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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Leader] “호치민의 목민심서? 한국인의 열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2-15 09:31  | 조회 : 226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The RLeader 더 리더’

□ 방송일시 : 2019년 2월 15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책장 넘기는 소리가 아주 참 근사하게 들리는, 마음이 푸근한 분위기입니다. 책하면 척! 북 칼럼니스트 김성신 출판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성신 출판평론가(이하 김성신):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볼까요?

◆ 김성신: 네. 앞으로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27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열리는 장소가 베트남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난 이후에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관심, 박항서 감독 이후에 또 다시 한 번 더 부쩍 높아지는 그런 분위긴데요. 왜 베트남이냐, 또 그것이 어떤 의미냐. 북한의 비핵화 플랜과 북미회담에 관해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죠. 이분 저녁식사 메뉴까지 지면을 장식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가 됐는데. 그래서 오늘 <더 리더> 시간에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치민이라는 인물, 그리고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거의 정설처럼 믿어졌던 호치민의 <목민심서> 탐독론. 바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김호성: 그러니까 호치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었다. 이런 말씀이시죠?

◆ 김성신: 예, 그것도 아주 탐독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 리더>를 호치민과 정약용, 이렇게 두 인물을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 김호성: 굉장히 조합이 이뤄질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 김성신: 호치민은 베트남의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였고, 후일 베트남민주공화국의 주석까지 지낸, 베트남 민족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호치민시가 바로 이분의 이름을 딴 도시인데요.

◇ 김호성: 사이공이잖아요, 옛날에.

◆ 김성신: 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호치민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서 늘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을 정도로 탐독했고, 다산 선생의 기일이 되면 항상 묵념을 하였다. 이런 기록이 ‘전해져 온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아주 널리,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퍼져왔습니다.

◇ 김호성: 팩트체크를 이제 해야 할 사안인 것 같네요. 대통령도 언급했다고, 그런 이야기도 있고요.

◆ 김성신:  지난 2017년입니다.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열렸거든요. 그런데 그때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호치민 엑스포 개막을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 축하하게 됐는데, 그 영상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베트남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호치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시대 유학자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언급하시면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영상에 남겼거든요.

◇ 김호성: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거예요, 공개석상에서도요.

◆ 김성신: 그러면서 2017년부터 또 다시 이게 정설처럼 등장한 거죠.

◇ 김호성: 무엇이, <목민심서>의 어떤 내용이 호치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참 그게 궁금해지는 대목이에요.

◆ 김성신: 사실 <목민심서> 너무 유명한 책이죠. 한국인들이 정말 사랑하는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대표작이기도 하고요. 잠시 설명을 드리면, 다산 정약용 사상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1표2서죠. <경세유표>가 있고, <목민심서>와 <흠흠신서> 이렇게 세 권의 책인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책이 바로 <목민심서>라는 겁니다. 마치 지금 우리 고등학교 수업 듣는 기분이 들죠. “인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아무리 요순의 법이라도 실시할 곳이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눈앞에 병들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긴급히 구호한다, 이런 취지로 엮은 책이기도 합니다. 다산이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하고 있던 중에 집필해서 57살 되던 해인 1818년에 완성한 책이고요. 학문적으로 가장 다산이 원숙해가던 때에 이루어진, 그야말로 정약용 사상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이런 평가도 있는 그런 책입니다.

◇ 김호성: 이 책을 호치민이 알게 된 배경이 무엇이죠?

◆ 김성신: 이 일화가 널리 퍼져가는 와중에 상당히 역사적 근거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1933년에 당시 모스크바에 전 세계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던 청년지도자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때 호치민도 거기 있었고, 또 조선에서 모스크바로 건너간 박헌영, 당시 34살이었는데, 이 청년을 만나서 박헌영으로부터 <목민심서>라는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 김호성: 그게 어떻게 된 거예요? 번역본일까요?

◆ 김성신: 이게 재밌는 것이요.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면 원서로 읽었다, 호치민이 한자에 능통해서 읽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같이 포함되는데요. 그런데 이게 또 사실이 아니라는 역사적 근거나 주장이 또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사실 잘못 와전된 일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민심서>는 여유당전서에 포함되지 않습니까. 이게 조선에서 출간된 년도가 1934~38년 사이입니다. 그런데 박헌영이 러시아에 체류했던 기간이 1921~22년, 그리고 1929~31년입니다. 

◇ 김호성: 그 앞이에요.

◆ 김성신: 예, 그러니까 겹치지를 않는 겁니다. 이대로 따지면 출간도 되기 전의 책이 전달됐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요. 거기다가 또 그 이후라고 볼 수 있나 해서 보면 이후 박헌영은 1933년도에 상해에서 체포가 되거든요. 6년간 옥살이를 하고 그다음에는 조선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이 동선을 놓고 봤을 때 호치민 주석하고 겹쳤을 가능성이 사실 거의 없다는 거죠.

◇ 김호성: <목민심서>를 애독했다, 라는 증거가 어느 한 구석에라도 남아있는 게 있을까요?

◆ 김성신: 그래서 2000년대 들어와서도 특히 한국의 일부 언론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한동안 ‘호치민은 목민심서를 읽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퍼져나가게 되자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일부 대기업 주재원들이 이것을 따로 별도로 확인 작업에 나서기도 하고, 일종의 소동도 벌어졌고요. 그래서 2006년도 1월에 연합뉴스가 이 사안을 가지고 직접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베트남으로 가서. 그런데 그 기사의 제목부터가 “호찌민박물관과 집무실에는 목민심서가 없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 김호성: 그래요. 저도 호찌민박물관은 2000년대 초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거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기사 내용이 어떻게 나왔던 거죠?

◆ 김성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호찌민박물관의 응웬 티 띵이라는 관장님을 만나게 되는데, "호찌민박물관에는 고인과 관련된 유품 12만 점이 소장돼 있지만 목민심서가 유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자신도 처음 듣는다" 말하자면 그 박물관에 없다는 건데요. 사실 거의 민족적 영웅이기도 했고. 그래서 호치민과 관련해서는 정말 작은 것들까지도 다 수집해서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렇게까지 탐독을 한 책이라면 그 책이 그 유물 안에 없을 리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여러 가지 이런저런 현지 취재를 통해서 <목민심서>에 대한 것들은 좀 와전된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결론을 이 기사는 맺고 있습니다.

◇ 김호성: 와전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다소 또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땐 아쉽기도 하네요, 그러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봐야 할까요?

◆ 김성신: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실제로 읽었다 쪽과 전혀 그랬을 리가 없다, 라는 쪽이 말이 왔다갔다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밝혀내는 일은 앞으로 또 많은 것이 궁금한 역사학자라든지 정치학자들이 계속 검증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다른 점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선, 이 사안에서 좀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호치민은 베트남의 위대한 독립영웅이고요. 또 평생 혼자 살면서 세상을 떠날 때 옷가지 몇 벌, 또 책 몇 권 이게 가지고 있는 재산의 전부였다. 이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청렴한 권력자로서 아주 존경스럽고 상징적인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인들의 머리에서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가르침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호치민 아니겠느냐. 일종의 심정적 연결선이 먼저 생긴 것이 아닐까, 역사적 사실을 떠나서. 그래서 이것이 사실이 아니거나 심지어 누군가의 날조라고 하더라도 이 일화를 우리 한국인들이 진실로 믿고 싶어 했다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저는 이 시점에서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목민심서>는 한국인들에겐 그저 오래된 책 한 권의 의미가 아니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전설적인 책이고, 늘 그 전설을 활용하고 싶은 자들에 의해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떻게 보면 계속 활용되거나 이용당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 김호성: 전설이 누적되면 신화가 되잖아요. 그런데 <목민심서> 자체가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전설적인 책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우리들의 어떤 바람, 이런 것들이 다 녹아들어가서 이 같은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 김성신: 사실 그 이전에도 <목민심서>에 얽힌 전설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선운사 마애불의 배꼽에는 검단선사의 비결이 들어있어서 이것이 세상에 나오면 한양이 망한다, 이런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후에 동학농민운동 때 동학군이 이 비결을 빼갔는데, 그것이 바로 <목민심서>였다, 라는 전설이 있고요. 또 전두환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 당시에 이 책의 위세를 입어보고자 해서 순방 시에 전용기 집무실에 <목민심서>를 놓아두고 언론에 보도지침으로 "집무실 안에 <목민심서>가 눈에 띈다"라는 낯간지러운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또 재밌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목민심서>가 금서였습니다.

◇ 김호성: 왜 그럴까요? 이게 지금 북미 2차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고, 하노이는 또 호치민의 상징적인 도시 같은 곳인데, <목민심서>를 금서로 했다. 또 이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네요.

◆ 김성신: <목민심서>가 북한에서 금서가 된 그 경위를 살짝 살펴보면 북한이 그동안 어떤 체제였는지, 그것을 좀 이해하는 맥락도 생길 것 같은데요. 사실은 이 책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유는 북한 내 계파투쟁하고 관계돼 있습니다. 북한 정권 내의 계파 중에서 갑산파라고 있었는데, 이 파벌이 전통문화와 사상을 새롭게 발굴하는 작업을 행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목민심서>를 비롯한 정약용 선생의 저술을 집중적으로 갑산파가 연구했는데요. 그런데 김일성이 갑산파를 비롯한 다른 계파들을 숙청하면서 이 갑산파의 연구작업도 중단시켰고, 더불어 <목민심서>까지 그 당시에 금서로 지정해버렸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80년대 이후에는 북한에서도 정약용을 비롯한 실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재개되면서 <목민심서>도 제한적으로나마 금서에서 풀리는 이런 우여곡절을 북한에선 겪었다는 겁니다.

◇ 김호성: 그러면 지금은 금서에서 풀린 건가요?

◆ 김성신: 지금 현재 사실 완벽하게 풀려있는지, 누구나 아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책인지, 아니면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지, 사실 그것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 김호성: <목민심서>에서 나타나고 있는 어떤 권력에 대한 정의, 권력을 바라보는 <목민심서>의 시각, 이런 것들은 어떤 것입니까?

◆ 김성신: 한국인들이 호치민 주석이 <목민심서>를 읽었다라는 그 일화를 사실이건 아니건 어쨌든 진실로 믿고 싶어 했다는 부분이 저는 좀 의미심장해 보이는데요. <목민심서>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부합하는 청렴한 권력자를 우리 내부에서 찾지 못하고 외국의 지도자, 외국의 정치인으로까지 연결시키려고 했다, 라는 의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또 역으로 보면, 최근에 들어와서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닐지 모른다, 아름다운 이야기긴 하지만. 또 역사적으로 그런 정황이 없다. 이렇게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또한 함께 있단 말입니다. 이것은 또 이 각도에서 보면 일종의 자신감의 회복이랄까요. 이제 한국인들도 우리 내부에서 그런 인물을 만났거나, 아니면 앞으로 정말 만날 수 있겠구나. 현실적인 그런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호성: 집 울타리 밖에서 무지개를 찾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 집안에 무지개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자각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예요.

◆ 김성신: 그렇죠.

◇ 김호성: 마지막으로, 시대를 이끈 Leader들을, 책 읽는 Reader로 정의해주신다면요?

◆ 김성신: <목민심서>마저도 읽었다고 믿고 싶은 호치민 주석은 “세상을 떠난 후, 독서의 전설까지 만들어내는 위대한 독자”다. 이렇게 저는 정리하고 싶습니다.

◇ 김호성: 결국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이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전설을 남기는군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성신: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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