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 생생경제
  • 방송시간 : [월~금] 15:10~16:00
  • 진행, PD : 김혜민 / 작가: 정상림 / 조연출: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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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모든 일상영역에 들어와 있는 "알지 못하는 아이"를 알아주세요, 작가 은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16 17:11  | 조회 : 363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은유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모든 일상영역에 들어와 있는 "알지 못하는 아이"를 알아주세요, 작가 은유


◆ 김영주 학생> 저는 국민대학교에 재학 중인 23살 김영주입니다. 지금 한 저의 자기소개가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여러 말씀을 들으며 ‘사람대접 받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이제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소서 잘 쓰기, 면접 준비하기를 고민합니다. 제 또래라면 누구나 다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으면서 제 또래들이 모두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장 실습생들이 자살하고, 사고로 죽는 것이 뉴스인 줄만 알았는데 제 또래, 제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되게 편한 고민을 했던 거구나, 하고요. 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다른 친구들이 있었어요. 여러분들도 오늘 인터뷰를 통해 보이지 않은 곳에 있었던 나이어린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특성화고 출신의 현장 실습생, 혹은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기록,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은 대학생 김영주 학생의 말을 들으셨습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이 책은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동준 군과 민호 군의 삶과 죽음을 담은 책입니다. 앞서 자세히 알아본 것처럼 오늘부터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됩니다. 물론 이 법안만으로 특성화고 학생들, 또 졸업생들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겪는 괴로움이 단지 상사가 괴롭히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이 법 덕에 조금이라도 이 친구들이 공정하고 편안한 직장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은유 작가 나오셨어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은유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이하 은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우리 청취자 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은유> 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을 쓴 은유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혜민> 네, 반갑습니다. 앞에 우리 영주 학생이 쓴 독후감, 청취자에게 드리는 편지 듣고 어떠셨어요?

◆ 은유> 잔잔하게 잘 와 닿았는데요. 특히 사람대접 받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요. 학교 성적이나 이런 것에 상관없이 우리는 다 사람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제가 왜 영주 학생한테 이 내용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냐면, 이 책을 읽고 본인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그게 굉장히 이 친구에게는 충격이었던 거거든요.

◆ 은유> 그런데 뉴스에 그렇게 보도가 돼도 가깝게, 진짜 사람으로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뉴스 속에 김 군, 무슨 양. 현실감이 안 와 닿는 거죠. 동료 시민으로. 

◇ 김혜민> 맞습니다. 김 군, 김 양, 이런 사람들이 결국 누군가의 아들,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제자, 누군가의 형제, 자매인데요. 오늘 그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미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고, 작가님의 팬이 됐어요. 이 책으로 오늘 모시게 됐는데요. 제가 오늘 인터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발췌해서 읽고, 작가님의 생각을 읽는 것으로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이 부분을 읽어 드릴게요. “지하철을 고치다가, 자동차를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스프를 끓이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아가, 생수를 포장, 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알지 못하는 아이’는 누구입니까?

◆ 은유> 여기 나열이 되어 있듯이 지하철 고치다가, 또 자동차 만들다가, 뷔페 음식점에서 스프를 끓이다가, 모두 현장 실습생의 사망 사고로 뉴스에 나왔던 인물들이에요. 그런데 유령 인간처럼 우리는 다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이들의 노동으로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지만, 보지 못했던 그런 존재들을 칭하는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아이.’

◇ 김혜민> 우리가 뉴스 속에서 만났던 그 김 군, 그 김 양. 

◆ 은유> 그런데 생활 속에 다 있었던 거예요. 우리가 뷔페 음식점을 가면, 주방에 그들이 있는 것이고, 그렇게 만든 스프 끓인 것으로 우리가 먹고, 즐겼는데, 결국은 그렇게 괴롭힘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어요. 

◇ 김혜민> 작가님은 어떻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 은유> 제가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사람에 관심을 갖다 보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 노동을 하잖아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이 다 존중을 받거나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노동은 폄하되고, 그런 세부적인 것들, 또 사회적인 위계, 이런 것이 드러나더라고요. 그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관련 책도 많이 보게 되고.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은 노동, 보이지 않은 목소리들이 굉장히 많구나. 이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들의 상황은 계속 열악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혜민> 노동은 신성한데, 모든 땀은 똑같이 귀한데, 어떤 노동. 오히려 땀 흘리지 않은 노동이 더 귀해지는 그런 세상 속에서 정말 땀 흘리는 노동의 정직한 땀 냄새를 우리 독자분들께 글로 전해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는 땀 냄새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사실 눈물이 담겨 있다는 게.

◆ 은유> 그렇죠. 보이지 않게 사각지대가 됐다고 할까요? 그런 곳에서 최소한의 안전이나 존중,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사람 하나쯤 죽어 나가도 별 지장 없이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고,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제가 책에도 썼지만, 한국 사회의 작은 세월호, 또 다른 세월호가 아닌가,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 김혜민> 오늘은 한국 사회의 특성화고 졸업생들, 우리가 예전에는 상고, 공고라고 이야기를 했죠. 그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 환경에 막 나간 친구들의 어려움, 그리고 결국 첫 직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내용을 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의 저자, 은유 작가와 함께 인터뷰 나눠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회적 책임은 정산되지 않고, 개인의 책임만 정산된다. 출발의 부정의함은 생각조차 않고, 부당한 노동관계를 노력 부족에 대한 처벌로 여긴다.” 사실은 우리 작가님께서 이 책으로 굉장히 많은 시사 프로그램에 나가셨는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죽는 게 개인의 사고가 아닌, 결국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한 거잖아요?

◆ 은유>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사회가 산재 1위 국가잖아요. 23년 동안 두 해를 제외하고 계속 산재 사망사고 1위, 1년에 2000명 정도가 불의의 사고를 겪는데, 그중에서도 청소년들이란 말이에요. 죽음에는 어른, 청소년, 구분이 없이 다 안타깝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또 한국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라고 할까요? 이중적으로 취약한 부분에 있는 계층들이 죽는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노동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폭력에 대해서 굉장히 사회적으로 무감하고, 성취랑 성공만 향해서 달려가고, 주변 동료를 배려하거나 돌보거나 같이 가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 김혜민> 지금 우리가 오늘 이 날이 굉장히 특별한 건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어떻게 보면 직장 내에 괴롭힘 당하고, 어려웠던 사람들의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고, 이제 사회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우리의 의지잖아요.

◆ 은유> 그렇죠. 이거 보호받지 못했거든요.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을 겪거나 비극적인 선택을 한, 동준 군처럼, 그런 경우 다 개인의 문제. 네가 예민해서 그래, 조금 참아야지, 사는 게 다 힘들어, 이런 식으로 개인화시켰던 것이 그것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김혜민>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 은유> 저도 사회 초년생 때 많이 들었던 얘기입니다.

◇ 김혜민> 이 책에 소개됐던 김동준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소설이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이고요. 어머니와 여러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서 작가님께서 쓰셨습니다. 김동준 학생,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 은유> 김동준 군이 우리가 특성화고를 간다고 했을 때 뭔가 성적이 안 좋거나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이런 많은 편견들이 있는데, 동준 군은 그렇지는 않았어요. 외동아들이었고, 자식이 하나니까, 또 요즘은 국가장학금도 있으니까 어머니도 인문계를 가라, 내가 그 정도는 뒷바라지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성적도 반에서 5등 정도에 들어가는 열심히 하는 아이였고, 그리고 엄마랑 늘 밥 먹으면서도 토론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굉장히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였어요. 그래서 프로그래머의 꿈을 안고 마이스터고를 간 거죠.

◇ 김혜민> 본인의 의지에 따라?

◆ 은유>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엄마가 굉장히 말렸는데, 말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의지가 워낙 확고해서. 그래서 들어갔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동아리도 호른 동아리, 열기구 동아리, 여러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적극적으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10월에 현장 실습생으로 입사를 했는데, 거기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딴판인 세계를 경험하게 된 거죠. 너무 냉혹하고, 일을 하지 못하면 엄청 비판과 구박을 받고, 이런 것들이 아이를 굉장히 고립시키고,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의지할 곳이 없다고 할까?

◇ 김혜민> 그 비판과 구박이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죠?

◆ 은유> 이어졌죠. 오늘 일터 괴롭힘 나왔는데, 그런 말 한 마디 있잖아요. 우리가 현장 실습생이라는 것은 일을 못 해서 배우러 온 건데, 그것을 시행착오를 거쳐야 우리가 배울 수 있잖아요. 실수를 하고. 그렇게 가르쳐주고, 그렇게 끌어주는 선배가 있기보다는 네가 일 못해서 내가 지금 위에서 구박 받고 있어, 라고 말하는 선임들이 있었어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직전까지는 게임하고, 공부만 하고, 이렇게 작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다가 그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안에서 얼마나 막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혜민>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이 부분이었어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동준이는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본인의 의지를 가지고 마이스터고를 갔는데, 왜 CJ 진천 공장에서 소시지 포장하는 일을 했을까요?

◆ 은유> 이것이 현실의 문제인데, 동준 군도 CJ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워낙 발달되어 있고 해서 그런 꿈을 안고 좋다고 해서 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고등학교 졸업생이고, 그래서 연수를 갔다 와서는 동준 군이 이런 이야기를 했대요. “엄마, 내가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대학을 가야 할 것 같아.” 결국은. 연수를 받고 와서야 현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중학교 때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를 많이 돌면서 학교 홍보도 하고 이러는데 조금 더 현실적인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나, 아이들로 하여금 잘 선택하도록요. 장밋빛 미래만 보여줄 게 아니라.

◇ 김혜민> 사실은 이런 고등학교들에서 장인들이 나와야 지금 대학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가 바뀔 텐데, 결국 그 길을 걷겠다고 간 애들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애들을 그냥 무방비 상태로 현실 가운데 밀어 넣는 거잖아요?

◆ 은유> 그렇죠.

◇ 김혜민> 저는 그게 정말 마음이 아팠고,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아팠는데, 동준 군의 엄마는...

◆ 은유> 네, 힘드셨을 거예요. 동준 군이 취업했다고 해서 졸업식 때 입을 양복, 구두, 이런 것까지 다 사놓고, 그래도 아이의 사회생활 첫 출발을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었는데, 하다가 아니면 네가 대학을 가고, 또 다른 길이 있으니까 그것도 경험이라고 했는데, 그 기회가 동준 군한테는 주어지지 않은 거죠.

◇ 김혜민>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눈물이 쏟아져서 이것을 읽다가 덮고, 숨을 내쉬고, 다시 읽으면 1분도 안 돼서 다시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이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이 인터뷰를 준비했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작가님이 이 책을 쓰셨고, 어떤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준비했는지 청취자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 날 보내드리는 오늘의 생생경제, 특성화고 학생들의 열악한 노동 상황, 또 그들의 아픔,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겸손한 목격자의 자세로 담아낸 은유 작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은유, 필명이시죠?

◆ 은유> 네, 메타포의 은유 맞습니다.

◇ 김혜민> 요즘 사실 청소년 노동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하던데요?

◆ 은유> 그렇죠. 일해도 가난한 노동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고, 양극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계층이 많아져서 그렇거든요.

◇ 김혜민> 그렇다면 정말 이 사회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제가 책의 일부를 읽어볼게요. “특성화고가 장인을 양성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공돌이,’ ‘공순이,’를 위한 또 하나의 장치가 아닌가 싶어요. 왜냐하면 그냥은 안 오니까. 말 잘 듣고, 돈 조금 줄 수 있는 아이들이 안 오니까. 감언이설로 특성화고니, 마이스터고니 만들어 놓은 건데, 그래도 거기서 사람대접 받고 살면 좋다 이거에요. 그게 안 되니까 학교에선 인권교육, 노동교육을 더 시켜야 해요.” 이게 김동준 어머니의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는 뭐해야 해요?

◆ 은유> 그러니까 이것이 오늘 법 개정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그런 인식, 그러니까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가 무감각해지잖아요. 타인의 삶에 대해서 섞일 일이 점차 없어지면서 무감각해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 김혜민> 교육 측면에서요.

◆ 은유> 교육 측면에서는 노동 인권 교육을 해야죠. 

◇ 김혜민> 어떻게요? 사실은 저도 노동 인권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 은유> 예를 들면, 지금 특성화고에서는 직장 예절 교육 같은 것을 시키거든요. 직장에서 상사가 말하면 어떻게 말하고, 회의할 때는 어디에 배석을 하고, 자동차에서는 어디가 상석이고. 이런 것보다는 내가 월급을 못 받을 경우에 어떻게 하고, 노동자로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자기의 최소한 인격, 존엄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을 시켰을 때는 하지 않아도 되고. 현장 실습생은 하루에 7시간 이상 노동 못 시키거든요. 그러면 그것을 초과했을 때는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런 실질적인 것들을 교육을 시켜서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이거는 비단 특성화고 뿐만 아니라 요즘은 인문계 고나 중학생 아이들도 빠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되니까 일찍부터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혜민> 우리가 세월호 때 아이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가만히 있어서 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잃었고, 그때부터 우리가 진짜 우리가 하는 교육이 맞느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가졌던 것 같아요. 

◆ 은유> 그렇습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이냐가 국민적인 화두가 된 것 같아요.

◇ 김혜민> 그래서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동준이 이모가 “싫으면 하지 마, 너는 하기 싫은 것을 안 할 권리가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 은유> 우리는 어른들 말은 무조건 들어라, 제가 여기도 썼지만, 저도 엄마에게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라, 쓰러져도 회사 가서 쓰러져라. 뭔가 일할 수 있는 것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고, 그 가운데서 자기를 지키는 것보다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우위에 가치 있는 일로 여겨졌지만, 그렇게 됐을 때 내 삶이 너무 파괴된다는 거죠. 내 건강, 내 몸. 

◇ 김혜민> 맞습니다. 지금 청취자님 문자를 많이 보내주고 계신데요. 3982님, “인권 강사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김포 개인택시 배기사입니다. 앞으로의 삶은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고, 인권을 알리는 멋진 강사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보내주셨고요. 4004님, “걱정입니다. 막내가 중 3인데, 특성화고 간다고 해요. 저도 갈등하고 있어요. 작가님, 이 책을 아들에게 선물로 주고 현실을 깨우쳐주고 싶네요.” 하셨는데, 저희가 깨우쳐드리고 싶은 현실은 사실 특성화고가 나쁘다, 아니다, 이건 아니에요.

◆ 은유> 그건 아니에요. 거기서도 좋은 배움과 교육이 있고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이런 부당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너무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동준 군 같은 경우도 그렇게 장밋빛 꿈과 희망만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현실의 어두운 면, 있을 수 있는 면, 그런 일이 있을 때 너를 어떻게 보호해라는 것. 힘들면 회사 가지 않아도 된다, 우선은. 하루는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만 알았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 김혜민> 그래도 이 책은 도움이 될 겁니다. 8994님,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어른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고 싶어요.” 보내주셨는데요. 저도 이 책 보고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게 이 부분입니다. 제가 읽어드릴게요. “피자를 시켰더니 같은 반 아이가 배달을 왔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몇 번쯤 들어본 레퍼토리다. 제 몸 써서 정직하게 일하는 노동의 귀함을 설파하는 미담이 아니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혹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걸 복으로 알라는 식의 괴담처럼 학부모들 사이에 유통된다. 한 아이의 삶을 부분 탈취하여 훈육과 통제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천박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경고가 극단적 현실로 드러나는 세상은 더 없이 참담하다. 저렇게 된다고 어른들이 떠드는 동안 정말로 한 아이가 죽었다.” 어른들은 어떻게 변해야 합니까? 노동에 대한 인식,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줘야 합니까?

◆ 은유> 노동을 연계성 측면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오직 기준이 돈, 연봉, 정규직이냐, 아니냐, 이런 것으로 연봉이 많으면 귀한 사람, 연봉이 적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위계를 나눠서 하는데, 그게 아니라 다 동료 시민으로써 존중할 수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청소부터 해서 어느 한 부분만 멈춰도 우리 사회가 다 중지가 되잖아요? 우리나라 인천 공항, 세계적으로 제일 좋은 공항으로 꼽히지만, 거기에는 다 청소하시는 분들의 땀과 기여가 들어있는 건데, 그런 것을 우리는 잘 안 보잖아요. 우리가 항상 누군가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분들을 존중하고, 동료 시민으로 대할 수 있게. 청소년 노동자에게 반말하고 그러잖아요. 편의점 같은 데서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한다면 그렇게 반말하거나 함부로 하기 어렵거든요. 말로는 자식 같아서 그런다고 하지만, 그거는 저는 핑계라고 생각해요.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써 존중하고, 따뜻하게. 모르거나 실수를 해도 조금 더 배려해주고.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혜민> 저는 아이들 데리고 가다가 환경미화원 분들 차 보면, 너무 힘드실 것 같지? 라는 말 전에 저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거야, 라는 것을 먼저 말해줘요. 그 노동의 어려움보다 노동의 보람을 먼저 자녀들한테 알려주면, 노동에 대한 가치도 알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귀함도 알 것 같거든요?

◆ 은유> 역할이 다 다를 뿐이지, 그것을 위계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하는 일이 다르다. 그런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되게 타자화하잖아요. 피자 배달, 이거는 하면 안 되는 일인 것처럼 하고. 오토바이 같은 거 사고도 많이 나는데, 늦게 오면 뭐라고 하고요. 일상에서 그런 부분을 우리가 다르게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작은 태도가 아이들한테 주는 것도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 김혜민> 제가 생생경제를 통해서 특성화고 친구들 인터뷰를 한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학교 비정규직 분들 파업에 지지를 보낸 특성화고 친구 인터뷰를 한 적도 있었는데, 굉장히 똑똑하고요. 어떤 인상을 받았냐면, 이 현실을 그냥 두지 않겠어, 이제 우리가 바뀌겠어, 라는 그런 용기와 결단이 저는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학생들도 보셨죠?

◆ 은유> 그렇죠. 저도 여기서 특성화고 졸업생과 재학생 인터뷰를 했는데, 우리가 한 번도 그들의 목소리에 지분을 주지 않았단 말이죠. 진지하게 들어보거나, 이런 사고가 나기 이전에 기회가 없었잖아요. 저는 그것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해요. 자기 목소리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사람. 저도 들으면서 우리가 듣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다 제 몫의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 김혜민> 아이를 이렇게 먼저 보낸 동준 군 엄마, 제가 소개는 못 했지만 민호 군 엄마가 이 사회에 원하는 것은 뭘까요?

◆ 은유> 이런 일이 다시는 없는 것. 

◇ 김혜민> 우리 김용균 씨 엄마도 그것을 말씀하셨죠.

◆ 은유> 그것을 늘 말씀하셨기 때문에 당신의 자식을 잃은 이후에도 지금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시는 거예요. 내 자식을 이렇게 보낸 게 얼마나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인가를 알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아이들의 죽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를 하고 계시는 거죠. 그것을 위해서 당신들이 힘이 없으니까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 싶다고 해서 동준 어머니도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 김혜민>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이에요.

◆ 은유> 그 아들의 이야기를 터놓으시고, 동준 군은 책 표지가 동준 군이 쓰던 노트거든요. 그런 거, 동준 군 어렸을 때 사진, 다 보여주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 김혜민> 작가님도 많이 우셨겠어요. 

◆ 은유> 제 눈물이 많다 한들 여기 어머님과 동준 군이 흘렸던 눈물만 할까 싶기도 해서 저도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저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썼습니다.

◇ 김혜민> 엄마의 부분을 조금 읽어드릴게요. “달랑 이 아이 하나 키웠는데, 20년 세월을 눌러놓고 또 다시 혼자 살아나가야 해요. 방법이 없어요. 애 아빠도, 그전 날 아이를 잡지 못한 죄책감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거야, 안 보냈으면 동준이가 가기 싫다고 했으니까 안 보냈을 텐데, 내가 아이한테 가르쳤어야 하는데 못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직장이 싫으니, 좋으니, 그러면서도 다음 날이 되면 또 가는 게 인생이다, 그렇게 살았던 것에 대해 우리가 엄청 많이 후회했거든요. 싫으면 회사에 안 가야 하는데, 우리가 잘못 가르쳤다. 그 생각을 한동안 참 많이 했어요.” 라고 쓰셨습니다.

◆ 은유> 너무 그 부분이 마음이 아프죠. 저도 동준 엄마의 자리였다면 나라고 다르게 말했을까 생각하면 나의 일인 거예요. 언제나 우리의 일로 돌아올 수 있고요. 저는 청취자분들이나 내 아이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 아이를 저런 데 안 보내야지, 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떤 자리에 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엄과 건강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우리 어른들이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어머니 말씀 중에 어차피 위에는 안 바뀌니까 밑에서 바뀌게 하려면 우리가 해야죠. 이 말을 들으면서 작가님은 책으로 알리셨고, 저는 방송을 통해서 알리고, 오늘 이 방송을 들은 분들은 의무감을 가지고 이 책을 사주시고, 특성화고 친구들 보시면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관련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또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다면 같이 목소리 높여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저자, 은유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 은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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