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같이의 가치] 비만이 사회적 시선과 차별속에 탄생한 '장애'라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20 15:09  | 조회 : 608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같이의 가치] 비만이 사회적 시선과 차별속에 탄생한 '장애'라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사람의 눈은, 많은 것을 말한다고 하죠. 그 말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정한 말이 될 수 있고, 매서운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일 텐데요. 그동안 우리의 눈빛은 어떤 말을 해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같이의 가치>. 서울시립대 교수이자,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할게요.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 조현지> 어제가 절기 우수였잖아요. 한동안 춥더니 날이 많이 풀렸어요.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하 이성규)> 그쵸. 요즘 저는 배도 나오고 해서 날 풀리니 운동을 슬슬 시작 해 볼까 했는데, 코로나 19때문에 걱정되서 실내운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현지 아나운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나요?

◇조현지> 여자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죠. 저도 매년 연초마다 올해 목표란에 다이어트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성규> 네 그렇다면 많은 분이 새해 목표로 삼는 그것. 비만은 장애일까요? 아닐까요? 

◇조현지> 비만도 장애 범주에 들어가는 건가요? 갑자기 물어보시니 저도 헷갈리는 것 같네요.

◆이성규> 사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유형 15가지에 비만은 신체적 장애에도 정신적 장애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아직 장애는 의료적인 관점에서 주로 판단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비만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주의 깊은 시선들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저는 비만은 의료적으로는 장애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는 장애와 매우 동일시된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사회적 장애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왜 비만이 사회적 장애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성규> 비만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차별적 대우는 신체장애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만은 의학적 장애라기보다는 사회적 장애로 불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즉, 남과 다르다고 스스로 뭔가 문제 있는 존재로서 인지하는 것에서, 사회적 차별의 경험이나 사회적 통념과의 내적 전투, 그리고 재활(다이어트를 통한 치료)에 이르기까지 비만인의 경험은 장애를 경험하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의 가장 보편적인 경험이자 가장 힘겨운 싸움은 사회적 시선과의 전쟁이에요. 시각장애인인 로드 미칼코(Rod Michalko, 미국)는 그의 책 「장애가 만드는 차이」에서 ‘장애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탄생한다.’고 표현했어요.

◇조현지> ‘장애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탄생한다.’라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네요. 이와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성규> 네. 좀 더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기능상의 제약으로 인해 ‘난 장애인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다른 시선들로 인해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인지하며, 장애인으로의 사회적 지위를 체득한다는 의미입니다.

◇조현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장애에 대한 생각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네요.

◆이성규> 네, 그렇죠. 그런데 다른 몸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들이 비단 장애인뿐일까요? 성형 한국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은 멋진 외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곳곳마다 다이어트 관련 제품과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가 널려 있고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성형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요. 그 속에서 장애인들과 장애 범주에는 속하지 않으나 철저히 사회적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비만인은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히게 되고 스스로도 그 사회적 낙인을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비만도 사회적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인 사람은 고용상에서도 날씬한 사람에 비해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이성규> 맞습니다. 고용상에 있어서의 차별을 보면 비만이 곧 장애와 동일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얼마나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다이어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특히 비만 여성의 경우, 취업 시 당하는 불이익은 물론, 고용•결혼 등 인생의 과업을 수행하는 관문마다 사회적 차별을 경험합니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게으름, 자기 관리의 실패, 느림, 똑똑하지 않음, 둔함’ 등으로 나타나요. 즉 열등의 이미지를 장애인에게 부여하듯이, 우리 사회는 우월과 열등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열등의 이미지를 비만인에게 똑같이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만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통념과 차별은 이미 장애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조현지> 장애인이 느끼고 있는 차별이나 통념이 비만인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씀인가요?

◆이성규> 네. 재활 치료의 대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비만이나 비만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재활 병동에서 걷기 연습을 매일 3~4시간씩 힘겹게 해내야 하는 장애 아동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즉 장애인과 비만인 모두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형에 포함되지 않고 수정의 대상으로서 보는 거죠.

◇조현지> 말씀하신 것을 듣다보니 장애와 비만이 비슷하게 볼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이성규> 미국에서는 장애인법에 의거하여 병적 비만에 대해서는 장애로 인정하고, 고용 차별을 경험한 사람은 권리 구제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자발적으로 원해서 비만이 된 것도 아니고 업무의 성격과 관련하여 비만이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만을 사유로 고용상 차별이 있다는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리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에 들어서야 장애인 인권신장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진행되면서 이런 화두가 얘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조현지> 오늘 이사장님 하신 말씀을 정리해보면 장애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는가에 따라서 장애의 범주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성규> 그렇죠. 단지 의학적 잣대만을 드리어 장애 범주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럴 경우 비만의 문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사회적 잣대를 기준으로 하는 장애 범주화 작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의학적 잣대에 의한 장애)이 아닌 어쩔 수 있는 부분(비만과 같은 사회적 장애)은 최선을 다해 사회적 기준에 맞추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청취자 여러분도 오늘 기회를 통해서 고민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현지> 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선을 통한 차별과 폭력이 없이, 하나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사장님 오늘은 어떤 노래를 준비해주셨나요?

◆이성규> 외모로 인해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 사회의 통념과 시선과 싸워 이기라는 의미에서 이 노래를 선택해봤습니다. 악동뮤지션-매력있어 입니다.

◇조현지> 네, 이 노래 들으면서 인사할게요. <같이의 가치>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했습니다.

◆이성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