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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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린이','주린이','골린이'..어린이 합성 신조어, 아동 비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5-09 09:29  | 조회 : 1544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5월 7일(토)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요린이','주린이','골린이'..어린이 합성 신조어, 아동 비하일까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 5월 5일이 100번째 어린이날이었어요. 어리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거나 하대하지 말고, 어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자...이런 뜻에서 제정된 날이 어린이날인데요. 요즘은 초보자나 입문자를 뜻하는 말로 이 ‘어린이’라는 단어를 따서 많이 쓰더라고요.

◆ 김언경> 네, 일종의 신조어가 됐는데요. 어린이는 어린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1920년에 처음 사용된 표현이죠. 그런데 최근 방송 및 인터넷 등에서 ‘어떤 것에 입문하였거나, 실력이 낮은’의 뜻으로 ‘어린이’의 ‘어’를 떼어 내고, 그 자리를 일부 명사의 첫 글자 등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주식 투자 초보자를 ‘주린이’, 요리 초보자를 ‘요린이’, 부동산 투자 초보자를 ‘부린이’, 등산 초보자를 ‘산린이’, 토익 입문자를 ‘토린이’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공공기관, 방송, 인터넷에서 이런 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 김양원> 사실 ‘요린이, ’주린이‘, ’골린이’ 그런 표현을 많이 듣긴 했는데, 특별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도 큽니다. 어디서부터 이런 표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걸까요?

◆ 김언경>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은 한 시민의 진정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진정요지는 이러한 표현은 아동을 불완전, 미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차별적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아동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으므로, 공문서나 방송 등에서 이러한 표현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의 구체적인 피해자를 특정하거나 피해사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건 진정은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으나, 진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여 의견표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 김양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방송에서도 언급되고 그러다 보면, 재밌다는 생각과 유행을 따른다는 이유로 그냥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린이’라는 표현이 차별적 언어인가에 대해서 좀 예민한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 김언경> 다른 건 모르겠지만, 백종원 씨가 진행하는 백파더에서 ‘요린이’라고 부를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많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의견표명 과정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 의견을 청취했는데요. 이런 표현 방식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주장과 이 말은 어떤 분야에 갓 입문하거나 어떤 일에 아직 미숙한 사람을 정감 있게 표현하는 말이어서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는 언급도 있었고요. 
인권위 판단을 자세히 보면, ”특정 사람에 대한 표현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과 사고에 관한 판단에 기초를 두고 있기에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멸시나 조롱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표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하게 되어 사회‧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의도와 상관없이 특정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하게 되어 사회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 김언경> 사실 ‘~린이’ 표현보다 더 직접적으로 어린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혐오표현도 있습니다. 제가 어린이들과 혐오표현에 대한 수업을 몇차례 진행해봤는데요. 그때마다 어린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대표적 혐오표현이 있었습니다. 바로 ‘잼민이’라는 것인데요. ‘잼민이’는 인터넷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제공하는 음성지원 서비스의 어린 남자아이 이름 ‘재민’을 따서 만든 신조어로, 어린이를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데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마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3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교 2학년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51명, 70.2%가 ‘잼민이’라는 단어가 어린이를 낮춰 부르거나 비하하는 단어라고 응답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2020년 11월부터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 단체에서도 제공한 어린이 청소년 차별표현 10선이 있는데요. 1위가 ‘잼민이’였습니다. 이들이 꼽은 문제적 표현은 사춘기/중2병, 아이, 등골 브레이커, 급식충, 00양, 00군, 대견하다 기특하다, 얘들, 00친구, 초딩 등의 표현이 있었어요. 

◇ 김양원>‘잼민이’요? 사실 저는 좀 생소한 표현인데...말씀하신 대로 이런 표현이 실제 언론 보도에서 많이 사용됐나요?

◆ 김언경> 제가 언론 보도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검색을 해봤어요. 일부러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제외하고 2021년 6월 1일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 기간에 여러 키워드를 한번 찾아봤는데요. 우선 잼민이라는 표현은 이 기간 중 32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 표현이 문제라는 것을 언급한 보도였습니다. 다만 작년 7월에 EBS가 트위터에 ‘잼민좌’라는 단어를 썼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EBS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담당자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지난주 금요일 ‘포텐독 똥밟았네’ 영상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잼민좌’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많은 분께 불편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표현을 사용한 담당자는 “최근 SNS상 잼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봤고, 재미있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유행어라고 짐작했다”며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거기에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사과했습니다. 

'요린이'라는 표현은 이 기간 중 52건이나 나왔는데요. 보도 제목에서 예를 들어 경남신문 <초딩 요린이들의 즐거운 요리수업>, 한국경제 <요즘 요린이, 고추장 대신 만능 조미료‘>, 서울경제 <요린이도 백주부로 변신,,,똑똑한 인덕션 눈에 띄네>, 매일경제 <바퀴집3, 요린이 유이의 우당탕탕 요리도전>, ytn <맛남의 광장 최원영, 요린이 요리연구원으로의 성장기> 등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린이'는 더 많았는데요. 이 기간 중 535건이었습니다. 이 역시 제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아시아경제에서는 아예 보도의 코너명이 <주린이가이드>이기도 했고요. 머니투데이 <주린이의1타강사 193만명 찜한 삼프로tv 인강도 불티>, 서울신문 <주린이 해외투자 시작은 eft-etn으로>, 국제신문 <주린이 캔들차트 잘 보는 방법> 등이 있었습니다. 
'산린이'라는 표현도 36건인데, 한국경제 <’산린이 인증샷‘ 열풍에 대박났다. 매출 2배 뛴 인기폭발 제품> 등 주로 기능성 등산복 등에 대한 보도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골린이'라는 표현은 368건이나 있었는데요. 이 역시 골프용품 관련 보도에서 많이 사용했고요. 
테니스와 어린이를 합성한 '테린이'라는 표현도 36건이었습니다. 부린이는 36건이었습티다. 토린이라는 표현은 언론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헬스와 어린이를 합성한 '헬린이'라는 표현도 22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보도는 대부분 무감각하게 관련 표현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이런 표현이 문제가 있다는 보도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 김양원> 언론 보도들 짚어주셨는데, 사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 자막에서 이런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 김언경> 한겨레가 이번 어린이날 보도한 <예능아, ’요린이‘라 부르지 말아줄래?>에서 예능의 현실을 지적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문화방송)에서 참가자들한테 ‘요린이’라고 부른 것이 예능프그램에서 ‘~린이’를 사용한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요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요리 블로그 제목이 많아졌고요. 유튜브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4월 30일 SBS 예능프로그램 <편먹고 공치리>에서는 ‘자타공인 골린이’라는 자막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EBS <자이언트 펭수>는 아이들에게 운동하자는 콘텐츠는 내보내면서 펭수를 ‘헬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도에서는 특히 예능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즐겨보고 유행어 등을 따라한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지적했고요.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초보자의 미숙함을 예능적으로 귀엽게 표현한다는 의도겠지만, 방정환 선생이 아동을 존중하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어린이’라는 용어를 값싼 웃음을 위해 헐값에 팔아넘기는 언어도단적 행위임을 인식하고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아무래도 어린이날이다보니까 이번 인권위의 의견표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보도 보다는 의견표명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어땠나요?

◆ 김언경>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의견표명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5월 3일입니다. 이날부터 5월 6일까지 관련 보도는 총 33건이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관련 보도 대부분이 의견표명 내용을 전하는 수준이었고, 특별히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여성조선의 5월 4일에 업로드한 기사가 하나 있는데요. 이 보도는 10가지 이슈를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한마디씩 기자의 의견을 코멘트로 다는 형식이었는데요. 이중 <인권위 “‘주린이’ ‘요린이’ 표현은 아동 비하”… 과연 그런가요?>라는 소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기자의 코멘트는 이렇습니다. 그대로 읽어드리겠습니다. 
“글쎄요, 정말 그런가요? 어린이가 미숙하고 불완전하다고 보는 인식이 그렇게 잘못된 건가? 아이는 보호의 대상입니다. 보호의 대상인 이유는 아직 성숙하지 않고 서투르기 때문입니다. 선의와 진의를 애써 무시하고 공연한 일을 만드는 느낌입니다. 이런 정도의 비유적 표현에 ‘인권’ 운운하며 토를 다는 건, 뭐랄까… 그거야 말로 미성숙한 태도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론 인권위가 ‘인권’이란 말의 쓰임새를 잘 모르는 ‘권린이’ 같습니다만. 이걸 또 ‘어린이는 인권이 없다는 말이냐?’며 발끈하시는 분들 있겠지요? 꼭 있을 듯. 에효~.”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데, 권린이라는 표현까지 일부러 만들어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정말 아쉬움이 큽니다. 사실 저는 어린이날이라고 이 즈음 기간에만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고, 이후 또 제목에서든 내용에서든 이런 표현을 사용할까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부정적, 차별적 표현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방어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보다 귀와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성찰적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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