 협상을 그렇게 하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노암 촘스키가 21세기 최고의 언어학자 아니겠습니까. 노암 촘스키가 쓴 책이 유명한 게 많지만 그중의 하나가 ‘언어와 정신’이라는 책이 있고, 또 하나가 ‘언어와 책임’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정신구조라고 하는 것하고 언어라고 하는 것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어떤 것이 먼저 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서 무어라고 네이밍 하느냐에 따라서 정신도 달라지고, 그와 관련된 정치적인 사회적 책임도 달라진다. 이런 얘긴 것 같은데요. 특히 요즘에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언어와 책임’이라고 하는 책에서 다뤘던 언어와 정치의 관계, 사상과 언어와의 관계 이런 것들을 우리가 되새겨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좀 전에 교수님 말씀하신 것 같은 것들도 더 부각되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신지영: 네, 아까 두 번째 이야기를 못해서 좀 더 추가적으로 말씀을 드리면요. 사실 그 이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만났는데요. 1946년 6월 15일자를 보면요. 동아일보 사회면에 보면 그때 ‘동해냐, 일본해냐’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왜냐면 그때 일제강점기에서 막 벗어났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일본해로 계속해서 이전에는 불러 왔고요. 그다음에 46년의 상황은 어떠냐면 사실은 미국 군정시대였습니다. 그런데 미군정이 사실 군정의 언어가 공용어가 영어였고요. 그 당시에 영어로 공용어를 했고, 일본을 중심으로 갔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해를 지키기 위해서 46년에 신문을 보면 동해라고 불러야 한다, 일본해로 부르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다음에 리앙쿠르 암초 같은 경우에는요. 독도를 이르는 말인데요. 이것도 굉장히 숨어진 함정이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이것을 다케시마 이렇게 부르죠. 다케시마라고 부르데 일본이 리앙쿠르 암초라고 국제적으로 부르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냐면 리앙쿠르 암초는 누가 붙인 이름이냐면요. 리앙쿠르라는 배가 있었는데 포경선이었습니다. 1849년 프랑스 포경선이었는데 그 포경선이 독도를 보고 자기네들이 발견했다, 이렇게 하면서 리앙쿠르의 이름을 붙여가지고 Riancourt rocks 그러니까 리앙쿠르 암초, 사람이 살지 않는 곳. 이렇게 이름을 붙이니까 이걸 가지고 독도의 점유권 이런 문제를 하면서 이렇게 된 거죠.

◇ 노영희: 그런데 왜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동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이렇게, 리앙쿠르 암초니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건가요?

◆ 신지영: 그것은 사실은 굉장히 우리가 의식적으로 언어를 바라봐야 하는데 약간, 관성적으로 썼다기보다 사실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글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사과글은 한 곳에서만 게재했고요. 그 경우에는 구글에서 가지고 온 지도를 그대로 하다 보니까, 번역기를 돌리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건 사실은 큰 변명이 되지는 않죠.

◇ 노영희: 구글 지도를 그대로 끌어와서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식으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아닐까.

◆ 신지영: 자체가 굉장히 큰 문제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조치를 긴급하게 취했고, 심각성을 인정한 것은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이름을 붙이는 것의 효과가 사실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컨대 징용으로 부를 것이냐, 강제동원으로 부를 것이냐. 이런 것도 매우 중요하고, 또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내지는 우리의 이런 것들이 주변 국가에 미치는 선언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요.

◆ 신지영: 물론이죠. 징용이라는 것은 합법적이라는 것을 전제하거든요. 왜냐면 징용은 국가에 의해서 징용이나 징병은 우리가 징병제를 선택하고 있죠. 국가가 강제적으로 군대에 모집한다는 그런 제도가 징병 제도거든요. 그런 것처럼 국가가 합법적으로 노동력이나 병력을 차출하는 것, 이것을 징병이나 징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징용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사실 일본의 관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거죠. 사실 우리는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강제동원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죠.

◇ 노영희: 그렇죠. 우리가 전혀 잘 모르고 그동안 써왔던 단어들 중에는 일본의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거네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가를 우리가 주어진 대로 불러왔던 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게 맞는 이름인가. 이걸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누구의 관점을 담고 있는가, 이걸 생각해보는 것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마지막 하나 질문 드리겠는데요. 일본 도쿄 올림픽이 이제 열리지 않습니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지도에도 우리가 사실은 지적해야 할 만한 잘못된 언어사용 표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은 어떤가요?

◆ 신지영: 사실은 더 심각한 것은 도쿄 올림픽 조직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요. 성화봉송로에 대한 그림이 있는데요. 지도가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독도가 굉장히 점으로 표시돼 있어요. 그러니까 일본의 지도를 보여주면서 독도가 아주 작게 점으로 표시돼 있는 거죠. 그래서 그걸 보고 외교부가 이걸 없애라,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일본이 계속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오늘 교수님하고 말씀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긴 한데요. 언어라고 하는 것이 생각을 규정하는 방식이나 이런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우리 의식 속에 침투하고 파고들어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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