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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정부와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양성? 시대착오적 판단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5-03 16:26  | 조회 : 3584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생생경제] 정부와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양성? 시대착오적 판단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얼마 전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 학과는 삼성에서 만들고, 학생들 장학금을 다 주고, 처음부터 직장에 알맞게 키우고요. 졸업하면 100% 취업할 수 있는 학과인데요. 반도체 쪽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교육자로서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먼저 박상인 교수님?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이하 신세돈)>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글쎄요. 우리 대학 교육에 대해서 정체성 혼란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 대학 교육의 기본적인 취지를 Liberal Art Education, 교양인을 만드는 거다. 세 가지 모토를 보통 가지고 있어요. 대학은 사고하는 능력, 그리고 글 쓰는 능력,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죠. 그런 교육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그게 미국의 많은 혁신을 가져오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독일은 조금 더 전문적인 직업 교육 비슷하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죠. 유럽에서도 최근에 미국과 같은 교육이 도입되어야지 혁신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반성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한편으로는 혁신, 장인,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업 훈련소 같은 대학 교육. 연세대학교가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학교인데, 그런 데서 직업 교육과 같은 학과를 만들었다? 이게 직업 훈련을 조금 더 특화한 학교 같으면 제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천박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다음에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서 굉장히 오해가 있으세요. 시스템 반도체라고 하면 비메모리인데요. 인텔 CPU, 그리고 모바일 같은 경우에는 퀄컴의 APU라고 하는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굉장히 고부가가치고요. 나머지도 굉장히 다양한데, 대부분이 전문적인 소량 생산을 하는 데입니다. 그래서 여기 생태계는 어떻게 되어 있냐면, 이른바 팹리스. 팹이라는 게 반도체 공장을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공장이 없는, 설계만 하는 중소·중견 기업 위주의 생태가 있고요. 그리고 위탁 생산을 하는 이른바 파운더리라고 하는 거죠. 대만 회사들이 대표적인 파운더리 업체들입니다. 그런 국제 협력과 분업 체계를 이루는 거죠. 삼성전자가 지금 하겠다는 것은 파운더리를 하겠다는 겁니다. 반도체와 같은 메모리는 설계와 생산이 일괄되게 하고 있습니다. 품종도 단순하고, 규모의 경제를 하는 단순한 업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거기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생산 능력에 대한 이점을 살려서 파운더리를 하겠다는 겁니다. 파운더리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어떻게 보면 수익성이 가장 낮은 저부가가치 생산을 하는 거예요. 대만 업체들하고 앞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연대 같은 곳에서 만들겠다는 과가 그러면 파운더리 기계들이 하는 거예요. 지금 반도체처럼. 그런데 거기 인재를 만들겠다? 맞지가 않아요. 그것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쪽을 주로 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거고요.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메모리 반도체도 우리가 장비라든지, 소재를 국내에서 거의 못 만들어요. 왜 그러느냐? 한국에서 팹리스 하는 회사들이 대만에 위탁 생산을 지금 부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와 하게 되면 기술 탈취가 일어나요. 기술 탈취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오히려 시스템 반도체가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지, 이렇게 학교와 삼성이 협의하거나 대통령이 가서 선포식을 삼성전자 가서 하거나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 신세돈> 조금 다른 방향일 수 있는데, 2019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이라는 것을 작년 말에 냈어요. 거기에 보면 8대 육성 산업이 있고, 4대 신산업이 있어요. 4대 신산업 안에 이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갔을 것 같아요? 안 들어갔을 것 같아요? 안 들어갔죠. 지금 이게 언제 나왔어요? 4개월 전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냥 요란하게 시스템 반도체를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주력 사업인 것과 같이 하는 거잖아요. 정부가 얼마나, 이 사람들이 서너 달 전에도 이 문제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조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요. 아까 저는 박 교수 이야기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사실은 이게 비메모리에 대해서는 이미 제가 삼성에 있었던 80년대 중반부터 이런 비판이 나왔었어요. 나왔는데, 일본이 워낙 삼성이 메모리 쪽에 강하니까 얘네들은 장비와 비메모리 쪽으로 갔고, 비메모리는 대만이나 다른 쪽으로 가서 결국은 일본이 메모리 쪽에서는 손을 놨는데요. 그러면 삼성이 지향해야 하는 게 대만이 하고 있는 것을 뺏어오겠다? 이거라고 하면 너무 실망스럽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까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신설도 결국에 설계하고 이런 건데, 이런 학과하고 지금 삼성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파운더리 쪽과는 지금 맥이 맞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첫째, 비메모리 쪽 시스템 반도체는 정말 중요한 산업인 것은 맞다. 그리고 진작 했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뭐했느냐.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우리가 가야 할 진짜 길이라고 지적을, 저를 포함해서 수도 없이 했는데, 그게 지금 박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산업 혁신 중에 굉장히 중요한 몫인데요. 그것은 놔두고 지금 대만 시장을 뺏어오겠다고 하는 그런 발상이라서 조금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혜민> 그러면 대학이 직업 교육을 위해서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세돈> 일단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요. 만약에 삼성의 지원이 없으면 연세대학교가 이것을 만들었을까요?

◇ 김혜민> 당연히 안 하겠죠.

◆ 신세돈> 그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라는 거예요.

◇ 김혜민> 그런데 한국의 현실이 취업이 지금 안 되고, 기업에 학생들이 갔을 때 바로 투입이 안 되고, 그것을 기업에서 기다려주지 못하고, 이거잖아요.

◆ 신세돈> 만약에 반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라고 하면,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오면요. 삼성이 갈 데가 별로 없어요. 대만으로 가거나 아니면 미국으로 가죠. 그러니까 교육을 해봤자 우리한테 떨어지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 김혜민> 100% 삼성이 취업시켜준다는 조건이에요.

◆ 신세돈>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면 할 일이 없을 거라니까요? 파운더리인데, 대부분이 설계가 나는 쪽에서 만들어지고요. 삼성이 파운더리가 아니고 진짜 10년, 20년 계획을 가지고 인텔이나 퀄컴과 같은 것에 도전해보는 것이라고 하면 저는 진짜 박수치고 싶어요. 우리 할 수 있다. 

◇ 김혜민> 저희가 생생경제에서 매주 수요일에 폴리텍과 함께 ‘배움이 일자리다,’ 코너를 해요. 저는 폴리텍이라는 대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라에서 기술을 가르치잖아요. 그러면 일반 사립대학을 나오고, 이런 일반 사람들이 정말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서 진학을 해요. 그러면 나라에서 무료로 가르쳐줘요. 그러면 그 기술을 가지고 또 일을 해요. 저는 그런 특성화된 대학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연세대학교 정도면 우리에게 아주 좋은 대학이고, 국가의 인력들을 키우는 학교인데 슬프더라고요. 이것을 좋고, 싫고, 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슬프더라고요. 

◆ 박상인>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게 대책은 아니라는 거죠. 근본적인 대책. 또 하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떻게 보면 공정 경쟁의 기회를 많이 막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나머지 학교에서 취직하고 싶은 사람들은 기회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대학 과정에서 배워서 또 한 번 직업 구할 때 도전을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에 대한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게 마치 사회 공헌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 자체도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 정부, 연세대. 저는 다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 신세돈> 쉽게 이야기하면, 지역 균형 발전 이야기하고, 양극화 해소하자고 하고, 정말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이런 사회를 만들자고 하면서 왜 연대, 고대에만 이것에 대한 지원을 하느냐. 물론 정부의 돈이 안 들어갔을지는 몰라도요. 오히려 지방에 있는, 예를 들면 창원이라든지, 군산이라든지, 이런 어려운 곳의 폴리텍대학 같은 곳에 삼성이 됐든, 국가가 됐든, 지원을 해주면 얼마나 박수를 받을 일이겠어요? 그런 면에서 생각이 너무 짧다.

◆ 박상인>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신 교수님이 잘 지적을 해주셨습니다만, 우리 물리학과하고, 전자공학과가 저희 대학 다닐 때  의대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전자공학과 나온 분들이 지금 의대 안 들어간 것 후회하느냐? 대부분 후회를 해요. 전자공학과가 반도체 관련해서 굉장히 붐이 있었죠. 그런데 거기에서 박사하고 하면 삼성전자에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많지가 않아요. 정말 인적 자원이 중요한 자리는 아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설계라든지, 이런 곳인데 그 생태가 우리는 없어요. 지금 파운더리 하는 회사가 그러면 설계하는 사람들을 데려가서 뭘 할 것이냐? 설계하는 것을 시킨다? 일괄되게 한다? 그러면 독립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다 죽게 되겠죠. 우리끼리 하는 시스템을 하나 구축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게 왜 우리 생태계,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고 하는 게 9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졌고, 이게 장점이 뭔가. 우리는 거기에 퇴행하는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전속 계약을 강화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과거식의, 박정희 개발 체계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난 정부와 기업의 사고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2021학년도, 그러니까 현재 고1 학생부터 50명 선발한대요. 그러니까 해당 자녀들이 있는 분들은 잘 생각하시고요. 오늘 두 분의 식견, 두 분의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 경제에 대한 애정, 잘 들었습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다음 달에 뵐게요.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 신세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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