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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AIIB,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 -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4-01 09:37  | 조회 : 5976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국제시장 :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신율 앵커(이하 신율):
국제적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또 우리의 시선으로 국제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시장>입니다. 일년 여 전, 지구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꼽혔습니다. 그런데 2015년 봄, 지금 가장 세계의 주목을 끄는 리더는 아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으로는 반부패를 화두로 권력강화를 꾀하고 있고, 밖으로는 미국과 함께 G2의 지위를 넘어서 이제는 바야흐로 미래의 권력지도를 앞당겨 탁자에 펼쳐놓은 듯 합니다. 오늘도 국제문제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임상훈 편집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이하 임상훈)
네, 안녕하세요.

신율:
시진핑 체제의 중국, 이제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나가려는 것 같아요 AIIB라고 이야기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 문제를 놓고 미국에 한판승을 거두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지난 주말 ‘일대일로’라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낯선 또 다른 거대한 화두를 던졌죠. 우선 일대일로라는 게 어떤 건지 좀 정리를 해볼까요?

임상훈:
일대일로,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라고 부르기도 하고,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말인데요. 한마디로 유라시아 대륙을 단절된 국가형태로 놓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경제블록으로 묶고 또 해양 역시 그냥 땅이 아닌 곳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새로운 물 위의 길을 내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죠. 그러니까 이게 AII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과 무관한 게 아니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거대한 경제시장건설을 위해서 지역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 거고요. 그러려면 그걸 뒷받침해 줄 펀드가 필요한 거고, 그러기 위해서 AIIB같은 은행 설립이 같이 맞물리면서 가는 건데, 이번에 AIIB설립을 위한 준비단계가 의외로 중국의 뜻대로 쉽게 전개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된 거죠. 아시아 개발을 위한 은행이 설립이 되면 거대한 서아시아 개발 프로젝트도 빨라질 수 있을거고, 그렇게 되면 육로와 해로를 이용해 유라시아가 더욱 빨리, 더욱 많은 양의 교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구상인 거죠.

신율:
그런데 이게 이번에 처음 구상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AIIB와 맞물리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임상훈:
그렇습니다. 사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대외적으로 처음 밝힌 건 지난 2013년이었습니다. 2013년 9월에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 방문 중에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그때 실크로드 경제권과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구상을 처음 밝혔었죠. 그 후로도 계속해서 2014년 4월에도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 기간 중에 AIIB 설립의 구상을 제기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아시아 21개 국과 AIIB 창설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죠. 그리고 나서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실크로드기금 설립을 선포한거죠. 한 발씩 다가 선 건데요. 사실 한중FTA, 그리고 중국-호주 FTA도 넓게 보면 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신율:
그렇군요. AIIB, 이거 가만히 돌아가는 걸 보면, 사실 2차대전 이후 마셜플랜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판 마셜플랜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임상훈:
네,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그래서 한 번 비교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셜 플랜이라는 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분열이 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맹주로 등장하니까, 미국이 서유럽을 대규모 지원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당시 국무장관 마셜을 통해 발표를 하게 된 거죠. 당시에도 마셜 장관은 표면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했죠. 특정 이념이나 특정 나라에 대응하기 위한 게 아니라 기아와 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강변했습니다만, 사실상 동서냉전체제가 더 고착화되는 계기가 된 면도 부정할 수는 없거든요. 반세기가 지나 지금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를 보면, 물론 겉으로는 경제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지도를 가만히 보면 모두 구대륙, 그러니까 아사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구상으로 가득차있지 마치 아메리카 대륙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중국은 미국도 AIIB에 참여하면 좋다는 말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IMF나 세계은행과 맞서겠다는 면이 더 강한거죠. 중국은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을 통해서 계속해서 일대일로와 마셜플랜과 비교되는 것에 거부감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미국의 IMF, 월드뱅크의 자금력에 대항하는 AIIB의 설립, 그리고 환태평양국가들을 모두 잇는 TPP에 대응하는 유라시아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것이다. 이렇게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율:
그렇군요. 어쨌든 이런 형식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효과나 결과면에서도 사실상 그런 대형 프로젝트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쪽이 결과적으로 가장 혜택을 본다. 이런 점도 마셜플랜과 비슷한 것 같아요. .

임상훈:
그렇습니다. 중국이 가장 노리는 것이 그거라고 봐야겠죠. 마셜 플랜을 통해서 유럽 국가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경제회복을 하게 되지만 동시에 미국의 생산을 확대시키고 심지어 잉여생산 부분마저 전부 유럽으로 돌려서, 그러니까 수요공급의 원리마저 초월하는, 사실상 미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이바지를 한 결과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 중국이 그렇습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니까 과거 후진타오 주석 시절이었죠? 당시 침체될 위험이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경기부양책으로 건설사업에 바람을 넣게 되죠. 그러면서 철강, 시멘트 등이 초호황을 맞았는데, 문제는 이걸 쓸 데가 없는 거죠.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수요가 한계에 다달았고, 그렇다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뭐냐? 국제적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죠. 바로 현대판 실크로드 건설인데요. 그래서 해당 국가들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IB로부터 자금을 빌려 중국이 생산하는 시멘트, 철강으로 도로, 철도를 짓고, 그야말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돈 빌려주고 물건 파는, 이보다 좋은 장사는 없는 거죠.

신율:
서아시아도 사실 중국이잖아요. 그러니까 중국 서부를 개발하는 기회도 만들고요.

임상훈:
그렇습니다. 사실 중국 동부와 서부의 빈부 격차는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바로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 가동인데요. 만약 신실크로드가 활발해지면 중국 서부지역은 아주 자연스럽게 동서양의 허리 역할을 하면서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죠. 또 동시에 티벳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주겠죠. 그러니까 이들에게도 매혹적인 선물을 안기면서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는거죠. 그러니까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서부지역 인프라도 건설하고 해외개발을 수주할 수도 있고, 그 모든 것을 위한 대출사업까지 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보면 마셜플랜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걸보면 중국도 그러한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거대한 꿈을 품고 있는 상황에 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역사를 봐야 되는 거죠.


신율:
그렇죠. 중국이 미국의 사례를 대단히 많이 참조했다. 이렇게 보기는 힘들겠지만 실제로 일상적인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면도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이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구상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제안을 한 건데, 아직까지 구체적 그림이 안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임상훈:
네, 같이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이러한 구상은 이미 김대중 정부 당시 2002년에 철의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가 됐었죠. 그러니까 중국의 일대일로보다 10여년 더 앞서서 발표된 것이죠. 하지만 그러려면 무엇보다 남북한 관계 개선이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요. 그러나 5.24조치로 대변되는 현 대북정책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사업이 바로 SRX, 즉 실크로드 엑스프레스 철도 계획인데, 이 실크로드 엑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가 서로 보완관계 혹은 적어도 포함관계라도 되면 다행인데, 만약 상충되는 경우라면 남북관계 경색을 해결하지 않고는 정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북한 내부에 신의주와 개성구간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이 되는 건데요.0 이것만 해도 우리한테는 상당히 큰 사업이 될 수 있는데, 이 사업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거든요. 결국 현 남북관계 하에서는 이 사업도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높은 거죠.

신율:
네, 그런데 북한에서 나름대로 어느 정도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게, 철도의 폭도 다르다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북한하고 다록, 또 중국하고 우린라가 다르고,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또 하나 우리가 거쳐야 할 것이 뭐냐면, OSJD라는 아시아 대륙철도 기구, 여기에 가입을 해서 나름대로 이런 것을 맞춰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음 달에 서울에서 관련행사가 개최된다고 하죠?

임상훈:
네, 그렇습니다. 당장 현 정부의 구상대로 실크로드 엑스프레스를 실현하려면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가입하고 편입이 돼야 가능한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국제철도협력기구의 제휴회원국이거든요. 한마디로 정회원국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아무런 의사결정권이 없는 상황인데, 그러니까 참여를 못하고 있는 거죠. 정회원국이 되려면 모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지지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현재 정회원국인 북한이 계속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협조가 있지 않고는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이익을 중국에 다 빼앗길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말씀하신 것처럼 오는 5월에 사장단 회의가 있는데요. 중국은 올 것 같고, 북한은 안 올 가능성도 있고요. 그런데 어쨌건 간에 북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혹은 적어도 회칙을 만장일치에서 과반수 혹은 3분의 2찬성 정도로 바꾸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북한과 철도가 연결되려면 북한과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죠.

신율:
그러니까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인데, 딜레마가 되는 게 뭐냐면 5.24 조치라는 것이 상당히 간단하다고 보는데, 이게 복합적인 문제거든요. 사실 북한이 그동안 우리한테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이런 걸 비롯해서 많은 도발을 했고, 상당히 많은 국민이 다치고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딜레마라면 딜레마 일 수 있겠죠.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이득을 취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힘든 상황이고요. 어쨌든 남북관계가 풀려야 경제 개혁효과, 중국의 일대일로와 관련된,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말씀 아니세요?

임상훈:
네, 그렇죠. 물론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있게 될 서아시아 인프라 건설현장에서 수주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기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이 호락호락 양보할 것 같지는 않고요. 당장 북한을 통과하는 노선 공사라도 빼앗기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 러시아와 양해각서도 했던 나진 하산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이 돼야 하는데, 지난해 11월에 러시아 석탄을 나진항을 통해 포항까지 들여오는 시험사업을 해 본 이후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거든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과 해상실크로드, 또 한국의 실크로드 엑스프레스를 연계해서 새로운 국제협력의 모델을 찾아보자. 이렇게 제안한 적도 있는데요. 사실 이렇게 되면 가장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죠. 해상실크로드가 가장 남쪽에서 바다로 연결되고 그 다음 중간이 중국의 육로 실크로드, 그 다음 맨 위쪽, 북쪽이 한국이 구상하고 있는 실크로드 엑스프레스 길, 이렇게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세 개의 21세기 실크로드 노선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겠죠. 이렇게 역사적 현장에 동참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남북관계에서의 현실적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현재로선 어렵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신율:
네, 그리고 5.24조치도 조치이지만 북핵문제도 남아 있잖아요. 그런데 이란 핵 협상은 풀리는 모양이에요. 북한만 남았어요.

임상훈:
네, 현지시간으로 31일이니까 거의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요. 현지 소식을 들어보면 이번에 풀릴 것 같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남아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몇 시간 안으로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말씀하신 것 처럼 그렇게 되면 정말 세계에서 북한 하나만 남게 된 거죠.

신율:
그런데 그런 식으로 주목받는게 북한 입장에서 그렇게 바람직하고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임상훈:
그렇죠.

신율:
북한도 하나의 국가체계라고 가정한다면 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지, 이 부분이 궁금해지는데, 이란이 어떤 혜택을 받고 시장이 열려서 경제적 부흥이 되느냐, 이런 것들이 북한에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상훈:
그렇죠. 맞습니다.

신율: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상훈:
네, 감사합니다.

신율:
지금까지 르몽트 디플로마크의 임상훈 편집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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