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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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여성혐오'라 부르지 못하는데...'여가부 폐지' 공론화 없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0-17 11:30  | 조회 : 684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젠더폭력', '여성혐오'라 부르지 못하는데...'여가부 폐지' 공론화 없어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새 정부 출범 5개월만에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됐죠. 이 가운데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힌 민주당을 비롯해서 국민 여론도 좀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관련한 보도 살펴보셨죠?

◆ 김언경>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국가보훈처의 보훈부 격상 등을 골자로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지난 6일 발표했는데요.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언론보도를 빅카인즈 기준으로 검색해봤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키워드 보도는 총 368건이었는데요. 정부 발표와 민주당 반대 입장 등에 대한 단순 받아쓰기 보도들이었습니다. 언론보도 중에서 사설만을 좀 중심으로 살펴보면요. 모니터 기간 중 사설이 총 15건이었는데요. 그중 비판적 사설이 7건이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아실텐데요. 한국일보 10.5 사설 [여성가족부 폐지할 때 아니다]에서는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 사회통합을 이끌어도 모자랄 정부가 되레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모양새라고 했고요. 작년 전체 강력 범죄 피해자 2만2,476명 중 85.8%가 여성이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성평등 강화’와 ‘여성의 생존권’을 호소했다며 여가부가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겨레 [[사설] ‘성평등 시계’ 거꾸로 돌리는 여가부 폐지 중단해야]10.5에서는“복지부 내부에 여성·가족 정책을 담당할 조직(본부)을 신설할 예정이므로 여가부 기능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말장난에 가깝다. 성평등 정책이 ‘독립 부처’가 아닌 복지부라는 방대한 조직의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취급될 경우 정책 추진 동력이 현저하게 약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성평등 전담 기구로서 갖고 있던 독자적인 법률 제안권과 예산 편성권, 부처 간 정책 조율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는데다, 여성 정책과 관련해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160개 나라가 독립 부처 형태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반면에 기존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어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조선 [[사설] 정부조직 개편, 野는 협조하고 尹은 유연한 자세를]10.7 에서는 “여가부가 여성의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때 8일 만에 대책 회의를 열고 피해자를 ‘고소인’이라고 표현했다가 전국 47개 여성 단체로부터 “권력자를 옹호하기 바빴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신문 [[사설] 정부조직 개편, 국정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10.5에서는 “여가부 폐지에 있어서는 보다 큰 틀의 가족정책 속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대한 논의와 지원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불거질 공직사회 동요와 부처이기주의 또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라면서 여가부 폐지를 전제해놓고 ‘면밀한 대책 강구해라’. ‘국가경쟁력 제고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 김양원>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였고, 대선기간 동안에도 큰 논란이 있었는데요. 최근 나온 여론조사(14일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50명 대상 무선 ARS 방식)를 봐도 반대 여론(48%, 찬성 42%)이 꽤 있습니다. 이쯤되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언론이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팩트체크, 그리고 폐지를 할 때 하더라도 그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폐지 이후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등의 사안을 계속 짚어봤아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가부 폐지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부분 또 He sad, She sad 이런 식으로 받아쓰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여성가족부 관련 보도 368건 중 ‘젠더갈등’을 언급한 보도는 41건에 불과했습니다.  ‘성평등 정책 점검 수단’도 고작 4건, ‘성주류화’ 1건, ‘유리천장’ 6건, ‘임금 격차’ 6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성평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117건이지만 대부분 대통령실, 윤대통령, 김현숙 여가부장관 등의 발언을 받아쓰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여가부 폐지 과정에서 졸속 정황이 드러나서 문제가 되었거든요. 조직개편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소통기록도 없고요. 김현숙 장관이 10.6 “행안부장관이나 담당자들과 충분히 소통”이라 했지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김장관 스스로도 “무슨 이야기 했고 다른 부처가 뭐라 했는지 중간 과정 중요하지 않다. 최종 결과 어떻게 갖고 오는지가 중요”라고 했습니다. 전략추진단 전문가회의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했다고 했으나 그 회의체 속기록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도 매우 적었습니다. 

◇ 김양원>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보건복지부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된다는 게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내용입니다. 외견상 부에서 부 산하 본부로 조직이 축소되는 것인데, 여성 등 약자 보호가 더 강화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네, 이른바 ‘젠더폭력’,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게 되는데요.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살인사건’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사실 ‘전주환 살인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이 사건을 두고 어떻게 정의내려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는데요. 이 사건을 ‘보복범죄’라고도 하고, ‘스토킹 범죄’라고도 하며, ‘여성혐오범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의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일정 측면에서는 적절하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칭해야한다, 이걸로 부르면 안된다고 비판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이번 사건은 가해자 전주환이 자신을 신고 고소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인한 것인데요. 이런 경우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사건임으로 보복범죄라고도 칭하는 것이 일면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복’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어떤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보복범죄라고만 칭할 때에는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정의내리고 보도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긴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스토킹 범죄라고만 칭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남녀노소 누구나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양원> 관련한 언론보도들 한번 살펴볼까요?

◆ 김언경>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관련 보도를 검색해봤습니다. 그 결과 총 1,592건의 보도가 나왔는데요. 분류를 위해서 이 보도에서 ‘스토킹’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보도가 몇 건이었나 살펴보니 총1,291건으로 81%가 되었습니다. 스토킹 범죄라는 키워드는 절대적으로 많은 보도에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건데요. 보복을 언급한 보도는 총 보도 중 28%인 445건 정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압도적으로 스토킹범죄를 언급한 보도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여성혐오를 언급한 보도는 124건 뿐이었습니다. 

◇ 김양원> 신당역 살인사건의 경우 누구나 이용하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그것도 지하철 역무원이 살해되는 사건이었기에 충격도 컸고요. 여성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살만한 이슈였죠. 그래서 언론 보도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 김언경> 제가 보기에도 좋은 보도들이 많았고요. 사건을 선정적으로 따라가는 보도보다는 왜 이런 죽음이 계속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총 1,592건의 보도 중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얼마나 언급되는가 살펴보니 1,592건의 관련 보도 중 16%인 249건이 되었습니다. 살인을 막지 못한 제도적 한계로 꼽힌 ‘불구속 상태 수사 및 재판’도 언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요. ‘구속영장 기각’을 언급한 보도가 총 보도의 20%인 312건이나 되었습니다. 스토킹 관련법보다 언급한 보도량이 많을 정도였죠. 비교적 이전보다 좋은 사례들이데요. 또한 보복살인 적용의 근거가 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언급한 보도도 11%인 178건으로 적지 않았어요. 전체적으로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표면적 양상인 '살인'에만 집중하지 않고 법적 제도적 접근으로 사회 구조적 원인을 살펴봤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실제로 기존 스토킹 사건에 비해서 언론의 집중도가 높았으며, 이와 같은 살인이 벌어지기까지 우리 사회가 어떤 허점을 가지고 있는지 다각도로 짚은 보도들이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김양원> 구체적으로 보도 내용들은 어땠습니까?

◆ 김언경> SBS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 빠르게 핵심 사안을 짚으면서 보도했고요. 경향신문은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성착취물 소지 유포 및 게시, 불법촬영, 음란물 유포 사건 1, 2심 판결문 275건을 분석해서 가해자 중 “징역, 금고 등 실형은 20건 7.3%에 불과”했고 “집행유예가 61.5%, 169건”에 이르렀으며 “벌금 29.1% 80건, 선고유예 2.2% 6건”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KBS 시사직격에서는 성범죄자 감형 패키지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과 KBS 시사직격을 보면서 우리 법원이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아닌가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게 되는데요. 경향신문에서는 양형 사유에 “시험 낙방, 유망학과 재학, 군무원 준비, 군대 입영, 반성의 기미” 등을 보도하면서요. “무려 250건 판결문에 ‘반성’을 명시했고, “155건에서 ‘동종전과 없거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선처했으며, “‘피해자 합의’는 81건”, “‘자발적 삭제’로 감경도 23건 8.3%”나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KBS는 반성문이 처벌을 약화시키는 근거로 인정되는 현실을 짚었는데요. KBS는 온라인에서는 성범죄 가해자들의 반성문 대필 사이트는 물론이고, 감형을 컨설팅해준다는 업체까지 등장하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그 백태를 보여줬습니다. 사실상 사법 체계를 속이고 기만하는 ‘감형 패키지’를 법원이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이면서 유독 성범죄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성범죄 양형에 대한 사회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죠.

◇ 김양원> 앞서 신당역 살인사건을 보복범죄냐 스토킹살인이냐, 그 정의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셨는데, 언론보도도 그랬나요?

◆ 김언경> 네, 보복범죄는 가해자가 먼저 어떤 피해를 당해서 피해자를 공격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런 보도 사례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단독/신당역 화장실서 女역무원 피살, 스토킹하던 前동료 범행이었다.>(9/15)인데요. 이 보도는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는 점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보도인데, 느닷없이 “두 사람이 연인관계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적 관계를 부각하면 스토킹 살인이라는 심각한 젠더폭력 강력범죄를 ‘치정에 의한 살인’ 등으로 왜곡할 뿐 아니라,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의 우려도 큽니다. 결국 유족이 직접 해당 기사를 지목하여 “선정적 보도 자제해 달라. 마치 둘이 사귀면서 가해자가 같이 지낸 영상 유포 협박으로 조선일보가 보도, 얼토당토 하지 않은 내용”이라 토로하기까지 했습니다. 
위키트리 <신당역 여자화장실서 살해 당한 20대 역무원, 가해 남성과 '뜻밖의 관계' 드러났다>(9/15)의 경우 제목에서 ‘가해자와 뜻밖의 관계’라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선정적이면서 피해자를 모욕할 위험이 큰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사 본문은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피의자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재판으로 얽힌 관계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건 다음날 범행 현장과 가해자의 범행 과정을 간단히 전한 평범한 보도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제목을 한 편의 미스테리 소설처럼 뽑았습니다. 이러한 제목은 비단 제목 장사라는 점만이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상상을 하도록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했습니다. 

◇ 김양원> 일종의 어뷰징이군요. 자, 다시 원래 제가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보면요, 저희가 여성가족부 폐지..로부터 오늘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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