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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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소라넷 재판으로 본 음란사이트 폐쇄의 길"-안호림 교수 10/6(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08 17:30  | 조회 : 5567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10월 6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미디어관련 이슈에 대해 알아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번 주는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안호림: 지난 21일..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죠.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하나 열렸습니다. 다름 아닌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로 악명이 높았던 소라넷 운영자인 송모씨에 대한 재판인데요. 소라넷으로 각종 성범죄가 모의되고,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한 각종 불법적인 영상들이 대거 유통되어 사이버 성범죄의 통로가 된 사이트입니다.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박카스 할머니 사건 등으로 온라인을 통한 불법적인 영상물 유통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행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소라넷과 불법온라인 음란사이트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현재 소라넷은 폐쇄된 상태죠?

안호림: 네. 경찰은 2016년 4월 네덜란드에 있던 소라넷의 핵심서버를 압수, 폐쇄했습니다. 아직까지 소라넷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는 다시 개설되지는 않았기때문에 현재로선 폐쇄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운영진이 모두 검거된 것은 아니어서 다른 형태와 이름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사실 소라넷은 수많은 불법음란사이트의 하나일 뿐입니다. 소라넷이 다시 등장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유사한 사이트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소라넷이라고 하면 한국에선 음란사이트의 대표격인데요. 꽤 오래되었죠?

안호림: 소라넷은 원래 Sora's Guide(소라의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1999년 5월에 오픈한 사이트입니다. 2016년에 폐쇄됐으니 17년이나 운영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성인사이트 리뷰 웹진을 표방했습니다. 그러다 2003년 11월 소라넷이란 커뮤니티로 개편됐습니다. 개편 이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한 때 약 100만 명이나 되는 회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나운서: 2015년에 수사를 시작했는데, 폐쇄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안호림: 아무래도 서버가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 현지경찰의 도움을 받아야했던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소라넷 폐지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이 소라넷을 추적하고 있다는 발표를 듣고, 운영진이 미국에 있던 서버를 네덜란드로 옮겨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런 애로사항은 소라넷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데요. 소라넷 뿐 아니라 불법음란사이트 대부분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데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운영진도 전부 다 검거한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요.

안호림: 소라넷 운영진은 총 6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현재까지 검거된 사람은 총 3명입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국내에 거주 중이던 2명은 검거됐고, 나머지 4명중
재판 중인 송모씨는 외교부가 여권 무효화 조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해서 검거됐습니다. 남은 세 사람 중 송씨의 남편인 윤모씨는 호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경찰이 호주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실제 검거되는 데까지 길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남은 두 명은 소재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를 전전하며 도피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나운서: 소라넷을 이용한 적이 없는 분들은 세상이 널린 것이 음란사이트인데, 왜 소라넷만 유독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뭐가 문제였죠?

안호림: 말씀하신대로 도색사이트는 소라넷 말고도 수도 없이 많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초기부터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포르노그래피였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소라넷은 단순한 음란사이트가 아니었습니다. 한 지상파 방송 탐사보도프로그램에서 소라넷의 충격적인 실태를 폭로한 적이 있는데요. 방송에서는 한 남성이 소라넷을 통해 술취한 자신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할 남자들을 모집했던 에피소드가 소개됐습니다. 그 사건 자체도 세상의 지탄을 받을 일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유사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저도 그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이게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안호림: 그럴만도 하죠. 저도 믿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소라넷을 통해 이루어진 범죄는 성폭행 모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도촬한 사진, 영상은 수위가 약한 것입니다. 부부 또는 커플끼리 파트너를 교환하여 관계를 갖는 것을 스와핑이라고 하는데, 사이트를 통해 스와핑을 알선 하고, 때로는 스와핑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소라넷을 통한 만남이 집단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여기에 성매매, 불법도박 광고를 게재해서 이런 범죄를 조장한 것도 문제입니다.

아나운서: 소라넷은 폐쇄되었지만 제2, 제3의 소라넷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안호림: 음란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반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계속해서 유사한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월에는 소라넷 이후, 등장한 음란사이트 중 최대 크기인 ‘꿀밤’ 운영자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 사이트의 회원수가 무려 42만명, 하루 접속자가 50만명 이었습니다. 회원수가 85만명에 달한 사이트도 있었는데요. 최근 외국의 새로운 SNS서비스인 텀블러가 온갖 불법음란물의 통로가 되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매매, 음란과 관련된 게시물 때문에 텀블러에 시정조치를 요청한 건수가 4만 7천여건입니다. 텀블러는 외국 기업이어서 자발적 협조를 바랄 수밖에 없는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많은 사람들의 비판과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이트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겠죠?

안호림: 네 그렇죠. 소라넷처럼 대중을 상대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은 대개 돈을 벌기 위해 그러는게 아닐까요. 소라넷은 수백억대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불법음란사이트들의 주요 수입원은 불법 도박, 성매매 광고인데요.. 꿀밤의 경우, 한 달 광고수입이 7천만원, 2016년 1년동안 15억의 광고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이런 불법음란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적인 요소가 많은데, 그래도 계속 늘어나는 건 단속이 쉽지 않아서인가요?

안호림: 대부분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찰이 조사하는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운영진 파악도 어렵구요. 꿀밤 운영자는 대포폰을 사용하고 광고주와는 대화내용 추적이 불가능한 텔레그램 메신저를 사용했습니다. 광고료를 가상 화폐로 받고, 여러 차례 계좌를 옮겨 세탁하기 때문에 계좌추적도 힘듭니다. 꿀밤 운영자는 검거된 건, 딱 한번 은행을 갔는데 덜미가 잡혀서 CCTV를 통해 경찰이 추적해서 잡힌 것입니다. 운영자도 ‘대체 나를 어떻게 찾았느냐’라면서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텀블러와 같은 해외 SNS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더욱 힘듭니다.

아나운서: 소라넷 운영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인가요?

안호림: 현재 재판중인 송씨는, 이른바 아청법이라고 하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런 음란물들의 유표와 전시를 방조했다는 게 주된 혐의입니다.

아나운서: 불법음란사이트에 대한 세상의 분노는 대단한데, 과연 소라넷 운영자가 죄값에 걸맞은 형벌을 받을까요?

안호림: 두 가지 혐의 중 형량이 높은 것은 아청법 위반입니다. 아청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직접 본인들이 이런 음란물을 만들거나 배포한 게 아니라 ‘방조’했다는 것입니다. 방조죄가 적용되면 실제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만들어서 배포한 이들에 비해 크게는 절반이상 형량이 줄어듭니다. 아청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2~3년 형을 받거나, 집형유예나 불기소처분을 받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홍대 몰카 사건 이후 경찰이 대대적으로 사이버 성폭력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안호림: 경찰이 지난 9월 27일 중산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음란사이트, 웹하드 업체 50여곳을 적발했고, 1,012명을 검거해서 이중 62명을 구속했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배너광고를 추적하는 방법을 통해 이전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도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국내업자와 연락을 해야 하니까, 이 점을 이용했습니다.

아나운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런데 이런 단속으로 이런 사이트들을 뿌리 뽑는 게 가능할까요?

안호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철저하게 단속하고, 위법행위를 한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불법 사이트를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도 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거보다는 효과가 있겠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조금의 지식만 있으면 차단조치를 우회해서 불법 사이트를 접속하는 것은 손쉬운 일입니다. 소라넷 폐쇄가 음란 사이트들을 감소하게 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의 단속과 처벌만으로 온라인 성범죄를 근절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나운서: 단속만으로 충분치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인데요. 그럼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안호림: 불법음란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의 온라인 성범죄를 포함한 성폭력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일도 같이 진행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음란사이트가 성행하는 것은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고, 이용자들이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음란물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인식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포르노그래피는 국내법상 불법이지만, 온라인에서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인위적으로 음란물을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음란물, 특히 몰카, 불법적인 음란물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즉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이른 나이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가지고 음란물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나운서: 사이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 뿐 아니라, 사회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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