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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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녀 사건, 선별적 복지 근간으로 한 '송파 세모녀법'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보여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11 10:16  | 조회 : 1474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11월 10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성북구 네 모녀 사건, 선별적 복지 근간으로 한 '송파 세모녀법'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보여줘"

<김양원 PD>
1)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의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의 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미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지난 7월 탈북자 모자 아사사건에 이어 우리사회에 다시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어머니와 세 딸, 이들 네 모녀는 이른바 수급자도 아니었고, 쥬얼리 자영업을 하던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경제적 곤란에 그만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정부의 복지제도가 손닿지 않는 ‘복지사각지대’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오늘 이 이야기 나눠봅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상이 교수>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또 다시 안타까운 죽음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상이 교수>
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북구 네 모녀는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습니다. 사망한 지 한 달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가족이나 친지, 이웃 주민이 아니라 건물 보수를 위해 이 건물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네 모녀의 시신이 이렇게 발견된 거죠. 타살의 흔적이 없고 유서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자살로 추정되는데요. 결국, 제도적 연대가 작동하지 않는 각박한 세상에서 경제사회적 고립과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네 모녀의 자살이 몇 주가 지난 후에 타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망에서 단절된 사망 상태를 뜻하는 ‘고독사’ 범주에도 속할 것 같습니다.

<김양원 PD>
3) 말씀하신 것처럼, 사망한 지 무려 한달이 지난 뒤에야 시신이 발견됐다는 건데요.
이들 모녀의 장례절차를 진행하려고 해도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이상이 교수>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대가족과 지역사회의 공동체라는 ‘자연적 연대’의 질서가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이런 자연적 연대의 질서가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선진 복지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연적 연대의 질서를 대체할 ‘복지국가의 제도적 연대’를 아직까지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2월의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2016년부터 우리나라도 고립과 불행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단수, 가스 공급 중단 등 29개 지표를 이용해서 복지 지원이 긴급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으로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4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북구 네 모녀의 경우, 29개 지표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된 적이 없었습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발견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면 ‘사회보장정보 시스템’을 통해 구청에 통보되는데 이번 네 모녀 가정은 체납 기간이 2개월 정도기 때문에 여기서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단기간에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김양원 PD>
4) 복지시스템에서 이래저래 비껴난 건데, 문제는 점점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도움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같은 걸 왜 신청안했냐고도 합니다.

<이상이 교수>
70대 어머니와 둘째 딸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는데, 월 건강보험료가 최저 수준인 1만3100원 정도였음에도 3개월이나 체납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셋째 딸은 쇼핑몰을 운영했고, 첫째 딸은 이 쇼핑몰에서 함께 일했는데, 이 사업장은 7월부터 3개월 치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네 모녀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집 우편함에 은행, 카드사, 신용정보회사 등에서 보낸 채무 이행 통지서가 20통 가까이 쌓여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2016년부터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인 14평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해 왔는데, 최근 2∼3개월은 월세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들 네 모녀 가구는 최근 2~3개월 사이에 수천만 원대의 빚을 지면서 급격하게 생활고에 빠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경제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채무자의 도산 절차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절차가 있습니다.

‘개인회생’ 절차는 쉽게 말하면 원금을 탕감 받고 일정기간 나누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개인회생 신청 자격은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야 하고 소득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소득이 있어야 채권자에게 매월 일정금액을 변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법원의 심사는 6-8개월 정도 걸립니다.

‘개인파산’ 절차는 개인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 채무의 정리를 위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것인데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파산법원의 재판을 통해 면제시킴으로써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을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법적 절차는 복잡하고 준비할 서류도 많고, 대부분 변호사나 법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겐 이런 제도가 너무 멀리 있었던 것 같고요. 모든 것이 급격하게 무너져내린 상태에서 포기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김양원 PD>
5) 사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제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제도를 찾지 않았을까 보다, 왜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을까를 우리사회가 고민해봐야할 것 같고요.
5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은 뒤 이른바 ‘세 모녀 법’이란 것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이런 제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상이 교수>
‘송파 세 모녀 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 3개 법을 말하는데, 이 법들은 2015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들 복지 3법의 핵심은 맞춤별 개별 지원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벌지원은 커녕 발굴도 안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등 ‘송파 세 모녀 법’의 내실을 더 확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죽음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사회적으로 무너진 사람들이 공공부조인 선별적 복지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사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이후 일어난 여러 일가족 자살 사건들, 그리고 이번 네 모녀 사건의 공통점은 이 분들이 정부의 공공부조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별적 복지를 근간으로 짜여진 ‘송파 세 모녀 법’만으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제-복지 체계, 일자리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심에 놓은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가 함께 가야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김양원 PD>
6) 이처럼 복지 그물망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 복지 사각지대라고 하는데요. 이런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이 정부와 사회의 역할일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이상이 교수>
우리 사회에 민생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크게 존재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왜 그분들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 발로 뛰고 찾아내서 긴급복지 지원을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언론의 조명을 받다가 금방 식어버립니다.

저는 이런 방식은 지극히 부차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의지가 없거나 수급자 낙인을 거부하면 지방정부가 찾아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네 모녀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성북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두 모녀가 기초연금 지급 계좌를 압류가 들어오지 않는 계좌로 변경했는데, 이때 센터 직원이 상담을 시도했지만 두 모녀가 거부했습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더 확충하는 식의 선별적 복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보편적 사회보장과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누구라도 추구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국민의 적정한 삶, 기본 생활이 잘 보장되려면 일자리 문제나 경제문제와 함께 보편적 복지가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애초에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만들어놓고, 그 중의 일부 극빈자들만 보호를 하다 보니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보편적 사회보장이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PD>
7)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였습니다.

<이상이 교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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