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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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VS 장애인단체 논쟁이 남긴 것 [미디어 리터러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4-11 16:22  | 조회 : 125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4월 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준석 VS 장애인단체 논쟁이 남긴 것 [미디어 리터러시]

- 장애인 이동권 본질 대신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저희가 지난 번에도 “시민불편 프레임에 갇힌 장애인 지하철 시위 보도”에 대해 소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사실 이 시민불편 프레임을 화두로 던진 정치인이 있어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 김언경> 네. 일단 3월 24일 장애인 출근길 투쟁이 재개됐는데요. 다음날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월 25일 SNS를 통해서 이런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원문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하여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평시에 비장애인 승객들에게도 출입문 취급시간에 따라 탑승제한을 하는 만큼,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제가 읽어드린 것은 25일 처음 게시된 글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4건의 글을 게시했고, 이후 26일 2건, 27일 3건, 28일 1건 등 사흘간 10건의 글을 통해 장애인 시위에 관한 비판적 언급을 했습니다. 

◇ 김양원> 이준석 대표의 게시글에 대해 전장연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했죠?

◆ 김언경> 전장연 이원교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 투쟁이 펼쳐진 20년간, 장애인 당사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억압을 당해왔다. 이것이 또 다시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상식에 맞는 장애인복지 정책을 펼치고, 국격에 맞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도 2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대회 해단식에서 “당대표라는 사람이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조차 갈라치기를 하려 한다”며 “기본적 사실조차 왜곡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김양원> 제1야당 대표가 장애인권을 놓고, 장애인단체와 논란의 중심에 서자, 자연스레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졌고, 같은 당 김예지 의원...  시각장애인이신데, 김 의원은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 김언경> 네, 첫 여성 시각장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3월 28일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승강장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인질, 볼모, 부조리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공권력 투입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는 행위”라고 말했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이를 공권력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혐오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김양원>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이 주장하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이동권 관련한 주장은 팩트가 틀리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미 94%의 지하철 역사에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없는 곳은 구조상 설치가 불가하다... 이런 주장인데요. 

◆ 김언경>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장애인계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지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돼 장애인 이동권을 법률상 장애인의 권리로 명문화되었고,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100% 설치,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약속했으나, 결국 제대로 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15년 서울시는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언’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2017년까지 마을저상버스 도입방안 마련 ▲승강장과 열차 간 바퀴 빠짐 방지 등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내 지하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는 30개에 달합니다. 전장연은 “2015년 당시에도 구조상 설치에 어려움이 있는 역사에 대해서 내부구조 변경, 주변 건물·토지 매입, 신기술 도입 등 대안을 검토해 올해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제대로 된 설계용역비조차 반영하지 않고 지지부진 해왔다”고 지적했고요. “심지어 일부 역사는 올해가 돼서야 설계비가 반영됐다. 까치산역은 여전히 설계비조차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설계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설치공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최소 21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가 올해까지 약속했던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시장이 어느 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가 한 약속을 서울시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저는 이준석 대표가 이것을 과도하게 정치 중심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싶어요.

◇ 김양원> 교통약자용 엘리베이터 설치율을 놓고 서로 주장이 엇갈렸지만,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이 엘리베이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잖아요?

◆ 김언경> 네, 그렇습니다. 승강장 폭 같은 경우 열차와 역 사이 간격이 법적 기준은 10cm인데 서울 전체 20,432곳의 승강장 중에 10㎝를 넘는 곳은 3,634곳이나 휠체어 앞바퀴의 지름이 보통 6인치, 약 15㎝인데 이것보다 더 넓은 곳은 586곳이나 됩니다. 저상버스도 아직 너무 적어서 시내버스 10대 중 7~8대 장애인이 타지 못합니다. 2020년 기준 전국 보급률 27.8%뿐이고 장애인은 최소 1시간 기다려야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2021년까지 고속버스 중 장애인 휠체어 탑승 가능한 게 2대뿐입니다. 장애인 콜택시 타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장애인 이용 위해 개조된 특장차 2020년 기준 특별교통수단 3914대, 법에서 정한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 기준보다 800대 모자란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 더 심각하기도 합니다. 중앙 정부 예산 아닌 지자체별 따로 운영하다보니 아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 김양원>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 100분토론하자, 이런 제안까지 오고가면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죠?

◆ 김언경> 이준석 대표는 (3월 27일에) “전장연은 후폭풍 두려워서 순환선 2호선 못 건드린다. 결국 불편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3호선 서민주거지역, 하루 14만명 환승하는 충무로역 마비시켜 X자 노선인 3, 4호선 상하행 모두 마비시키는 목적”이라고 했는데요. 전장연은 30일 삭발 투쟁으로 전환하면서 “인수위 있는 경복궁역 가기 위해 3호선을 탄 것이고, 4호선은 전 전장연 대표가 리프트 타다 중상 입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공식 사과 하지 않는다면 “2, 5호선 골고루 탈 것, 2호선 타는 이유는 오로지 이준석 대표가 2호선 타지 않는다고 한 문제”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일에 이준석 대표는 사과를 거부하면서 “무슨 투쟁해도 좋다. 불법 수단과 불특정 다수 일반 시민 불편 야기해서 목적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 버려라”라고 요구했습니다. 

◇ 김양원>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 양측의 논란의 쟁점을 좀 정리해봤는데요. 자, 이제는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짚어보죠. 

◆ 김언경>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빅카인즈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검색한 결과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관련 보도가 257건이었고, 이중 대다수인 216건이 ‘이준석 대표를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준석 비난 발언 직전일인 3월 24일까지 3개월간 ‘장애인 시위’ 언급 보도가 총 500건이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며 시위를 할 때보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나온 이후 관련 보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번 미디어 비평 시간에 말씀드렸던 서울교통공사 관련 보도와 비슷하게, 이번 이준석 대표 발언에 대해서도 언론보도는 대체로 중계전에 그쳤습니다.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이준석 장애인’ 언급 보도가 228건이었는데, 보도량은 하루 50건 이상으로 상당하지만 대부분 중계 보도에 그쳤습니다. 매체별로 보도량도 달랐는데요. 세계일보 27건, 경향신문 20건, 한겨레 15건으로 많이 보도한 데 비해서 문화일보 1건, 서울신문 6건, 조선일보 8건, 중앙일보 9건이었습니다. 이 기간 중 ‘장애인’ ‘이준석’을 동시 언급한 보도 228건중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쟁점인 ‘저상버스’ 언급은 25건, ‘기재부 예산’ 10건 ‘장애인권리보장법’ 8건, ‘탈시설’ 41건, '특수교육법’ 6건에 불과했습니다. 보도량은 많지만 보도 내용을 보면 공방을 중계하는 식이었습니다.

◇ 김양원> 보도량은 분명 많았지만,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나 정치권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그대로 중계하는 보도들이 많았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가장 문제인 것은 정치권 공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안은 장애인의 인권 문제인데요. 정치인들의 말싸움, 다시 말해서 ‘여야 간 논쟁’을 중계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준석 대표와 고민정 의원 간의 논쟁이 32건,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비대위원장 간 논쟁이 29건 등이었습니다. 심지어 연예인들의 반응까지 가십성, 어뷰징성으로 보도하는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민페 프레임’ 보도도 여전히 많은데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포함해서 ‘불편’ 언급 보도가 149건에 달했습니다. 출근 시간에 늦었다는 익명 시민의 불만 반응 중계 보도 다수였다는 것이죠. 

◇ 김양원>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 측의 주장을 그야말로 기계적 균형에 맞춰서 보도하다보니 중계식 보도나 민폐, 불편이라는 식의 보도가 다수였다...이런 분석이세요. 이 중에서도 가장 유감이었던 보도가 있을까요?

◆ 김언경> 4월 1일 조선일보 칼럼, [[동서남북] 이준석 대표가 쏘아올린 장애인 이동권 문제]인데요. 이 보도에서는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준석 대표는 결과적으로 전장연을 도와준 셈이 됐다”, “전장연이 바란 게 이런 사회적 관심이었을 텐데 이 대표 ‘덕분에’ 부각됐다” “인수위가 이걸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은 고무적이다. 결국은 물꼬를 튼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갑자기 누가 장애인이 되더라도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장애인 인권을 정파적 이익에 악용한 보도입니다. 

◇ 김양원> 이준석 대표가 논쟁을 벌이면서 장애인 단체를 도와준 셈이다?

◆ 김언경> 도와준 것인가... 저는 회의적입니다.

◇ 김양원> 좋은 보도는 없었나요?

◆ 김언경> 장애인의 현실과 본질적 쟁점 짚은 기사는 3월 26일자 아시아경제의 [계속된 시위에 가려진…장애인들이 이 사회에 원하는 3가지] 보도와 3월 28일자 SBS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년…요구하는 건 뭐고, 쟁점은?]를 둘 수 있는데요. 이것은 그야말로 본질을 잘 다뤘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고요. 
문재인과 박원순 때는 조용하다가 오세훈 시장, 윤 당선 이후 불법적 방법으로 요구한다는 식의 이준석 대표 발언을 팩트체크한 3월 29일자 YTN [[팩트와이] 장애인 단체, 尹 당선되자 지하철 시위 시작했다?]도 좋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17역 신길역에서 휠체어 추락 사망사고 발생한 이후부터 모든 지하철역에 승강기 설치 요구 출근길 투쟁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을 찾아가고 기재부 장관 앞에서 농성하기도 했다는 것이죠. 출근길 지하철 투쟁도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것이라서 총 25회의 출근길 투쟁 중 22번이 대선 이전이었습니다. 갑자기 윤석열 당선인이나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 김양원> 네,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 이슈화하기 위해서 장애인들이 일부러 거리로 나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까지 짚어주셨네요. 어느 순간엔가 우리 사회에 ‘능력주의가 바로 평등’이라는 논리가 퍼지면서 능력을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가 제약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이상한 논리가 만연해진 것 같습니다. 이런 능력주의 위주의 평등론,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를 바가 있을까요?

◆ 김언경> 우리 언론이 좀 더 인권 패러다임으로 보도했으면 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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