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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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대중문화가 끊임없이 '엄마'에 주목하는 이유는?-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9-22 20:15  | 조회 : 3481 
[문화코드 94.5]대중문화가 끊임없이 '엄마'에 주목하는 이유는?-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9/22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이하 정덕현):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이번 주말이면 추석인데요. 오늘은 대중문화 속 엄마,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머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정덕현: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희 어머니죠. 그리고 고향이 떠오릅니다. 명절 때가 되면 누구나 고향을 떠올리고 그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문화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라 그런지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은 참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되곤 하는데요, 생각만 해도 뭉클해지는 모성애의 대명사이면서 때로는 지독한 생활력의 소유자이거나 자식이 잘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비뚤어진 모성애의 소유자처럼도 보이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그런 여러 얼굴을 갖고 계신데 그게 어머니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시대가 그런 어머니들을 만들어낸 거니까요.

◇최영일: 요즘 보니까 아예 드라마 제목 자체가 그냥 '엄마'더라고요.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데요. '엄마'라는 존재는 언제나 주목하는 아이템인 것 같아요?

◆정덕현: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전통적으로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것은 가족드라마 전통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죠. 그 가족의 중심은 한때 가부장적 전통에서도 아버지라기보다는 엄마가 차지하는 모습이 더 많았죠. 그만큼 엄마들이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기 때문에 생기는 양상인데요,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억눌린 엄마의 모습이나, 그걸 해체하고 기득권을 잡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드라마에 자주 비치는 이유죠. 또한 우리 드라마 전통의 또 한 축이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엄마는 이중적인 존재로 등장하죠. 즉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로 나뉘는 건데요, 멜로드라마에서 결혼하려는 남녀와 그걸 반대하는 시어머니의 갈등은 대표적이죠.

◇최영일: 지난 2010년을 전후해서도 엄마 열풍이 불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책 <엄마를 부탁해>가 그 중심에 있었던 것 같고요.

◆정덕현: 당시가 아마 엄마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콘텐츠에서 다뤄졌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서도 호평 받았는데 그건 역시 우리만의 독특한 엄마에 대한 정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바로 1년 전인 200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라는 영화도 나왔었어요. 모성애가 엄청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이 영화가 던지기도 했죠. 김혜자씨 하면 국민 엄마라고 불릴 만큼 엄마 역할을 하셨던 연기자잖아요. <전원일기>의 김혜자씨. 그런데 그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게 영화 <마더>이었었죠. 그만큼 엄마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당시에 나왔다는 얘깁니다.

◇최영일: 드라마 속의 엄마들은 굉장히 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연도 많고, '과연 저런 엄마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정덕현: 특히 시어머니들 보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죠. 물론 과거에는 그렇게 자기 자식이 최고라고만 생각하는 시어머니들도 많았지만 요즘은 저희 장모님도 드라마 보면서 “세상에 저런 시어머니가 어딨냐”고 말하기도 해요. 그만큼 세상은 많이 달라졌는데 드라마는 옛날 공식 그대로 시어머니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또 억척스런 젊은 엄마들이 요즘 드라마에서는 많이 나오는데요, 한마디로 워킹맘에 슈퍼맘이죠. 물론 그런 엄마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 완벽한 이상향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아 공감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오곤 하죠.

◇최영일: 이야기가 나왔으니까요. 엄마의 또 다른 이름……. 바로 '시어머니'인데요. 드라마 속에서 좋은 시어머니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어머니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봐도 결론은 '시'자가 붙으면 엄마가 될 수 없다. 이던데요?

◆정덕현: 그렇죠.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시어머니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예요. 즉 시어머니도 결국 누군가의 엄마잖아요.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시어머니의 며느리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가부장적인 전통 안에서 시어머니는 같은 여성이자 같은 입장인 며느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남자들의 편에 서거든요. 물론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꾸로 사위의 처가살이가 화두가 될 정도죠. 아이의 보육 문제 때문에 생긴 현상인데요, 분가해 사는 경우 대부분 아내의 친정 쪽에 아이를 맡기는 게 일반화되어가면서 최근에는 고부갈등보다 장서 갈등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죠.

◇최영일: 엄마 하니까 지금 생각나는 영화가 김윤진 <세븐데이즈> 유선 <돈크라이마마> 최강희 <애자> 인데요. 영화 속의 엄마들은 정말 강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정덕현: 좀 식상한 표현 같지만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자식을 위해서 엄마가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는 꽤 전통이 있어요. 하다못해 <전설의 고향>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있잖아요. 엄마와 아기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는데 그래서 귀신으로 환생한 엄마가 복수를 하죠. 그 이야기의 끝은 결국 아기의 시신을 제대로 묻어달라는 그런 거잖아요. 85년도에 만들어진 <에미>라는 박철수 감독의 영화도 엄마가 사창가에서 유린당한 딸을 보고는 끔찍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죠. <돈 크라이 마미>도 비슷한 내용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최영일: 드라마를 많이 보는 시청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거나 앙숙으로 그려지는데. 예능에서는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출연자 대부분이 울더라고요. 자기와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하는 분들이 많은 거겠죠?

◆정덕현: 드라마가 다루는 엄마의 모습은 아까도 말씀 드린 것처럼 양가적입니다. 무조건적인 모성애의 소유자이거나 혹은 그것이 엇나가버린 경우이거나죠. 예능은 엄마를 얘기할 때 그 공감대를 먼저 가져옵니다. 이를테면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서도 자식을 가진 엄마의 입대는 결국 자식들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죠. 또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 가끔 시골 할머니들을 만나면 거기서도 엄마의 이야기가 공감대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최영일: 그리고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가 나오면……. 그 특징은 '홀로 키웠다'인 것 같아요. 홀어머니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강하게 주는 것이 아닐까요?

◆정덕현: 97년도에 나왔던 <올가미>라는 영화가 떠오르는데요, 그 영화에서도 이 비뚤어진 모성의 엄마는 30년간 혼자 아들을 키워온 것으로 나오죠. 홀어머니의 자식 집착은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더 우리네 문화적인 요인들이 들어 있다고 보이는데요, 우리에게 개발시대의 자식 교육이란 사실상 엄마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었죠. 그래서 양복 바람은 없어도 치맛바람은 있었잖아요. 홀어머니의 문화적 맥락은 그래서 진짜 홀어머니일 수도 있지만 자식 교육에서 배제된 아빠의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영일: 아무리 갈등을 겪어도 엄마는 모든 가족을 보듬고 중심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지 않습니까? '엄마니까'라면서 모성애가 극대화 된 모습으로 말이죠.

◆정덕현: 모성은 사실 가족의 중심입니다. 어찌 보면 그게 있어서 가족이 유지되는 것이죠. 힘겨운 도시생활을 하다가도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나면 어딘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우리의 마음속에 그런 모성이 주는 근원적인 안정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명절 때마다 길 막히고 피곤한 귀향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그 엄마가 있으니까가 이유가 아닐까요. 가족들과의 훈훈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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