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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구제와 책임규명 위해 필요한 것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12-28 11:29  | 조회 : 3201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28일(수요일)
□ 출연자 :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지난 2011년, 원인 모를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지목됐습니다. 이로부터 5년 만인 올해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습니다. 국정조사도 이뤄지고, 늦었지만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도 있었고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힘겹게 싸워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데요. 하지만 책임자를 처벌하는 문제와 피해자를 구제할 구체적인 조치, 정부의 사과 등은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먼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 전화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이하 강찬호):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2016년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한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 인정한 지 5년 만에 국정조사가 이뤄졌고요. 우여곡절 끝에 피해자구제특별법도 발의까지는 됐습니다. 대표님이 한 해 돌아보신다면 어떻습니까?

◆ 강찬호: 지난 5년에 비하면 사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피해자 분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도와줬던 환경단체, 시민단체들이나 다들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 텐데요. 올해는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검찰이 수사팀을 꾸리고, 이런 내용들을 공론화시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 내용을 알게 되었고, 함께 지지도 해주고,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마구 대했던 가해 기업에 대한 처벌도 진행되고 있고, 그래서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 한 해여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큰 힘이 되기도 하고, 여러 심경입니다.

◇ 장원석: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를 맡아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의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접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하거든요. 대표님이 보실 때에도 실제로 그렇습니까?

◆ 강찬호: 올해 언론에 이 내용이 집중적으로 보도가 되면서요. 피해자들한테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고, 그런 결과로 해서 아마 현재까지 12월 24일 기준으로 피해자 접수가 5,3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에 사망자가 1,100명을 넘었어요. 그래서 언론이 많이 보도해주면 피해자 접수가 늘어나고요. 보도가 줄어들면 피해자 접수도 감소합니다. 지난 4년간 저희가 줄기차게 정부 측에 피해자 접수 기구를 확대해서 대폭적으로 이런 기구를 알리고 접수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미흡했죠. 그런데 언론의 보도 덕분에 많은 분들이 피해자 접수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올해 피해자 접수가 많이 급증했군요?

◆ 강찬호: 네, 엄청나게 급증했죠. 4천 명이 넘게 등록했습니다.

◇ 장원석: 네, 일단 법원이 지난 12월 15일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11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을 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조사 세퓨는 피해자 또는 유족 1인당 1000만 원에서 1억 원씩 총 5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런데 세퓨는 2011년 폐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소송에서 이겼지만 피해 보상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지 않을까요?

◆ 강찬호: 맞습니다. 그래서 그 판결 내용이 피해자들이 1심의 민사소송에 가서 확정판결을 받은 걸로서 첫 판결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반족짜리고요. 원래 세퓨라는 업체는 매우 작은 업체고, 이 업체는 이미 파산 상태이기 때문에 원래는 국가상대 소송이 그 앞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가상대 1심에서는 패소를 했고, 그래서 저희가 국정조사 과정이나 여러 가지 국회 청문 과정을 통해서 정부 차원의 여러 가지 실패나 부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국가상대 소송에 이겨야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오고, 세퓨 피해자 등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나오는데, 현재로서는 승소해도 보상을 못 받기 때문에, 판결로서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 그런 한계가 있는 판결입니다.

◇ 장원석: 네, 일단 이것을 시작으로 법원의 판결이 앞으로도 이어질 테니까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가 잘 안 됩니다. 청취자 분들도 문자 보내주고 계신데요. 7241번님 “옥시 측이 이런 저런 약속도 했던 것 같은데, 피해 가족 분들은 제대로 보상이나 사과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문자 보내주셨고요. 실제로 옥시가 사과하는 시점에 대해 논란은 있었습니다만 공식 사과는 있었습니다. 이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 강찬호: 옥시가 지난 3, 4년 동안 사실 대형 로펌이나 서울대 교수나 이런 분들을 가지고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를 우롱하고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를 했었는데요. 올해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옥시의 이런 나쁜 짓들이 다 드러나게 되면서, 물론 한국에 와서 피해자들 앞에서 직접 사과한 건 아니고요. 국정조사 위원들이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까지 가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낸 형태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원하는 최종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피해자들에 대해서 보상 작업들, 소송을 넣어놨던 피해자들에 대해서 보상안을 몇 차례 발표하고, 피해자 의견을 몇 차례 듣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현재 1, 2단계 피해자들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피해보상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장원석: 1, 2단계라면 어느 정도 수준인 거죠?

◆ 강찬호: 1, 2단계 피해자는 피해자로서의 관련성이 매우 높거나 확실하다고 보는 거고요. 3단계, 4단계는 관련성이 좀 낮아서 일단 배제가 되어 있는 형태라서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 장원석: 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이 국회에 넘어가 있는데요. 재정은 올해 힘들 것 같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 강찬호: 저희는 지난 5년 동안 피해자 단체에서 요구했던 건 첫 번째가 공개적인 사과거든요. 정부나 기업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였고요. 두 번째가 사실 특별법, 이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 그리고 국정조사를 만들어 달라,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올해 안에 특별법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실 국회나 정치적 상황으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재정 논의가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는 올해 안에 특별법 안을 통과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아마 내년 1월, 2월에 임시회가 열리면 본회의에서 통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강찬호: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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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석: 이어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백도명 교수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하 백도명):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교수님은 올해도 바쁘게 보내신 것 같습니다. 올해 영국에 있는 레킷벤키저사에 항의 방문도 다녀오셨잖아요?

◆ 백도명: 제가 작년에 했었고요. 올해는 국정조사 국회의원들하고 피해자 분들이 직접 항의방문을 하셨죠.

◇ 장원석: 그렇군요. 2012년에 정부가 사실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할 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를 하셨지 않습니까? 올해는 대표님과 말씀을 나눴는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고요. 피해자들에게 실제로 진전이 있는 일들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 백도명: 아마 검찰 조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고요. 그걸 통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정조사까지 이어지는 과정 중에 회사나 관계자들의 책임, 또 국정조사를 통해서 각 회사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어떻게 개발했고, 판매나 생산량 등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어서, 전체 피해 진행이나 규모 등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피해 양상, 다양한 양상들이 어디까지 보상될 것인가, 그리고 앞서 강찬호 대표님이 잠깐 말씀하신 것 같은데, 옥시라고 하는 다국적 기업이 어떻게 보면 본사가 있고, 각 개별 국가에 나와 있는 자회사가 있는데, 그 역할이 어떻게 되어서 실제 책임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은 아직 불투명한 것들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장원석: 네, 책임 문제에 대해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같은데요. 아직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 백도명: 사실 맨 처음에 문제를 주목하게 된 건 질병의 양상이 굉장히 독특하고, 위중하면서도 특정 군, 산모와 아이들에게 전국적으로 다발하는 양상 때문에 이게 이상하다고 주목해서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게 된 것인데요. 어떻게 보면 이게 아주 특수한 양상도 있지만, 이 독성 물질이라고 하는 것이 호흡기를 통해서 들어갈 때 특이한 양상을 일으키는 부분도 있고, 그 전에 코나 기관지 등에서 다른 일반적인 질환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있는데요. 지금 범위를 맨 처음에 특이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구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양상들, 겹치거나 여러 원인들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그런 양상들에 대해서는 제외되거나, 아직 잘 다뤄지지 않은 것이 구제에 있어서 큰 허점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러니까 몇 가지 사례로 정의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다양한 증상, 사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체적인 배,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국가가 이 부분에 책임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백도명: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느냐? 그 책임이 뭐냐? 하는 건 굉장히 큰 질문인 것 같은데요.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만나고 하면서 사실 그 질문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안전과 건강에 대한 지식이나 체계가 세계적으로도 조금씩 쌓이고 변화하는 이런 과정 중에 있기는 하지만, 어느 특정한 시점에 알려져 있는 최신의 지식을 모으고, 그걸 바탕으로 가장 최선의 체계가 뭐냐? 이런 것에 대해서 국가가 얼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전문적인 큰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국가의 역할을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책임을 묻는데 있어서 힘과 권력에 차이가 있는 주체들 간에 논쟁이 붙었을 때 그런 것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국가의 책임이 무엇인지 등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저희가 물어야 하는 질문인데, 아직 그런 것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을 깊게 하고 제대로 정리해내는 것까지 못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그래서 추가적인 조사와 이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는 이유인 것 같은데요. 이런 화학물질 사고가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피해자도 계속 늘고 있고요. 제도적인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백도명: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화학물질들이 다양한 용도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가습을 하는 데에 거기 넣는 것도 새로 만들어진 용도였는데요. 그 용도의 특이성을 감안해서, 기존에 없던 것으로 사용될 때 그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이 좀 더 다양해지고 체계화되는 그런 개선이 필요한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인 것 같기는 한데, 이런 기술적인 걸 제대로 하는 것도 필요한데, 기술을 우리 사회에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그 가치가 이해충돌이 생길 수도 있게 되는데, 이해충돌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그런 이해충돌을 정리하는 절차와 근거들을 제대로 마련해서 연구든 전문가 의견이든 기업의 광고든 여러 다양한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들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도명: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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