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이러다 세계지도에서 대한민국 사라질라, 청년 10명 중 9명 ‘결혼은 선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4-26 12:05  | 조회 : 2125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4월 26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박기남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나라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면?’ 인구구조는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난데요. 작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맞았습니다. 올해도 그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결혼과 출생의 중심이 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봤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들어보죠.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겠습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박기남 사무총장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박기남 사무총장(이하 박기남):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올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익숙한 분들도 계실 것 같고, 낯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기관인지 간략히 소개 먼저 해주시죠.

◆ 박기남: 인구보건복지협회보다도 대한가족계획협회로 많이 기억하실 텐데요. 1961년도에 만들어졌으니 올해 환갑입니다. 역사가 깊은 기관인데요. 잘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60년대는 인구가 너무 과밀해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소자녀 갖기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200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저출생 현상이 심각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임신·출산·육아를 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는 공익기관입니다. 

◇ 최형진: 역사도 있고, 대한민국의 인구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협회인데요. 인구정책과 관련된 포스터도 협회에서 제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기억나는 건 ‘하나 낳아 잘 키우자’ 등의 슬로건입니다. 포스터의 문구 등을 소개해주시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아요.

◆ 박기남: 인구증가억제정책부터 최근 저출생·고령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어왔는데요. 1960년대 초는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태어난 시기입니다. 이때 70년대에는 천불소득이 저희의 목표였고요. 지금은 3만 불이 넘는데요. 그때는 산업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과밀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저희 협회가 바로 그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 5060대는 기억이 나실 텐데요. 60년대는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는 슬로건이 있었고요. 70년대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혹시 기억하십니까?

◇ 최형진: 저는 예전에 드라마 같은 것을 봐서 파악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 박기남: 그런 게 있었고요. 70년대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고, 80년대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심해지면서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슬로건으로 대국민 홍보를 펼쳤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어요. 그래서 2000년대에는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처럼 출산을 장려하는 슬로건으로 바뀌었는데요. 최근에는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혼자하면 힘든 육아, 함께하면 든든 육아’라는 슬로건으로 바뀌면서 가정 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봄을 강조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최형진: 60년간 슬로건의 변화처럼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도 변화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나라, 작년부터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습니다.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데 맞습니까?

◆ 박기남: 네, 맞습니다. 지난 2020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자연 감소 ‘데드크로스’에 진입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요. 너무 많이 들으셨죠. 작년 0.84명이었습니다. 

◇ 최형진: 1명이 안 되죠. 

◆ 박기남: 2018년부터 이미 0명대로 내려가서 심각한 상황이고요. 올해 1월에도 인구 자연증가를 보면 2천177명이 줄었습니다. 15개월째 자연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조금 걱정되는 내용이긴 한데, 코로나19 여파가 결혼과 출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 박기남: 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감소폭이 보통은 한 자릿수인데, 작년은 한 해 동안  10.7% 무려 2만5천7백 건의 결혼이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히 출산율도 떨어지겠죠.

◇ 최형진: 다 연결이 되니까요. 

◆ 박기남: 그래서 월별 출생아 수 감소율을 보면, 지난해 11월이 –15.5%로 가장 컸다고 합니다. 이게 아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수치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아마도 더 커질 것이라 정말 걱정입니다. 

◇ 최형진: 한 청취자님이 ‘괴담처럼 들었던 말인데, 이러다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가능성이 있을까요?

◆ 박기남: 그러기 전에 저희가 대책을 잘 마련해야겠죠.

◇ 최형진: 또 이건 제가 알고 있던 건데요. 2002년 월드컵 때 출산율이 좀 늘었다, 워낙 국민적인 축제였지 않습니까? 이런 축제를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 박기남: 그러게요.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즐겁게 가면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 최형진: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에서 질문을 드렸고요.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2030 청년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 박기남: 협회는 2017년부터 인구 감소 및 구조변화에 대응하고자 매년 저출생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조사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특별히 청년세대들이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30대 비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최형진: 제 주변에서도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청년들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박기남: 30대 비혼 청년 10명 중 9명이 무려 결혼은 ‘선택’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향후 결혼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여성은 10명 중 3명이, 남성은 10명 중 2명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왜 안 하려고 하냐고 물어보니,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고, 우리사회 ‘가부장제, 양성불평등 문화 때문에’ 혼자 살겠다고 얘기했고요. 남성들은 절반이 결혼을 하려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있는 거예요.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최형진: 참 여러 이유 때문에 결혼에 대해 선택이라고 답했는데, 그래서 출산율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섞여 들어가 있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청년층은 출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대인데,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박기남: 조사에 참여한 청년들 10명 중 3명이 자녀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눈 여겨 봐야 할 결과가 있는데, ‘몇 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이상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2.12명이라고 대답했는데요. 실제로 ‘당신은 아이를 몇 명 낳고자 합니까?’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봤을 때는 1.48명이라고 답했습니다. 청년들이 자녀를 낳고는 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질 않는다는 슬픈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그렇다면 청년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요?

◆ 박기남: 잘 아시겠지만, 2030 청년세대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중심적 세대인데 왜냐하면 지금 사회는 무한경쟁 시대잖아요. 거기다가 노동시장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일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내 한 몸도 건사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를 갖겠어요. 그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자식에게 좋은 양육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보통 어른 세대, 소위 꼰대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청년세대가 이기적이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까 우리나라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했는데요. 사실 우리 사회가 결혼과 육아하기 편한 조건을 만들어준다면, 청년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그런데 그게 참 어렵잖아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박기남: 그동안은 출산과 보육, 즉 아이를 낳고 기르는 쪽에 중점을 뒀는데요. 제가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요즘은 결혼 자체를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건 청년 세대들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 중심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청년세대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할 것 같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일터에서의 성평등, 아이는 기르는 건 같이 기르지만 사실 여성이 낳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은 여성에 대해서 차별을 하다 보니 여성들이 기피하는 것도 있거든요. 일터에서의 성평등, 안전함, 공정함들이 필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독박육아, 독박 돌봄 들어보셨죠? 여성에게만 돌봄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남녀가 같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고요. 무엇보다도 요즘 핫한 사회적 이슈인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키우려면 뭐가 있어야겠죠?

◇ 최형진: 집문제가 해결되어야겠지요.

◆ 박기남: 그렇죠.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게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굉장히 재미있는 문자인데요. 한 청취자님께서 노래 ‘아모르 파티’를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가사에 ‘여행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가사가 나온다고요. (웃음) 수많은 정책이나 방안들이 마련돼 왔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협회에서도 청년들의 생각과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셔야 할 것 같은데, 어떤 활동들 하고 있습니까?

◆ 박기남: 저희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청년들이 인구이슈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 모임(Top-Us)과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급격한 인구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을 찾아가서 ‘시시콜콜’ 100인 토크라고 청년들이 살기 좋은 지역 인구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한 청취자님 의견입니다. ‘저도 자녀가 3명인데요. 아이들에게 결혼하면 아이 낳지 말라고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현실이 그렇네요’ 라고 하셨고요. 또 다른 청취자님께서는 ‘누구를 사랑할 여유가 없어요. 내가 살기 좋고 놀기 좋고 여유가 있어야 사랑도 하고 결혼할 마음도 생기는 것 아닐까요?’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인구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고민을 함께하는 청취자들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 박기남: 제가 앞에서도 많이 말씀드렸지만, 옛날에는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던 시절에 가족계획이 성공했다면, 지금은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강요보다는 선택을 존중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듯,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데도 경제·사회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텐데요. 저희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더불어 사회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또한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 세대들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공감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저희 인구보건복지협회가 함께 할 것으로 약속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여러분.

◇ 최형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기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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