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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폐업위기였던 책방 풀무질 새 주인 찾아, “평양 풀무질이 생길 때까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3-05 17:58  | 조회 : 2351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전범선 님, 은종복 책방 풀무질 대표


[생생경제] 폐업위기였던 책방 풀무질 새 주인 찾아, “평양 풀무질이 생길 때까지!”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한국 경제를 생생하고, 상생하게 만드는 분들을 만나는 모시는 시간입니다. 여러분 혹시 서울 명륜동 위치한 ‘책방 풀무질’을 아세요? 풀무질은 1985년 학생 운동의 열기 속에서 성균관대 인근에 둥지를 튼 사회과학서점입니다. 34년째 명맥을 이어온 사회과학서점 책방 풀무질이 10년 전부터 쌓인 적자 때문에 폐업을 결정했는데요. 이 서점을 20대 청년들이 인수해 다시 살리기로 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오늘 책방 풀무질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20대 청년 중 한 분, 전범선 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범선 책방 풀무질(이하 전범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혜민> 작가가 한복을 입고 올 거라고 해서 한복이 아닌데? 했는데, 한복이라면서요?

◆ 전범선> 꼭 집어서 한복이라고 칭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만, 승복을 모티브로 해서 미국에 있는 교포 2세들이 만든 옷입니다.

◇ 김혜민> 그렇습니까? 우리나라의 승복을 모티브로 해서 교포들이 만든, 많은 것들이 융합된 옷이네요?

◆ 전범선> 그렇죠. 세대적으로 새롭게 판올림을 한 거죠.

◇ 김혜민> 서점 주인으로 제가 모셨지만, ‘전범선과 양반들’이라고 하는 밴드를 하신다고요?

◆ 전범선> 네, 본업은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싱어세요?

◆ 전범선> 네, 노래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앨범을 내셨어요?

◆ 전범선> 네.

◇ 김혜민> 어떤 노래 내셨어요?

◆ 전범선> 음반이 지금 3장 나와 있고요. 여태까지는 사실 취미로 음악을 해왔어요. 음악을 업으로 하기로 결심한 것은 군대가기 전. 제가 제대한지 얼마 안 돼 가지고 지금 새로운 음반 준비하고 있고요. 책방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지금 전범선과 양반들이라는 밴드에서 전범선 님이고, 양반들은 몇 명이에요?

◆ 전범선> 저를 빼고 4명이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그 4명이 같이 이 서점을 하는 겁니까?

◆ 전범선> 아니요. 그들은 전혀 상관 없습니다.

◇ 김혜민> 우리 전범선 님과 몇 명이 더 있죠?

◆ 전범선> 네, 지금 2명 더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 김혜민> 성균관대 앞 서점인 책방 풀무질을 2명과 함께 인수하기로 하셨어요. 그런데 그냥 서점을 인수하시는 거면 저희가 안 모셨을 거예요. 책방 풀무질이라는 서점이 가지고 있는 의미, 상징성 때문에 모셨는데요. 먼저 책방 풀무질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세요.

◆ 전범선> 풀무질은 원래 성균관대학교에 있는 신문방송학과 학회지로 시작했고요. 그 이름을 따서 84년부터 성대 앞에서 책방으로 꾸려져 왔습니다. 지금 현재 하시는 은종복 대표님은 93년부터 하셨고, 한 35년 된 거죠. 지금 서울에 남아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 옛날에는 대학가 앞에 되게 많았잖아요? 지금은 딱 두 곳 남았습니다.

◇ 김혜민> 한 군데가 서울대 앞에 있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서점이고, 지금 성균관대에 있는 책방 풀무질, 딱 두 개가 남았군요. 몇 학번이세요? 몇 년 생이세요?

◆ 전범선> 저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서 학번은 없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10학번이죠. 91년생입니다.

◇ 김혜민> 91년생이고, 굳이 학번을 말하자면 10학번인데, 미국에서 나오셨으면 사회과학 서점의 중요성과 상징적 의미를 잘 모르실 것 같은데요? 

◆ 전범선> 제가 그때 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제 전공이 역사고, 원래 관심이 많아서. 제가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제가 궁금한 건, 20대 ,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이 이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과학 서점은 어떤 겁니까?

◆ 전범선> 그 당시에는 전두환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거점이었죠. 실질적으로 대표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에 학생들이 책가방을 여기에 다 던져두고 나와서 시위를 하기도 했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기도 했었습니다. 예전에 삐삐가 있기 전에는 책방 앞에 쪽지를 붙여서 서로 약속을 잡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젊은 청년들이 서로 책을 통해서 생각을 공유하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2019년에도 이 사회과학 서점이 필요합니까?

◆ 전범선> 굳이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라고 제가 칭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라는 말은 당시에 독재에 저항하던, 주로 사회주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학생들이 그것을 사회주의 책방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인문사회과학이라고 칭했던, 약간 완곡어법인 거죠.

◇ 김혜민> 그렇군요.

◆ 전범선> 저희 지금 세대한테는, 지금 세대한테도 사회주의 담론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대안적인 담론들은 다양하잖아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금 페미니즘이고. 그런 다양한 담론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라고 말하기보다도 이제는 책방 풀무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예전에 전두환 정권 시절이나 군사정권 시절에는 민주주의, 평등,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 2019년도의 대한민국에는 페미니즘이라든지, 공정이라든지, 새로운 우리 안의 가치들을 담은 책들이 있는 곳이 바로 책방 풀무질이다, 이렇게 본인은 이해하고 계신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키우실 생각이시고요.

◆ 전범선> 인문학적인 이런 담론, 대안적인 상상, 이런 것들은 시대가 변해도 특정한 형식은 바뀔 수는 있지만, 항상 유효할 겁니다.

◇ 김혜민> 어떻게 이 풀무질이라는 책방을 인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거기다가 제가 앞서 말씀드렸겠지만 가게의 상황이 좋은 상황이 아니잖아요. 빚도 굉장히 많고요. 어떻게 결심하게 되셨어요?

◆ 전범선> 원래 저는 조그마한 독립 출판사를 하면서요. 책이 한 권밖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언젠가는 헌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헌책방을 하시기도 했었고, 저도 영국에서, 미국 다음에 영국에서 공부를 했는데, 영국에서는 헌책방 문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거든요. 역사성이 있는, 역사성이 느껴지는 헌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폐업 기사를 보고서 내가 만드는 것보다는 이것을 잘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정신을 계승할 청년에게는 한 푼도 받지 않고 넘겨주시겠다. 

◇ 김혜민> 정말 한 푼도 안 받으셨어요? 빚은 떠안으셨죠?

◆ 전범선> 빚은 일부 저희가 열심히 모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모금 운동한 지가 2주 됐는데, 2,500만 원 정도 모였어요. 한 5,000만 원 정도는 저희가 최대한 만들어서. 저희도 도둠 놈 심보도 아니고, 대표님이 힘드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그것을 원래 1억 5,000 정도의 빚이 있는데, 그것을 내고 들어오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굳이 청년들이 해야 한다, 뜻이 맞는 청년들이 해야 한다고 해서 저희에게 넘기시는 거라서 빚을 감수하고라도 저희는 하게 된 거죠. 6월에 인수하니까 최대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 김혜민>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지금 이야기한 은종복 대표에 대한 기사가 1월 6일에 났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이 어렵고, 폐업을 할 건데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 새로운 주인이 청년이었으면 좋겠고, 건강한 정신과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사를 냈고요. 1월 18일 기사에 20대 청년들이 인수하기로 했다고 나왔어요. 저도 이것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거든요. 그래서 오늘 모셨는데, 지금 은종복 대표님이 전화 연결돼 있어요. 잠깐 연결해볼게요. 대표님, 안녕하세요?

◆ 은종복 책방 풀무질 대표(이하 은종복)> 안녕하세요.

◇ 김혜민> 대표님, 목소리가 밝으시네요? 이제 홀가분하세요?

◆ 은종복> 홀가분한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또 5만 권의 자식 같은 책을 남기고 가서 섭섭한 것도 있네요. 

◇ 김혜민> 그러게요. 새 주인은 마음에 드세요?

◆ 은종복> 쏙 들어요. 왜냐하면, 일단 인문학 공부를 많이 해서 학생들이 책을 찾을 때 다른 책을 소개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요. 또 하나는 지금 같이 일하시는 분이 장경수 씨인데, 우리가 아침 9시에 나오면 되거든요? 그런데 8시에 나와서 일하고 있어요. 마지막은 책을 찾아줄 때 없는 책도 찾거든요. 장경수 씨 일하는 거 보니까 바로 컴퓨터에 확인해서 품절된 것을 찾아주려고 하고, 제가 했던 일들을 잘 따라서 할 것 같네요. 

◇ 김혜민> 그렇군요. 제가 지금 범선 씨에게도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에도 사회과학 서점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대표님께도 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 떠나시지만. 왜 서점이 계속되어야 합니까?

◆ 은종복> 저도 사실은 명륜동에 책방을 그만두면요. 내년에는 제주도에 가서 제주 풀무질이라는 이름으로 책방을 또 할 건데, 그것도 인문사회과학 책방이에요. 왜 그런데 이 땅에서 인문사회 책방인지 하나만 말씀드리면, 우리가 해방되고 나서 자주독립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사실 그게 힘들잖아요. 그건 바로 청년들이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도 힘들고, 그리고 지금 다른 재밌는 게 많잖아요. 

◇ 김혜민> 본인들의 문제가 너무 크죠.

◆ 은종복> 그렇죠. 그런데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나무라고 치면, 그 뿌리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옛날에 우리 데모할 때 그런 말을 했어요. 청년이 서야 조국이 선다. 이런 대학교 앞의 인문학 서점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혜민> 우리 범선 씨를 비롯해서 같이 할 경수 씨, 한준 씨에게 한 말씀 마지막으로 하신다면요?

◆ 은종복> 책방 일이 참 힘들어요.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거의 일하거든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려고 하면 일을 못 하겠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 사람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그리고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힘찬 보람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을 느끼고, 2년, 3년, 5년, 10년, 쭉 해서 남북이 평화를 찾는 그날까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전범선> 네, 평양 풀무질이 생길 때까지.

◇ 김혜민> 네, 고맙습니다. 제주도에서 새로운 일터도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 은종복> 고맙습니다. 

◇ 김혜민> 은종복 대표하고 말씀을 나눠봤어요. 그런데 우리 경제 프로그램인데, 돈이 그래도 되어야 하잖아요. 생계잖아요. 대표님께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책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 전범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책이라는 매체가 수세에 몰려 있습니다.

◇ 김혜민> 그래도 이게 이득이 나야 하지 않을까요?

◆ 전범선> 유지는 해야 하니까요. 살려야 하고, 살린 후에 유지해야 하는 건데, 요새 출판이나 책이 사양 산업이라고는 하지만, 독립서점들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꺼져 가는 것 같지는 않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음반, CD라는 매체가 훨씬 더 오래갈 것이고, 지금도 아직 파워가 있다고 생각해요. 성대 앞에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이라는 공간이 앞으로 나아가서 성대 앞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 김혜민> 평양까지.

◆ 전범선> 그렇죠. 평양까지 대표할 수 있는 인문학 서점이 된다면, 유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혜민> 독립서점 얘기하셨는데, 저희도 상암동의 북바이북 대표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상암동에서 방을 빼셨어요. 쉽지 않아요. 거기다가 그냥 서점도 아니고, 아주 마니아들을 위한. 사실 인문학이 마니아들을 위한 서점이 되어서는 안 될 텐데요. 대중화가 되어야 할 텐데요. 저도 선배로서 괜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2,500만 원이라는 돈을 모아주신 분들의 마음이 아마 이 서점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분들께 굉장히 고마운 마음도 있고, 책임감도 있으시겠어요?

◆ 전범선> 그렇죠. 약간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이게 사업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공공성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에요. 저도 사실 6월에 저희가 정식 인수하기 전까지 그 이후의 계획들. 콘텐츠적으로 계속 짜고 있어요. 아까 말한 경수 형이 직접 출근해서 이번 주부터 일을 배우고 있고요. 저는 밖에서 이렇게 콘텐츠적인 것이나 홍보에 관한 것에 대한 궁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뭔가 이렇게 하겠다고 보여드리기는 시기상조지만, 6월 이후부터 젊은이들이 올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고 있으니까요. 많이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혜민> 혹시 지금 홈페이지 같은 곳이 오픈되어 있습니까? SNS라든지요.

◆ 전범선> SNS는 만들어놨는데요. 홈페이지를 새로 브랜딩하고 싶어서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정확하게 위치가 어디입니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가장 쉬운 방법이요.

◆ 전범선> 성균관대학교 정문 바로 앞입니다.

◇ 김혜민> 이 방송 듣는, 학번이 조금 위인 분들은 책방 풀무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발전하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보시고요. 사회과학, 인문학, 이런 것 너무 낯선 20대 청년들은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가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책방 풀무질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눠주시겠어요?

◆ 전범선> 요새 대학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인문학 기능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젊은이들한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문학은 항상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풀무질이 그런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혜민> 네, 오늘 책방 풀무질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분 중 한 분    입니다. 전범선 님과 생생초대석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범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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