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앙리 할아버지’ 이순재 “앙리, 나보단 신구가 더 닮았더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5-28 13:02  | 조회 : 1424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5월 28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순재 배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공연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네 번의 공연을 이어 온 공연도 올해는 실황 중계로 관객들을 만난다고 하는데요. 직접 무대에 서는 배우를 통해 관련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배우 이순재 씨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순재 배우(이하 이순재):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선생님, 팬입니다. 제가 선생님이 그동안 출연하신 다양한 작품들을 굉장히 많은 본 편이에요. <거침없이 하이킥>도 그렇고,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그렇고, <꽃보다 할배>,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드라마 <허준>이 재방송을 하더라고요. 

◆ 이순재: <허준>, 뭐 여러 가지가 나오더라고요. <무자식상팔자> 등 넘쳐납니다. 옛날 것들 다시...

◇ 최형진: 제가 선생님 워낙 팬이고 오늘 영광인데...

◆ 이순재: 천만에 말씀을...

◇ 최형진: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어떤 내용인지 잠깐 소개부터 해주시죠.

◆ 이순재: 그것 아주 불란서의 효깁니다. 불란서 작품인데 고집스런 독신 영감이 혼자 사는 집인데, 아들이 그 노후가 걱정이 되니까 좀 지적할 사람을 하나 세를 시키려고, 그래서 아마 젊은 하숙생들 하숙집 비슷하게 광고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가지고 거기서 영리하고도 똑똑한 여학생이 하나 할아버지가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접근을 해서 들어와 가지고 그 할아버지하고 소녀와의 이야기입니다. 

◇ 최형진: 할아버지와 소녀의 이야기군요. 

◆ 이순재: 할아버지와 소녀의 이야기예요. 그 다음에 이제 며느리하고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가지고 아무래도 며느리가 내 주장이 강하다보니까 또 아들이 거기에 말려 댕기고 그러니까, 시아버지하고 며느리가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래가지고 이제 시아버지가 새로운 사람을 아들한테 권유하기 위해서 설득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론은 그게 다 실패하고 결국 영감도 나이가 있으니 기운이 떨어져가지고 죽게 되는 얘기인데, 주제는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가르지 말자, 특히 짧은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가르지 말고, 성공한 인생은 뭐냐, 사랑에 성공하는 게 진정한 성공한 인생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 최형진: 더불어서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 것 같습니다. 

◆ 이순재: 네, 그래가지고 결국 가족이 화해하고 그런 이야기인데, 아주 따뜻한 코미디예요.

◇ 최형진: 2017년 국내 초연부터 함께 해오셨죠?

◆ 이순재: 그렇습니다. 저하고 신구 씨하고, 둘이 쭉 같이 해왔죠. 

◇ 최형진: 그동안 네 번의 공연인데, 처음으로 이 무대가 실황으로 생중계 되는 거죠? 

◆ 이순재: 연극은 뭐, 즉석에서 하는 걸 그대로 관객들이 와서 보는 거니까, 이번에 이제 그 방송 매체를 통해서 녹화를 해서 나가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돌아다니면서 연극도 실황 중계를 했었어요, 좋은 연극은. 근래 와서는 드라마 나가고 영화가 빈번하니까 연극이 거의 낄 자리가 없었는데, 이번에 저희 <앙리할아버지와 나>, 이걸 영상으로 찍어가지고요. 요즘엔 오히려 이렇게 영국 같은 덴 보면, 나도 밤에 즐겨보지만 중계를 통해서 셰익스피어 연극이 쭉 시리즈로 나갑니다. 무대에서 실연한 걸 그대로 찍어가지고 BBC에서 내보내는 게 있어요. 그런 식으로 이번에 아마 우리 작품이 처음 시도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다른 데 그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앞으로 이것이 아마 시청자들이 우리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내가 잘 했는지 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시청자 판단이고 보시고서 괜찮고 선호가 있으면 좋은 연극은 그런 식으로 다시 와서 못 보신 분들에게 뵈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최형진: 사실 연극이라는 게 또 관객하고 소통도 있고요...

◆ 이순재: 직접 소통하는 거니까요. 

◇ 최형진: 이렇게 실황 중계가 되면서 아쉬운 건 없으십니까?

◆ 이순재: 그런 건 없고요. 우리는 뭐 그냥 있는 대로... 찍는 건 이제 카메라맨들을 그 당시에 영상예술 하는 사람이 알아서 찍었을 테니까, 그건 관심 없고 우리는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찍어서 영상으로 소개되는지, 그건 나도 궁금해요.

◇ 최형진: 30일 공연은 선생님께서 하시고, 31일 공연은 신구 선생님이 하시는데요. 공연 보실 분들을 위해서 누가 더 앙리할아버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순재: 그렇습니다. 연기라는 것이 각자 배우의 역할해석과 작품해석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국의 유명한 ‘햄릿’ 하게 되면, 햄릿을 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그럼 각자가 해석하는 역할의 해석에 차이가 있으니까, 신구 씨하고 나하고 달라요. 신구 씨는 신구 씨의 해석대로 제대로 표현하는 거고, 나는 나대로 표현한 거고, 또 그것이 볼거리예요. 모든 연기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하면 그건 재미없죠. 하나 무슨 교과서 펴놓고 하는 것 같은 거니까, 그게 아니고 연기라는 것은 역할에 따라서 배우에 따라서 다 변할 수 있고 다양할 수 있는 겁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 이순재: 그것이 또 배우의 연기상의 창조역할이에요. 배우는 작가가 시키는 대로, 연출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그 테두리 안에서 자기 것을 만들어내야 된단 말이에요. 이건 어떤 면에서 작품과 연출 의도 이상을 뽑아내야 그때부터 배우의 예술성이 사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 그러기 위해서 오랜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구 씨는 신구 씨대로 자기 해석에 의해서 정확하게 표현했고, 나는 나대로 표현했고, 그것이 보는 분들이, 나올 게스트에 의해서 많이 다른데, 그래서 두 번씩 와서 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럼요.

◇ 최형진: 그럼 그 말씀은 두 번씩 보란 말씀이십니까?

◆ 이순재: 그렇죠.

◇ 최형진: 관객 입장에서는 현장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쉽지만, 티켓팅을 넉넉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지금도 예매할 수 있는 건가요? 

◆ 이순재: 지금 할 만큼 했거든요. 그래서 지방 공연이 조금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지방 공연 했고. 그래서 한 4차 했으니까 그 정도로 정리하고 나중에 좀 뒀다가 다른 배우들이 또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앙리할아버지 얘기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인물 설명으로는 까칠, 도도, 괴팍한 도시 할아버지로 소개되고 있는데, 2017년, 2019년, 작년과 이번까지 총 네 번째 함께 하고 계신 앙리할아버지잖아요. 시간이 변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 이순재: 우리 저 뭐, 신구 씨하고 나하고는 그대로고, 우리 상대 여배우들, 김슬기, 박소담 배우가 시작했다가, 슬기 씨가 빠지고 이제 박소담, 권유리, 그 다음에 이제 채수빈, 이렇게 세 배우가 돌아가면서 같이 쪽 해왔어요. 그런 것들이 인물의 차이에 따라서, 또 각자 젊은이 역할들도 표현의 차이가 있어요. 

◇ 최형진: 그렇겠죠.

◆ 이순재: 그럼요. 네, 네.

◇ 최형진: 그럼 상대배우가 누구냐에 따라서 선생님의 연기도 조금...

◆ 이순재: 그것도 적응을 하면 돼요. 그것도 연습해서 맞추니까, 그렇게 해서 젊은 배우들의 동선이 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럼 또 자기 감정이나 자기 해석에 따라서, 그거 뭐,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이제 경험이 있으니까 젊은 배우들 행위에 따라서 거기에 맞춰 주면 되는 거니까. 

◇ 최형진: 현실에서의 본인과 앙리할아버지의 닮은 점도 있습니까?

◆ 이순재: 닮은 건... 뭐, 닮았다고 하면 닮은 건 우리 신구 씨가 더 닮은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천하의 적역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제 닮도록 만드는 게 연기입니다. 그럼, 내가 그 역할을 닮았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 그건 아니고. 신구 씨도 자기한테 맡는 역할인데 그걸 더 섬세하게 사실적으로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그게 이제 배우들의 역할이거든요. 

◇ 최형진: 네, 올해로 연기생활이 65년인데요. 

◆ 이순재: 그렇게 됐습니다.

◇ 최형진: 긴 시간 연기생활을 해 오신 얘기도 듣고 싶은데요. 연극 <햄릿>을 보고 연기를 결심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 이순재: 우리가 이제 대학교 때는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대학생의 입장이... 그때 우리 돈 없었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용돈 모아가지고 좋은 영화나 보러 가는 겁니다. 그렇다고 뭐, 당구 칠 수도 없고 어디 살롱에 가서 무슨 커피 마실 수도 없고. 그런 시절이에요. 그래서 좋은 영화, 그런데 왜냐하면 우리 때 좋은 영화가 많이 들어왔어요. 소위 말하자면 명화들, 각국의 영화들, 이태리, 불란서, 영국, 미국, 그리고 독일 조금 늦었지만, 전후 때문에, 러시아 영화는 물론 안 들어왔었고. 그럼 이태리는 전후 영화들입니다. 유명한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대가들의 작품들, 로세리니, 페델리코 펠리니 등 명감독의 작품들, 그 다음에 불란서는 30년대, 40년대 고전들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이죠. 그러면서 아울러 젊은이들 영화가 있었어요. 누벨바그라고 해서 요즘 영화학도들이 좋아하는 장 뤽 고다르, 이 친구들 젊었을 때 한참 태어났을 때고요. 영국으로 넘어가면 대장 영화가 있습니다. 데이빗 린이라고 해서 <아라비아 로렌스>, 이런 큰 영화 또는 영상미학의 최고로 뽑히는 캐럴 리드의 영화, 그 다음에 또 하나가 올리비에 중심의 셰익스피어 영화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학교 때 본 건 올리비에의 햄릿을 보고, 대학교 2학년 때인데, ‘아, 저건 예술이다. 저건 분명한 예술이다. 그리고 당당한 예술가다.’ 해가지고 조사해봤어요. 조사해봤더니 영국에서 왕실에서 인정하는 로렌스 올리비에예요. 배우의 애칭이 아닙니다. 그 당시 런던시장과 같은 대우를 받았어요. 우린 딴따라 시절이에요, 우리보고 딴따라라고 그러던 시절이라고. 그 다음에 불란서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장루이 바로, 판토마임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시대예요. 그걸 보고 ‘아, 영상도, 영화도 정말 예술이구나’, 그리고 구라파는 거의 상업성보다 예술성에 치중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세 시간 짜리 영화가 있었어요. 그건 다이아로그를 모델로 써가지고 자막한 번 보고 영화 한 번 보면 무슨 소리인지 몰라요. 자막 보고 영상 보고 두 번 세 번 봐야 해요. 그래서 그 당시 우리는 좋은 영화는 앉은 자리에서 두 번 세 번 봤습니다. 좌석제가 아니니까 입석만 들어오면 되니까요. 그러면서 이 영화 예술이 비범한 데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고, 미국 할리우드도 이제 상업영화하고 예술영화가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할 생각은 없었고요. 다만 이제 대학교 때 내 1년 후배, 고인이 됐지만, 연기에 깊은 관심 있는 친구가 같이 관심 좀 보자고 해서 서울대학교에 연극회를 재건하면서 거기에 멤버로 참여해서 재건하면서, 하나 둘 초보연기에 끼어들기 시작한 거예요. 

◇ 최형진: 연극 같은 경우에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를 지켜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해마다 무대에 서신 모습을 만날 수가 있는데, 체력적으로 괜찮으십니까?

◆ 이순재: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연극에서 시작이 된 거가요, 가난한 연극도들이 모여서 한 게 우리나라 소극장 운동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하다보니까 20대 후반, 30대를 넘어가고 군대 갔다 왔는데 밥벌이가 안 되고... 그러다가 테레비가 생기는 바람에 거기 가서 내 용돈이라도 얻어 쓸라고 시작한 게 텔레비전이에요. KBS TV부터, 그 전에도 있었지만은, 처음 출연했고. 그래서 이 텔레비전은 그 당시에는 가난한 연극쟁이들이 가서 다 접수해버렸어요. TV 연출은 초대에 연극 연출하던 동료들, 배우들은 연극배우 했던 우리들, 작가는 방송 드라마 쓰고 있던 작가들이 드라마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텔레비전 드라마가 시작된 거예요. 

◇ 최형진: 마지막 질문이 남았는데요. 요즘 청춘들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시기가 또 시기고, 이번 <앙리할아버지와 나>에도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기기도 했는데요.

◆ 이순재: 그렇죠. 

◇ 최형진: 혹시 출연했던 극중 대사로 인생조언 가능하실까요?

◆ 이순재: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갈음하려고 하지 마라. 짧은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갈라놓으려면 사랑에, 얼마나 사랑에 성공하겠느냐. 이 대사가 가장 핵이에요. 이 얘기는 뭐냐면 그런 연애 얘기가 아니라 인생살이도 조그만한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좌절하지 말자는 얘기예요. 진정 인생의 가치관은, 초반엔 누구든지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 때는 더 했으니까, 그 과정을 극복하고 이뤄내서 자기가 뜻하는 바를 이뤄내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다행히, 요즘 우리가 학교 가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요즘은 우리 젊은이들 너무 좋아졌어요. 우리 때하곤 전혀 달라서, 내가 종족계량이 됐다고 하는 사람이에요. 용모, 신체, 머리 다 달라졌다고, 문제는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비전만 제시해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있다는 거예요. 난 그래서 기본적으로 우리 민족 바탕이 좋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왜침을 당한 민족이고 얻어맞고 짓밟힌 민족이지만 앉아서 얻어맞으면서 버티고 오늘날에 있는 거예요. 지금 세계 일류가 우리 젊은이들 통해서 다 나오잖아요. 이런 저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 청년들의 비전을 제대로 좀 제시해주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많이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가서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그 책임이 우리들한테 있는 거 아니냐, 이게...

◇ 최형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저희가 다음번에 또 한 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이순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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