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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다리를 가진 여행자” 김영하와 노동효의 여행 이야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5-24 09:23  | 조회 : 3061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The RLeader 더 리더’

□ 방송일시 : 2019년 5월 24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우리 사회의 리더(Leader)의 책을 통해 독자(Reader)로서 그 사람의 시대정신을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더 리더(The RLeader!)’ 책하면 척! 북 칼럼니스트 김성신 출판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신 출판평론가(이하 김성신): 안녕하세요.

◇ 김호성: 그러면 오늘의 ‘The RLeader’,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 김성신: 여행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요. 좀 이른 감도 있죠. 그런데 날씨가 벌써 많이 더워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여름방학이나 이런 여행을 지금부터 사실 준비하셔야 하거든요. 비행기표, 숙소 예약하시잖아요.

◇ 김호성: 준비하는 게 원래 즐거운 일인데 저희들은 그런 준비가 거의 없어요. 

◆ 김성신: 사실 그게 더 즐겁죠. 우리는 보통 일상에서의 잠시의 벗어남, 그것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릴 우리 시대의 두 리더는, 자신의 인생이 된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가장 깊은 여행에 대해,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서 삶을 통찰하는 두 작가를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현재 5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책입니다. 바로 <여행의 이유>의 작가, 소설가 김영하 씨. 그리고 화제의 신작입니다. <남미 히피 로드>의 작가, 노동효 씨. 이렇게 두 분을 만나볼까 합니다.

◇ 김호성: <여행의 이유> 김영하 씨는 굉장히 유명한 소설가잖아요.

◆ 김성신: 그렇습니다. 등단 직후부터 워낙 펴내는 작품마다 문제작이어서 현대 한국문학의 대표작가, 이렇게까지 인식되는 분이고요. 최근 몇 년 동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교양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도 굉장히 크게 높아졌습니다. 2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인 <여행의 이유>는 그래서 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출간 첫 주 만에 곧바로 종합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갔고요. 사실 김영하 씨가 작가로서 가진 위상과 영향력이 이제 어느 정도인지가 새롭게 설정됐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데요. 김영하 작가의 작가로서의 약력을 짧게 설명드리면,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워낙 작품들이 실험정신이 있고, 또 늘 도시적인 감수성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늘 젊은 신인 작가 같은 이미지가 있거든요. 하지만 작품활동 기간만 벌써 24년이 된, 이미 50대가 된 중견작가이기도 합니다.

◇ 김호성: 상도 많이 받았잖아요.

◆ 김성신: 그렇습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년인데 그 당시 문학동네 신인 작가상을 수상했고요. 이후에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아랑은 왜』, 이런 장편소설. 또 소설집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여기에 수많은 산문집도 있는데 이 작품들로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을 다 받을 만큼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다라고 할 수 있고요. 사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까지 거의 해외 각국 전 세계에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면서 그야말로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 김호성: 이렇게 다양한 수상이력을 가진 작가의 여행 산문집이라고 하니까 이것 역시 지금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 김성신: 네, 그것도 종합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책 중에 가장 잘 팔리는 책입니다. 김영하 씨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그 순간에 관한 이야기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생각들, 이 단상들을 9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집입니다.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여행지에 대한 정보라든지 거기 가는 데 비용이 얼마 드는지, 이런 정보는 없습니다.

◇ 김호성: 그런 기대를 하시는 분은 읽으면 큰 정보는 아닌 거네요.

◆ 김성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더 어마어마한 걸 얻으실 수는 있으실 텐데요.

◇ 김호성: 그 어마어마한 내용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 김성신: 그,야말로 여행에 대한 사유 또 김영하만의 통찰을 보여주는 지성적인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책의 한 대목을 잠깐 읽어드리겠습니다. 
“마이너리거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원래 추구하던 것과 다른 것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불행했을 리는 없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자기 인생을 살아냈다. 경기에 출전해 최선을 다했고,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은퇴한 후에는 코치가 되어 후진을 양성하거나 다른 일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 얻으려던 것(메이저리거 되기)보다 더 소중한 교훈들을 얻었거나 최소한 얻었다고 믿었을 것이다. 어쨌든 살아남지 않았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고, 남 보기에는 보잘것없을지언정 평생을 들여 이룬 작은 성취가 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 김호성: 이것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여행을 떠나게끔 만드는 메시지인 것 같네요.

◆ 김성신: 그렇습니다. 이 책 제목 그대로 여행의 이유를 사유한 바로 그런 내용의 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여행을 통해서 다가간 장소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여행을 통해서 이루게 된 자신의 삶, 자신의 내면,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여행서처럼 읽히는 철학 에세이’ 이렇게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호성: 여행에 대한 책들이 보면 서점가에서 한 코너가 있잖아요. 정말 많은 분들이 책을 사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여행 관련 서적이 늘어나는 일종의 현상, 배경은 무엇인지요?

◆ 김성신: 많은 책들 베스트셀러들이 그렇고요. 그 당대에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책들은 그 당대의 결핍을 상징합니다. 그 당대에 차고 넘치는 것들을 책에서 찾지 않거든요. 당대에 가장 부족한 것들, 하지만 정말 가지고 싶은 것들. 지금은 사실 여행을 통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라든지 성찰이라든지, 기본적으로 삶의 여유라든지, 가장 부족한 시대이기 때문에 여행서를 더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호성: 결핍은 욕구를 증대시키는데, 그렇다면 여행서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여행에 대한 욕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차지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잖아요.

◆ 김성신: 그렇죠, 이건 굉장히 유용한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국회에 계시는 분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이라도 자주 들여다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 김호성: 그러면 오늘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겠군요.

◆ 김성신: 그렇죠.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을 해주시면 굉장히 훌륭한 정치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호성: 그거 아주 좋은 지적이시네요. 그러면 이제 노동효 작가의 <남미 히피 로드> 어
떤 것이죠?

◆ 김성신: <길 위의 칸타빌레>,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길 위에서 책을 만나다>,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전부 노동효 작가의 책입니다. 이런 여행서로 유명한 여행가이자 작가인 노동효 씨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 800일, 2년 반 동안 남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두 바퀴나 돌면서 방랑한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 김호성: 단순한 기간 동안이 아니라 상당히 장기간 동안의 여행기예요, 그러면.

◆ 김성신: 네, 자신이 이름을 붙였더라고요. Long stay & Run 그래서 ‘장기체류 후 이동’이라고 하는 자신 만의 여행기술이라고 하는데. 지난 2010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노동효 작가는 여행을 다녔습니다. 한국에 2~3년 머물다가, 여행을 갈 대륙을 정하면, 나라를 정하거나 하면 떠나서 거기서 2~3년 동안을 삽니다. 살고 나시 다시 돌아와서 한국에서 2~3년 정도 다시 살고요. 이런 삶을 반복하는 거죠. 그러니까 꼭 여행을 떠났다라기보다는 이렇게 전 세계를 유랑하는 것이, 한국을 기점으로 유랑하는 것이 이분의 삶이고 직업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김호성: 유랑이라는 단어하고 히피 로드라는 제목하고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 김성신: 그렇습니다. 이번 남미 여행에서는 의외로 맞추피추 나오고 그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라, 히피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의, 60~70년대 미국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히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고 있는 히피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요. 작가가 실제 여행을 떠나 보니까 60년대의 미국 히피들이 마치 시간이동을 한 것처럼 수많은 히피들이 남미 대륙을 돌아다니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 1972년부터 히피들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그것이 아직도 있는데요. 바로 ‘레인보우 패밀리 Rainbow Family’입니다. 바로 이 곳에 노동효 작가도 직접 들어가서 히피가 돼서 함께 생활을 하고 다닌 겁니다. 최근 제가 한 잡지사의 요청을 받고요. 노동효 작가를 직접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남미 히피 로드>를 보면 당신의 시선은 히피를 보는 것이 아니라, 히피가 된 자신을 보고 있더라. 왜 히피가 되었나? 히피가 되어보니 어떻던가? 당신은 지금 히피인가?” 이렇게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970년대 태어나 1990년대 20대였던 청년을 한국 사회는 ‘신세대’라고 불렀다. 그러나 스스로 ‘나는 신세대야!’라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 명칭은 스스로 규정짓는 이름이 아니라 타인이 부르는 이름이다. 히피도 마찬가지다. 그 많은 나의 히피 친구들 중에 자신을 ‘나는 히피야!’라고 말하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관광객들과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내 친구들을 ’히피‘라고 불렀을 뿐이다. 누군가가 나를 히피로 본다면, 나는 히피다.”

◇ 김호성: 작가가 왜 히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 김성신: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해요. ‘레인보우 패밀리’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학교이기도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학교냐, 졸업장 주냐 했더니 그건 아니고. 가령 아르헨티나에서 온 참가자가 탱고 수업을, 말하자면 다른 히피들에게 탱고를 가르쳐주는 겁니다, 자기가 아는 거니까. 또 에콰도르에서 온 어떤 친구는 남미의 북인데 카혼 같은 것들을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누구는 요가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교사가 되고 학생이 되고, 이렇게 해서 기술들이라든지 이런 걸 가르쳐주는데 이 기술이 히피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든 머물면서 거기서 필요한 경비를 얻는 가장 기초적인 삶의 기술이라는 거죠. 그래서 노동효 작가도 서커스 단에 들어갑니다. 히피들에게 곤봉 돌리기라든지 이런 걸 배워서 저글링을 배워서 가는데 이것을 통해서 작가는 이런 메시지를 던집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연대함으로써 함께 자유로운 삶을 이렇게 히피들은 영위하고 있었는데 이건 히피들의 모습을 우리가 그대로 흉내 낼 필요는 없지만, 이런 태도의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는 거죠. 늘 경쟁하고 내가 누굴 꼭 이겨야만 되는 이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도 되고 학생도 되고 그러면서 서로 살아나갈 수 있는 삶의 노하우와 기술과, 이런 것들, 자신의 철학과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사는 삶. 이것이 더 좋은 삶이지 않겠느냐. 이렇게 왜 우리는 못 사느냐. 이런 이야기들을 질문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호성: 정주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이동하는 공동체, 그것을 통한 교훈 이런 것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여행의 이유>, <남미 히피 로드> 두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 김성신: 이것도 제가 노동효 작가하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제가 힌트를 얻은 것인데요. 제가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돼서 지금 한국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두 작품이 모두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에 김영하 작가가 ‘지식여행자’ 쪽에 가깝다면, 노동효는 ‘감촉여행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행의 이유>가 독자를 꿈꾸게 한다면, <남미 히피 로드>는 독자를 설레게 한다. 두 책을 겹쳐 읽으며 이렇게 구분해 보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게 당신을 읽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이렇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약간 선문답 같았는데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다. 독자들이 그 두 가지 모두를 일상적으로 향유하길 바란다. ‘지식여행자’와 ‘감촉여행자’로 구분하는 당신의 언어가 나는 좋다.”
이렇게 저한테 표현을 해주더라고요.

◇ 김호성: 훌륭한 정의네요. 이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Leader들을, 책 읽는 Reader로 정의한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 김성신: 김영하와 노동효는 ‘사유하는 다리를 가진 여행자들’이다.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 김호성: ‘사유하는 다리를 가진 여행자들’ 청취자 여러분들도 이번 주말에는 꿈꾸고 설레는 주말 되신다면 두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성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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